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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가혹한 ‘삼성’…‘또 하나의 가족’은 누구를 말하는 건가요?
지민 2018-04-17 (화) 02:54 조회 :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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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가족'. 이 광고 문구가 기억나시나요?

모두가 어려웠던 IMF 시절, 가족(家族)의 의미를 강조한 광고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고 한동안 해당 기업을 대표하는 수식어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20년의 세월이 흘러 기업은 '세계 초(超)일류 기업'이자 많은 사람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모두가 아는 그곳, '삼성'의 이야기지요.


여기 삼성의 진짜 가족들이 있습니다.

거대한 건물 뒤에 숨어있는 '사람'. 바로 삼성의 '노동자'들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또 하나의 가족을 강조했던 삼성이, 언제 어디서나 우리는 당신 곁에 있다고 말하던 삼성이 정작 진짜 가족인 노동자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합니다.


"삼성에 노조는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의 입소문으로만 치부되던 이 말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진행된 '노조 와해' 계획. 그리고 이를 시행하기 위해 작성된 문건 6천 건. 언제부터, 어떻게 계획이 수립되고 시행됐는지 이제 그 조각들이 드러나고 있을 뿐입니다.




삼성과 노동부…그들의 잘못된 만남

KBS 취재진은 얼마나 큰 퍼즐일지 알 수 없는 삼성 노조 와해의 증거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리고 취재 과정에서 곧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삼성과 노동부의 만남. 말 그대로 잘못된 만남입니다.


"노동청 근로감독관과 수시로 접촉해 공감대를 형성하라". 검찰이 압수한 삼성전자 서비스의 노조 대응 지침 문건에 쓰인 내용입니다.

이 말이 바로 이해가 가시나요?

근로 감독관의 사전적 정의는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근로조건의 실시 여부에 대한 감독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입니다.


즉, 노동자의 노동 환경과 권리가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지 감독하는 사람들이지요.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과 노동자의 권리를 막으려는 사람들의 만남,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문건의 내용에는 삼성이 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에 영향을 끼치려 한 정황이 나옵니다.

협력업체 서비스 기사들의 불법파견 의혹에 대해, "적법 도급으로 노동부의 판단을 유도한다"는 지침이 포함된 겁니다.

놀라운 건 실제로 노동부가 삼성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노동부는 2013년 두 달 동안 근로감독을 시행한 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적법한 도급'이라는 모호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당시 조사 대상이 된 협력업체 10곳 중 5곳은 노조가 없는 사업장. 노동자들의 제대로 된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사업장들이었습니다.


조사 결과가 당시 노동부 고위직에 보고되는 과정에서 내용이 달라졌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녹취 파일에 담긴 근로감독관과 노조관계자의 통화 내용에는 "그 전까지는 불법 파견이라고 판단했는데, 갑자기 실장 보고가 들어가며 분위기가 180도로 확 바뀌어버린 겁니다."라는 근로감독관의 말이 고스란히 나옵니다.


사실 노동부의 삼성 봐주기 의혹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된 내용입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2013년 삼성의 노조 와해 실태를 폭로한 'S그룹 문건' 의혹에 대해 노동부는 삼성에 모두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만약 당시에 노동부의 면밀한 조사가 이뤄졌다면 삼성의 노조 와해 계획은 멈출 수 있었을까요?

아직 계획 전부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두고두고 생각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또 하나의 가족, '우군'과 '상생 담당자'?

취재진은 또 하나의 가족을 강조한 삼성이 실제 가족을 만들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문제는 '그들만의 가족'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른바 '우군 확보' 전략입니다.

삼성은 먼저 노동자 중 우리 편이 될 수 있는 사람들부터 골랐습니다.

사람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대화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선정해 개별적으로 면담을 시도했습니다.

이 과정을 거쳐 진짜 우리 가족이 된다면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비조합원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 등으로 '노-노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거지요.

본사와 각 지점에는 이들과 호흡을 맞춰 노조 와해를 수행하는 직원, '상생 담당자'들이 있었습니다.

이름만 들어서는 정말 좋은 역할로 보입니다. 함께 사는 길을 도모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실제 수행한 역할은 달랐습니다.

이들은 협력업체들을 묶어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핵심적인 일은 주기적으로 협력 업체 사장들을 불러 노조 파괴 지침을 하달하고 관련 내용을 보고받는 것.

이름과 다르게 하는 일은 많은 사람의 눈물이 필요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3조 제1항


대한민국 헌법 제33조 제1항에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교통지옥을 뚫고 출근합니다.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지요.

우리는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부릅니다. 노동자의 권리는 '누군가'의 권리가 아닌 '나'의 권리이기 때문에 헌법에 명시하고 수호해야 합니다.

그리고 삼성 노조 와해 사건을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권리가 아닌 '나'의 권리가 사회에서 무시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권리를 지키고 보호해야 할 기관들은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을 수 없다'는 법언(法諺)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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