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독립된 생명체의 단위는 국(局)이다. 자연의 생명 단위가 국임은 알았으면, 어떤 논리로 국을 정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생명체라면 당연히 음식을 먹고 그것을 소화시킨 다음 배설하는 생명유지계통을 가져야 한다. 먹고 소화하고 배설하는 시스템을 갖지 못한다면, 그것은 무생물에 불과하지 생명체는 아니다.
사람은 식물처럼 광합성 작용을 통해 양분을 생산해 섭취하지는 못하지만, 외부의 생물체를 섭취함으로써 생명 활동을 유지한다. 땅 역시 생명체로 본다면 음식을 먹고서 소화시킨 다음 배설하는 계통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땅은 스스로는 모양도 지질도 변화시키지 못하는 정적(靜的)인 상태이다. 그렇다면 땅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배설하는가?
용암이 식어 굳어진 화성암(火成岩) 덩어리인 지구. 그 껍질이 수천 만년의 풍상을 견디면서 점차 부서져서 작은 입자가 되고 이들은 바람과 물에 실려 이동한다. 침전과 퇴적된 알맹이들은 다시 굳어져서 암석이 되고, 이러한 암석은 곳에 따라 지각의 융기 작용으로 불쑥 높이 솟아 산이 된다. 이렇게 암석이 깨져서 토양이 되고, 이 토양이 이동하여 쌓이고 굳어져 다시 암석이 되며, 또 한 번 토양으로 풍화되는 이러한 순환 속에서 토양은 생명을 잉태하여 보전한다.(최정 선생의 글에서)
땅이 생명 활동을 한다는 뜻은 땅의 모양과 지질이 계속해서 변한다는 의미인데, 그럼 땅의 모양과 지질을 변화시키는 주체는 무엇인가? 바로 양기인 바람과 물이다. 어떤 땅이 생명체로 살아가려면 바로 양기를 받아들여 몸으로 소화한 다음(모양과 지질이 변함) 순환 궤도에 맞추어 그 땅을 빠져나간다.
즉, 땅의 생명 활동에 양분을 공급하는 양기는 산자락 좌우 측에서 생겨 땅을 변화시키는 양기와 산자락 밖에서 안쪽으로 불어와 땅을 변화시키는 양기로 구분되는데, 내부에서 발생하여 땅을 변화시키는 것을 내당 양기(內堂陽氣)라 하고, 외부에서 들어와 땅을 변화시키는 것을 외당 양기(外堂陽氣)라 한다.
그럼 어떻게 하여 내당에서 양기가 발생하는가? 산자락이 내려 뻗고, 그 양쪽에 계곡이 있다면 바람이 생긴다. 왜냐하면 낮에는 계곡보다 산등성이 더 따뜻하니, 계곡의 차가운 기운(음기)이 산 위의 뜨거운 공기(양기) 쪽으로 이동하면서 바람이 일어나고, 밤에는 산등성이 보다 계곡이 더 따뜻하니 기온 차에 의해 바람이 산에서 계곡 쪽으로 분다. 따라서 산에는 자체적으로 생긴 바람이 쉼 없이 불며 그 영향으로 땅의 모양과 땅 속의 지질은 변화한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산자락은 좌우 양쪽 계곡 중에서 더 깊고 넓은 쪽 계곡에서 생긴 바람의 영향을 더 크게 받으며, 그것도 일정한 순환 궤도를 갖는다는 사실이다. 또 산자락 바깥에서 산자락을 향해 불어오는 바람도 일정한 순환 궤도를 거치면서 산자락에 영향을 미치고는 빠져나간다. 이때에 만약 우측에서 불어온 바람이면 산자락을 휘감고는 좌측의 청룡 자락 끝으로 빠져나갈 것이고, 좌측에서 불어온 바람은 산자락을 휘감고는 우측의 백호 끝으로 빠져나갈 것이다. 그런데 백호든 청룡이든 그 끝을 돌아 빠진 양기는 더 이상 산자락의 모양과 지질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곳을 풍수학은 파(破) 혹은 수구(水口)라 부른다.
국을 결정하는 기준이 파(破)이다. 파를 동물에 비유하면 항문과 같은 곳이다. 자연은 좋은 기운(양기)을 먹어서 소화를 시킨 다음에 수구를 통해 배출하는 하나의 생명체이다. 직립하는 인간을 제외하면, 모든 동물은 항문이 개체 크기를 결정하는 척도가 된다. 예를 들면, 호랑이는 입으로 음식을 먹은 다음 그것을 배에서 소화시키고는 항문으로 배설한다. 항문을 일단 빠져나간 음식물은 더 이상 호랑이의 생명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여기서 호랑이의 크기는 입부터 항문까지이니, 자연에서 국의 크기 역시 양기를 얻는 곳부터[득수(得水)], 양기가 최종적으로 빠져나가는 파까지가 국의 크기이다. 파로 국을 결정하는 것이 이기 풍수학의 핵심이다.
그럼 자연 현장에서 어떻게 국을 정하는가? 패철을 북쪽으로 조정한 다음, 양기가 최종적으로 빠져나가는 곳을 패철로 본다. 그 다음에 서 있는 곳과 파를 직선으로 잇는다. 주의할 것은 파를 볼 때에는 언제나 패철 8층인 천반봉침으로 보아야 하며, 4층인 지반정침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만약 파로 이어지는 직선이 을진·손사·병오방에 있으면 수국이고, 정미·곤신·경유방에 있으면 목국이고, 신술·건해·임자방에 있으면 화국이고, 계축·간인·갑묘방에 있으면 금국이다.
水局: 乙辰, 巽巳, 丙午(동남방)/ 木局: 丁未, 坤申, 庚酉(남서방) 火局: 辛戌, 乾亥, 壬子(서북방)/ 金局: 癸丑, 艮寅, 甲卯(북동방)
산자락의 어느 지점에서 파를 보았는데, 갑자 구획에 해당되었다면 그 자리는 금국에 해당된다. 그런데 자리를 조금 위쪽으로 올라가 다시 파를 보니 을자 구획으로 변했다면 그곳은 수국이고, 내려와 파를 보았더니 임자 구획에 해당된다면 그곳은 화국이다. 따라서 하나의 산자락이라도 위치에 따라 파가 금국, 수국, 화국으로 구분 지어 다를 수가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생명체인 땅의 독립된 크기, 즉 국을 정할 수 있는 것이다.
패철은 360도의 동심원으로 이루어져 있고, 90도 각도마다 국이 구분된다. 자연 현장에서는 그 범위가 매우 넓으니 국의 판단에서 그릇될 염려는 적다. 하지만 자연은 천태만상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를 파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가장 어렵다. 하지만 이것도 현장 경험이 많아진다면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다. 풍수사는 현장에서 혈을 잡는 것을 주임무로 한다. 따라서 풍수학은 이론을 현장에 투영시키는 세련된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