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풍수 사상은 사람이 자연 속에서 좀더 안락하고, 편안하게 살터를 구하는 지리적 지혜가 주류였다. 하지만 사람의 운명이 행복하거나 불행한 것이 조상을 모신 묘지의 길흉에 달려 있다고 처음으로 밝힌 사람은 3세기 한(漢) 나라 때의 청오자(靑烏子)이다.
그가 쓴 『청오경(靑烏經)』은 풍수학 최고(最古)의 경전으로 인정받는다. 땅 속에는 만물을 탄생시켜 길러 내는 생기가 있고, 그 생기가 왕성한 곳이 길지인데, '생기는 바람을 타면 흩어지고, 지맥을 흘러 다니는 생기는 물을 만나면 멈추어 응결된다.(氣乘風散 脈過水止)'라하여 음양의 기에 의해 생기가 결집됨을 설명하였다.
물은 양기(陽氣)이고 땅은 음기(陰氣)로, 두 기운이 만든 생기가 인생의 길흉을 좌우한다고 하여 음양론을 처음으로 풍수 사상에 적용시킨 것이다. 하지만 『청오경』은 사람의 행복이 조상의 묘지에 내포된 생기에 감응 받는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만 제기했을 뿐, 생기 충만한 땅은 어떤 땅이며 어떤 방법으로 찾는가 하는 이론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
생기 있는 터를 찾는 방법과 과정에 대해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한 책은 곽박이 쓴 『장경』이다. 이 책은 풍수학 최고(最高)의 경전으로 터를 잡는 방법과 과정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산수의 길흉에 따라 생기의 응집이 다르니 국세가 잘 짜여진 곳을 찾아 조상을 매장해야 생기를 올바로 받고, 또 주산, 청룡, 백호, 안산, 조산도 좋고 나쁜 것이 있으니 형상을 보아 좋은 곳을 잡아야 한다고 하였다. 이 책은 당나라 현종이 비단 주머니 속에 넣고 보아서 금낭경(錦囊經)이란 별칭이 붙었으며, 풍수학이 중국 왕실과 상류 계층에 널리 보급되는 결과를 낳았다.
풍수학이 비약적으로 발전된 시기는 당나라 때로, 산천의 형세를 보아 생기 있는 터를 잡는 형기론(形氣論)과 자연의 흐름을 살펴 패철로 터를 잡는 이기론(理氣論) 풍수학이 구분되어 발전되었다. 이때 나온 책이 형기론의 원전 격은 복응천(卜應天)이 쓴 『설심부(雪心賦)』이다. 맹천기(孟天基)가 주석을 단 이 책은 풍수학 개론인 용, 혈(穴), 사(砂), 수의 모양에 따라 산수의 길흉화복이 달라짐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이기론 풍수학의 원전 격은 양균송(楊筠松)이 지은 『청낭서(靑囊序)』·『청낭오어(靑囊奧語)』이다. 양균송은 당 나라의 국사를 지낸 인물로, 호가 '가난을 구제한다'라는 '구빈(救貧)'이다. 그는 처음으로 풍수학에 천문을 도입하였다. 즉, 생기가 응집된 혈은 비록 땅 속에 있지만, 그 땅의 모양과 지질을 변화시켜 혈을 맺게 한 주체는 바람과 물[양기]이니, 그 양기의 순환 궤도와 양을 살펴서 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천반봉침(天盤縫針, 패철8층)과 봉침분금(縫針分針, 패철9층)을 지어 '아침에 가난하던 사람이 한 나절에 묘를 쓰고는 저녁에 부자가 되었다(朝貧暮富)'는 고사까지 낳았다.
이후 송(宋) 나라의 호순신은 『지리신법(地理新法)』을 저술하여, 음기인 땅과 양기인 바람과 물의 길흉을 12단계로 구분하여 이기론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 이것이 12포태법(胞胎法)이다. 이 책은 『청낭오어』와 『장경』에 바탕을 두되, 오행의 기운이 순환하는 것을 마치 사람의 일생과 같이 보았다. 포(胞, 絶), 태(胎), 묘(墓)에서 생기가 발달하고, 임관(臨官), 제왕(帝旺)에서 극도로 성행하다가, 쇠, 병(衰病)에 이르러 쇠퇴하고, 사, 묘(死墓)에 수납되어 다시 순환하여 포태(胞胎)가 되어 그 싹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땅이 뻗어 내린 방위를 양기의 흐름에 따라 길흉을 12단계로 구분하여, 생기의 정도를 세분화하였다. 호순신의 풍수론은 조선이 도읍지를 신도안에서 한양으로 옮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풍수지리학의 발전》
『청오경(靑烏經)』 ㅣ 『장경(葬經)』 [형기론] [이기론] 『설심부(雪心賦)』 『청낭경(靑囊經)』 『인자수지(人子須知)』 『지리신법(地理新法)』 『지리오결(地理五訣)』
다음으로 주목할 책은 명(明) 나라 때에 서선계(徐善述)·서선술(徐善繼) 쌍둥이 형제가 40년에 걸쳐 중국의 묘지를 다녀서 그 길흉화복을 집대성한 『인자수지(人子須知)』란 책이다. 이 책은 산천과 용맥의 모양에 따라 길흉을 구분했을 뿐만 아니라 좌향(坐向)의 길흉까지 심층적으로 다루어 형기론에 이기론을 첨가한 형태이다.
이기론 풍수는 조정동에 의해 완성을 보았는데, 그는 『지리오결(地理五訣)』을 지어, 풍수의 4과(四科)인 용, 혈, 사, 수에 향법(向法)을 추가하여 5과(五科)를 만들었다. 그는 향을 정한 다음에야 용, 혈, 사, 수의 길흉이 결정되니, 향이 곧 용, 혈, 사, 수의 집합점이라고까지 말하였다. 따라서 풍수 지리학은 조정동에 이르러 진정으로 음기(혈)와 양기(향)가 서로 조화를 이룬 자연적 지혜로 완성되고, 명당이란 단순히 음기가 충만한 땅일 뿐, 향으로 양기를 잘 선택해야 진가를 발휘한다는 진보된 학설로 발전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