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물이 사뭇 풍부한 것으로 미루어 우기이며 한 차례 소나기가 지나간 듯 보여진다. 날씨가 다시 심상치 않다. 바람이 거세지고 투망을 걷어올리는 인물의 동작이 잽싸진다. 다소 스산한 정경이나 그만큼 싱그러운 자연의 내음이 짙게 다가온다.〉
모내기가 끝나 갈 무렵, 물 그득한 냇가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정세광의 그림, 「삼태그물 거두기」를 감상한 이원복 선생의 부러운 한 소리이다.
생기가 응집된 명당을 이루려면 물 또한 혈을 유정하게 감싸안으며 완만하게 흘러야 좋다고 좋다. 물이 오염되었거나, 요란한 소리를 내면 혈의 생기를 탁하게 하여 좋지가 않다. 물이 처음 시작되는 발원지를 풍수는 득수(得水)라 하는데, 득수가 좋아야 함은 당연하다.
즉 산을 생명을 가진 소우주로 생각할 때, 입으로 먹고 항문으로 배설해야 생명을 유지하듯이, 혈 역시 득수가 입이 되어 좋은 물을 먹으면 항문에 해당되는 파(破)가 찌꺼기를 배설하는 이치이다. 『장경』에서도 득수를 중요하게 다루었다.
<풍수의 술법은 득수함이 으뜸이요 장풍이 다음이다.(風水之法 得水爲上 藏風次之)〉
라 하였고 호순신(胡舜申)도,
〈산은 정물(靜物)로 음에 속하고 수는 동물(動物)로 양에 속한다. 그런데 음은 체상(體常)을 도(道)로 하고 양은 변화를 주로하기 때문에 길흉화복은 수에 더 잘 나타난다〉
하여 물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용맥 뿐만 아니라 물의 형상에도 좋고 나쁨이 있다. 우선 음양의 조화를 위해 산세와 적정한 비율을 가진 물이어야 좋다. 즉 산세에 비해 물이 지나치게 양이 많으면 독양(獨陽)이라 하여 마치 홀아비가 사는 격이고, 또 산세에 비해 물의 양이 적으면 독음(獨陰)이라 하여 과부가 혼자 사는 격이다. 위의 두 경우는 모두 생명을 탄생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연못이나 저수지를 만들어 혈 앞쪽에 물을 가두거나 수로 공사를 하여 물의 흐름을 바꾸면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는 일이라 음양의 조화가 파괴된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고인 물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고인 물이라면 해석이 다르다. 혈장 앞쪽에 물이 자연스럽게 고인 연못이 있으면 재복이 크다고 한다.
둘째는 물의 흐름이 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를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혈에서 보아 물이 빠지는 모습이 산자락 끝을 걸려 그 끝이 보이지 않아야 좋으며, 혈을 감싸안고 흐르는 금성수(金星水)는 부귀가 길이 쉬지 않아 중국의 석숭(石崇)처럼 큰 부자가 된다. 또 허리에 벨트를 찬 것처럼 흐르면 귀함이 치렁치렁 열린다고 한다.
물이 혈장을 향해 거꾸로 오는 역수(逆水)는 재물이 들어오는 것으로 보아 길격이다. 하지만 물이 혈 앞쪽으로 곧게 뻗어 나가거나 물길이 혈장을 등지고 흐르거나, 높은 암벽에서 곧바로 떨어지는 폭포 등은 매우 흉하여 주변에는 혈을 잡지 않는다. 즉 현장의 무덤에서 바라보아 혈 앞쪽으로 물이 끝간데 없이 뻗어 나가면 재물이 몽땅 빠져나가 가난뱅이를 면치 못한다는 해석이다.
물의 길흉은 형상보다는 이기적으로 감결해야 정확하다. 아무리 형상적으로 좋은 물이라도 이기적으로 흉하면 안된다. 먼저 풍수의 격언에 “좋은 물을 먹고 찌꺼기를 배설하라.”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다분히 물을 이기론 적으로 설명한 말이다. 즉 진혈을 이루려면 득수는 좋은 방향에서 오고 파는 흉한 방향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 길한 방향은 어디인가? 양수(養水)·장생수(長生水)·관대수(冠帶水)·임관수(臨官水)·제왕수(帝旺水)가 이에 해당된다. 정생향(正生向)은 우측의 제왕방·장생방에서 물이 시작하여 혈을 감싸돌고는 다시 흉한 방위인 묘방(墓方)으로 나가면 후손과 재물이 모두 왕성한 것이고, 정왕향(正旺向)은 좌측의 양수가 묘방(墓方)으로 나가면 장사 후에 힘을 얻어 횡재한다고 한다. 묘향(墓向)은 좌측의 관대수가 절방(絶方)으로, 양향(養向)은 우측의 임관수·관대수·장생수가 합쳐져 절방(絶方)으로 나가면 부귀가 사방에 가득하다. 여기서 향(向)을 논했는데 조금 어렵더라도 그냥 그런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기를 권한다. 요점은 어떤 경우든 물은 좋은 방향에서 와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기상 병(病), 사(死), 묘(墓)의 방위에서 물이 시작되면(얻으면) 다 큰자식이 죽고 재물과 곡식이 비어 가난해진다. 그리고 절태수(絶胎水)가 혈 앞으로 들어오면 아이를 갖지 못한다. 따라서 다시 한번 확인하지만 물은 길한 방향에서 득수하여 빠지는 곳은 사국(四局)의 흉방인 묘방, 절방, 태방 중의 하나로 빠져야 한다.
주의할 것은 물은 패철 8층(외반봉침)의 천간(天干) 구획으로 빠져야 좋지, 만약 지지(地支) 구획으로 빠지면 부귀는 반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예를 들어 수국의 묘방으로 물이 빠질 때, 을자(乙字)는 천간이고 진자(辰字)는 지지이니, ‘진’자 보다는 ‘을’자로 물이 빠져야 발복이 월등하다. 이것을 풍수는 천간파(天干破)가 지지파(地支破)보다 이기 상으로 훨씬 좋다고 말한다.
또 풍수는 물이 빠지는 수구(水口)의 모양새로도 길흉화복을 감결하는데, 먼저 혈을 감싼 주변의 형국은 비록 넓더라도 물이 빠지는 수구의 모양새는 배가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좁아야 좋다고 한다. 즉 청룡과 백호가 서로 유정하게 가까이 다가 섰거나, 한쪽이 다른 쪽을 감싸 안은 형태이면 좋은 모습이다.
또한 물체를 닮은 돌이나 바위가 수구부분을 가로막고 서거나 우뚝 서 있으면 좋은데, 새의 모양을 닮은 돌이[금성(禽星)] 수구를 막고 있으면 한림학사(翰林學士)가 태어난다. 도장같은 생긴 돌이 있으면 문장이 빛나고, 사자의 형상이 수구를 지키면 장원급제가 나며, 일월(日月)같은 돌이 서 있으면 공후장상(公侯將相)이 나온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물의 길흉은 이기론적으로 감결해야 옳으며, 각 향(向)에 맞는 방위에서 정확하게 물을 얻고, 그 물이 혈을 둥글게 감싸 흐른 뒤에는 각국의 천간자로 빠지면 최고로 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