몇 년 전 필리핀 마닐라에 갔을 때의 일이다. 호텔 근처 바닷가에 식당 두 곳이 있었다. 두 식당은 약 50m를 사이에 두고 바다를 향해 자리 잡았다. 그런데 왼쪽 식당은 육지가 바다를 향해 타원형으로 불룩 튀어나간 곳에 있었고 오른쪽 식당은 육지가 초승달 모양으로 휘어져 들어온 곳에 있었다.
왼쪽 식당은 바다 쪽으로 더 멀리 나가 있어 오른쪽 식당보다 훨씬 아름다워 보였다. 그러나 직접 가보니 오른쪽 식당은 손님이 밖에서 줄을 서 기다리고 있는 반면 왼쪽은 겨우 10여명만 앉아 있는 썰렁한 분위기였다.
사물을 타고 흐르는 천지자연의 기운은 불룩 튀어 나온 곳에서 파인 곳으로 흐른다. 왼쪽 식당은 육지가 불룩하게 바다 쪽으로 향했다. 바다 쪽에서 보면 타원형의 안쪽처럼 파인 모양으로 육지의 기운을 바다가 흡수한다. 그러나 오른쪽 식당은 육지 쪽으로 깊이 파여 있으므로 육지가 바다의 기운을 끌어들인다. 따라서 오른쪽 식당에 바다와 육지의 기운이 모여든다. 사람이 그곳으로 끌리고 음식 맛도 좋아진다.
야생동물들도 기(氣)가 모이는, 산이 휜 안쪽에 살지 기를 빼앗기는 굽은 등 쪽에는 살지 않는다. 물고기도 휘돌아 가는 강 안쪽으로 모여들지 바깥쪽에는 모이지 않는다.
집이나 가게를 얻을 때는 먼저 지형을 잘 살펴야 한다. 산과 강이 있는 곳이라면 산을 등지되 강이 집이나 가게 쪽으로 휘어들어 온 곳을 택하는 것이 좋다. 도심에서는 길의 모양을 잘 봐야 한다. 바르게 난 길은 별 문제가 없지만 만약 휘어져 있다면 휘어진 안 쪽에 얻어야 한다. 바깥쪽은 오고 가는 사람과 자동차에 기운을 빼앗긴다.
사람은 각자 독특한 에너지가 있다. 그 에너지는 천지자연의 에너지와 교감하면서 건강과 운명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주변 환경이 고요하면 사람의 에너지도 고요해져 건강과 운명이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환경이 탁하고 어지러우면 자신의 에너지도 탁해지고 요동친다.
서울 어느 지역에 지대가 낮아 큰비가 오면 지하실로 물이 넘치는 집이 있었다. 북향인 그 집의 출입문은 동북쪽에 있고 길은 북쪽과 남쪽에 각각 나 있었다. 본래 북향집의 대문은 북쪽, 남쪽, 동쪽, 남동쪽에 있는 것이 좋다. 그런데 동북쪽으로 났으니 집 안에 좋은 기운이 들어오기 어려웠다. 동북 방위는 소띠 축(丑)에 해당돼 가장 춥다. 또 남쪽과 북쪽에 난 길 때문에 집안의 생기마저 빼앗기게 된다.
집 주인은 대기업 자금담당 이사로 상당한 재력을 갖춘 사람이었는데 그곳으로 이사 온 지 3년 후 부인이 중풍으로 쓰러지고 자신도 위장에 탈이 나고 말았다. 결국 회사를 그만 두고 병을 치료하는 동안 재산이 많이 축났다.
새로 집을 지을 때는 방위를 맘대로 정할 수 있지만 이미 지어져 있는 집을 사서 이사 할 때에는 지형 특성상 입지조건이 좋지 않거나 방위를 바꿀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때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
집이 산을 향하고 있을 때는 가능한 한 산을 향한 쪽 벽을 두껍게 하고 창문은 작게 하는 것이 좋다. 그 대신 집 뒤는 빛이 잘 들어오도록 창문을 크게 낸다. 또 집 양옆으로 길이 나 있을 때는 길 쪽의 벽을 두껍게 하거나 담장을 높고 두껍게 쌓는다. 또 큰 나무를 많이 심어 집 안의 생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면 된다. 그리고 동쪽에 있어야 할 출입문이 서쪽에 있다면 집 안이나 밖에 칸막이 하나를 놓아두면 기가 상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집 안의 구조를 바꾸는 방법도 있다. 출입문이 동쪽에 있어야 하는데 서쪽에 있다면 서쪽의 벽에 큰 가구를 두거나 행운목 같은 큰 화분을 갖다 두는 것도 좋다.
이런 방편은 잘못된 기에 휘둘리지 않고 고요함을 지키기 위함이다. 천지자연의 기운에 순행하는 곳에 몸을 둠으로써 건강을 지키고 복된 삶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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