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좌우하는 대기업 총수들. 재물에 관한 한 ‘천운’이 따른다는 그들 일가가 살고 있는 자리는 과연 ‘명당’일까? 주간조선은 풍수 특집을 기획하면서 풍수가를 동반, 2차례에 걸쳐 재계 총수들 자택 10곳을 살폈다. 도움을 준 풍수가는 ‘영목풍수지리연구소’의 김성수(75) 소장과 ‘신안계물형학연구소’의 박민찬(52) 원장.
대상으로 삼은 재계 인사들은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 이 전 회장의 누나 이숙희씨(구자학 아워홈 회장 부인), 이 전 회장의 여동생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구본무 LG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10명이다. 취재진은 풍수가들이 혹시라도 선입견을 가질까 우려해 대상으로 삼은 집이 누구 소유인지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
서울 이태원·한남동
이건희·이숙희·이명희·정용진·김준기·구본무·정몽구…
내로라하는 재계 인사들 모여 사는 ‘배산임수형’ 지세
▲ 이건희 전 삼성회장 자택 /이상선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풍수가들은 서울에 대해 “청계천과 한강이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곳”이라며 명당으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청계천은 서·동쪽으로 흐르며 ‘내수(內水)’ 역할을 하고, 한강은 동·서쪽으로 엇갈리게 흐르며 ‘외수(外水)’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운이 흩어지지 않고 한데 모이는 천혜의 터전”이란 것이다.
▲ 삼성 창업자 이병철 선대회장의 신당동 자택. /이상선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그런 서울에서도 이태원·한남동 일대는 “특히 좋은 자리”로 꼽힌다. “북쪽으로는 남산~서빙고동으로 연결되는 산줄기가 마을을 품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한강이 도도히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형”이란 것이다. 한강의 ‘한’자와 남산의 ‘남’자를 따서 이 일대를 ‘한남동’이라 불렀다는 속설도 있다. “남산에서 뻗어 나온 용맥의 기운이 응집됐다”는 이 동네엔 누가 살고 있을까.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자택
“재물 들어오는 자리에 아늑하게 들어서”
삼성 이건희 전 회장은 2004년 8월 현재의 집으로 이사했다. 이 집은 2132㎡(645평) 면적에 지하 3층, 지상 2층 구조에 연건축면적 3414㎡(1033평) 규모의 저택으로, 부동산 업계에선 15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곳은 얼핏 보기에도 ‘아늑하다’는 인상을 줬다. 하지만 담장에 빼곡히 늘어선 폐쇄회로 카메라는 이곳이 예사롭지 않은 곳임을 느끼게 했다. 풍수가 김성수씨는 이 집에 대해 “햇살이 비치는 남쪽을 바라보며 포근하게 들어섰다”고 평했다. 그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신당동 자택을 함께 언급하면서 “그곳에서 강하게 흐르는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며 “삼성이란 대기업을 세운 창업자의 자택다웠다”고 말했다.
풍수에서 물(水)은 재물을 뜻한다고 한다. 풍수가들은 그런 점에서 “이 전 회장 자택이 있는 이태원·한남동 일대는 한강이 둥글게 감싸고 흐르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재물이 흘러 들어오는 형세를 갖췄다”고 말한다. 박민찬씨는 “남산 자락이 좌우에서 감싸고 있고, 그 복판에 오목하게 집이 자리잡고 있어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세를 취했다”며 “이 일대가 양택지(집터)로선 최고의 자리”라고 말했다.
이건희 전 회장 누나 이숙희씨 자택
“좌우로 남산이 감싸 안은 온화한 길지”
▲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부인 이숙희씨의 자택. /유창우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이건희 전 회장의 누나 이숙희씨(구자학 아워홈 회장 부인)는 이 전 회장 자택에서 5분 거리에 살고 있다. 외벽엔 사설 경호업체의 보안 마크만 붙어있을 뿐 집 안팎이 모두 조용했다. 패철(佩鐵·풍수가가 사용하는 나침반)을 꺼내들고 집을 살피던 김성수씨는 “평온하게 안정적인 형세를 취했다”며 “이런 집에 사람이 살면 대체로 온화한 성품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박민찬씨는 “좌우를 남산이 감싸고 있는 데다 뒷집이 기운을 받쳐주는 ‘현무’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무척 좋은 터”라고 평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자택
“살(煞) 찾아볼 수 없는 손꼽히는 명당”
▲ 이명희 신세계 회장 자택. /유창우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이건희 전 회장의 여동생인 이명희 회장 자택은 이건희 전 회장 옛 집 뒤편에 위치해 있다. 그의 앞집은 외아들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살고 있다. 박민찬씨는 이 집에 대해 “좌향(坐向·집이 향한 자리)이 좋다”며 “서향으로 대문을 내서 기운이 빠져나갈 법하지만, 앞집(정 부회장의 집)이 그것을 막아주니 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일대에 대해 “아무리 찾아봐도 살(煞)이 없다”며 “양택으로는 서울에서 손꼽을 만한 자리”라고 말했다.
