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기운이 땅에 닿아 그 형상대로 산천이 생기고, 땅 속에는 만물을 생육하는 생기가 흐른다. 따라서 땅 속의 지기는 산천의 모양을 보고서 형세를 가늠할 수 있고, 산천을 보고서는 천기(天氣)를 가늠할 수 있다. 산세가 웅장하면 기운이 강한 것이고, 산세가 밋밋하거나 힘이 없으면 그 속에 내재된 지기 또한 약하다.
천산(穿山)이란 '산과 산을 뚫는다'는 뜻으로 어떤 산이 다음 산으로 솟구치려면 반드시 몸을 낮추면서 기운을 움츠린 곳이 있다. 그런 곳을 풍수학은 과협(過峽)이라 부르며 대개는 고개나 도로가 관통한다. 따라서 '천산72룡'은 과협 내에서 어느 방위로 좋은 지기가 흐르는가를 측정하는 층이다.
과협은 일명 속기(束氣), 결인(結咽)과 동일한 개념으로 벌의 허리나 학의 무릎같은 모양이 좋고(蜂腰鶴膝), 과협이 많을수록 산줄기는 상하로 꿈틀거림이 많아 생기 발랄한 용맥이 된다. 즉, 과협은 형상적으로 용맥의 귀부병사(貴富病死)를 결정짓는데, 과협이 적으면 죽은 벌레처럼 굴곡이 없는 밋밋한 사룡(死龍)이 되거나 곁가지가 없이 홀로 뻗어 내린 병룡(病龍)이 된다. 특히 과협 중에서 혈로 들어가기 직전의 과협을 결인 혹은 속기라 불러 더욱 귀중하게 여긴다.
과협의 길흉을 판단해 보자. 패철 4층의 임자(壬子)와 패철 5층을 서로 대비하면, 왼쪽부터 계해(癸亥)→대공망(빈칸)→갑자(甲子)→병자(丙子)→무자(戊子)→경자(庚子) 등 6칸으로 구획이 나뉘어져 있고, 맨 오른쪽에 임자(壬子)가 있다. 즉, 과협의 분수령에 패철을 놓아 분수령이 패철 4층의 임자의 중심을 관통한다면, 과협의 산등성을 균등하게 6개의 구획으로 금을 긋고, 상기 6개의 구획 중에서 어느 구획으로 좋은 지기가 흘러가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계해는 임자룡에 해당되는 구획이 아닌 패철 4층의 건해룡의 구획이라 제쳐 두고, 먼저 대공망(빈칸)은 지기가 흐르지 않는 곳이니 고려치 않는다.
갑자는 병기맥(病氣脈)으로 쇠한 기운이 지나가고, 경자는 왕기맥(旺氣脈)으로 왕성한 지기가 흘러가고, 무자는 쇠기맥(衰氣脈)으로 지기가 약하며, 경자는 생기맥(生氣脈)으로 활달한 지기가 흘러가고, 임자는 사기맥(死氣脈)으로 흉한 기운이 흘러간다. 따라서 우리는 과협의 어느 구획으로 좋은 지기가 흘러가는가를 판단해야 하는데, 과협에 서서 자연이 우선수이면 생기맥으로 좋은 지기가 흘러가고, 좌선수라면 왕기맥 쪽으로 지기가 흘러간다고 판단한다. 주의 할 것은 중심선인 쇠기맥은 지기가 쇠한 곳이다.
그런데 혈 역시 자연이 맺어 놓은 열매이니, 나무에 과일이 열리는 이치를 생각해 보자. 지도의 등고선을 따라 용맥도를 그려보면 산과 산 사이에 있는 과협은 나무의 가지와 가지 사이의 줄기에 해당된다. 즉, 용맥도 상에서 산의 정상은 용맥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구심점이고, 그곳에서 뻗어 나간 한 줄기 용맥은 다음 산에서 다시 사방으로 용맥을 내려뻗는다. 따라서 나무로 보면 과협은 본 줄기에서 가지들이 뻗어 나가는 그 가운데에 위치하고, 우리는 그런 곳에 과일이 열리지 않음을 잘 안다. 과일은 본 줄기에서 뻗어 나간 가지가 또 곁가지를 뻗고, 그 곁가지에서 다시 가지를 뻗은 곳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즉, 풍수학는 혈을 맺는 도두일절이 혈의 길흉을 모두 결정하니, 가지와 가지 사이의 기운이 아무리 강하고 좋아도 열매가 맺는 마지막 가지의 기운이 쇠하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따라서 과협에 흐르는 지기의 길흉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며 그 결과 패철 5층의 쓰임은 현장에서 적은 편이다.
일부 풍수사들은 9층 패철이 아닌 5층이나 7층의 패철을 소지하며, 매장 시에 패철 5층을 이용해 분금을 놓는 경우가 있다. 즉, 패철 4층으로 좌향을 잡고는 패철 5층의 좌측 분금을 바라보며 시신의 좌향을 조금 왼쪽으로 바꾸는데 이것은 패철 8층으로 좌향을 놓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얻을 려는 목적 때문이다. 하지만 패철 4층으로 좌향을 놓으면 결국은 일을 그르치기가 십상이다.
[ 그림 : 과협의 이기를 재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