김성수씨는 이명희 회장 자택에 대해 “평평한 대지에 안정적으로 자리했다”며 “서쪽의 언덕이 외부의 나쁜 기운을 막아주기 때문에 더 좋다”고 평했다.
김준기 동부 회장 자택
“산맥이 내려오면서 뭉친 혈(穴)자리”
김 회장 자택은 조용했다. 집 안에서 청소를 하는지 졸졸거리는 수돗물 소리만 들려왔다. ‘으리으리할 것’이란 예상은 기우였다. 파르라니 깎은 정원 잔디와 깔끔한 집 외부는 단정하지만 소박한 인상을 풍겼다. “부자는 검소하다”는 옛말이 떠올랐다.
박민찬씨는 “집의 좌향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맥이 내려오면서 뭉친 곳, 즉 사람으로 치면 관절 같은 곳이 사람들이 말하는 혈(穴·풍수지리에서 정기가 모였다고 보는 자리)”이라며 “그런 곳에 자리를 잡으면 그 기운이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양택(주택)은 재물과 관련이 있고, 음택(무덤)은 권세·명예와 관련이 있다”며 “좋은 자리에 집을 지으면 효과가 빠르지만 상대적으로 약하고, 좋은 자리에 묘를 쓰면 효과가 늦지만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풍수 이론”이라고 말했다.
구본무 LG 회장 자택
“남산 기운이 뻗쳐 강한 추진력 발휘”
▲ 구본무 LG회장 자택. /이상선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구본무 회장 자택은 남산자락 위쪽, 하얏트호텔과 엇비슷한 높이에 자리잡고 있다. 대지 1322㎡(400평), 건축면적 661㎡(200평) 규모의 구 회장 자택은 밖에서 건축물 윤곽을 짐작하기 어려운 특이한 구조로 돼 있다. 구 회장 자택을 아는 한 인사는 “2층 구조로 돼 있으며, 내부엔 영빈관과 주차시설 등을 갖췄다”고 말했다.
박민찬씨는 “이 집에는 특이하게 좌청룡도 우백호도 없다”며 “하지만 남산 위에서 뻗어 내려온 산맥이 힘차게 뒤를 밀어주고 있어, 집 주인이 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집은 한강물의 기운을 받고 있는 데다 산맥의 끝자락에 있어 재물운도 매우 강하다”고 평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자택
“자손들 모두 잘되고 재운도 강한 곳”
대지 1123㎡(340평)의 정 회장 자택은 범상치 않았다. 언뜻 보기엔 외부로 활짝 개방된 것 같았지만, 나무와 담이 절묘하게 내부를 가리고 있어 안을 살피기 힘들었다. 대문엔 집 주인이 누구인지, 문패는 물론 번지수도 쓰여있지 않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인 만큼 주민들도 어느 집이 누구의 집인지를 함부로 알려주려 하지 않았다. 주변 사람에게 물어 그 집이 정 회장 자택임을 어렵게 확인했다. 집은 조용했다. 지저귀는 새소리가 적막감을 더욱 짙게 했다. 정 회장의 집 내부는 두 동으로 나뉘어 있었다. 한 관계자는 “한 채는 주택으로, 또 한 채는 생활시설 공간으로 쓰인다”고 말했다.
박민찬씨는 이 집에 대해 “남산의 산맥이 이중으로 집을 감싸고 있다”며 “이런 집에서는 아들뿐 아니라 딸들까지 모두 다 잘된다”고 말했다. 그는 “금전을 뜻하는 물이 부드럽게 집 왼쪽을 감싸고 돈다”며 “재운 역시 무척 강한 집”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북동
도성 북쪽에 위치한 ‘완사명월형’ 터전
지기 약하지만 양기 강해 고관대작에 맞아
성북동은 이름대로 도성(城) 밖 북(北)쪽에 위치한 마을이다. 이 일대는 예로부터 “밝은 달빛 아래 비단을 펼쳐 놓은 형세”라는 ‘완사명월형(浣紗明月形)’ 명당으로 꼽힌다. “입구는 닫힌 듯하나 그 속이 넓으니, 기운이 양명해 이름을 날릴 귀인과 부자를 낼 터”라는 것이다. 풍수가들은 “성곽 남쪽 능선이 마을 왼쪽을 휘감고, 북악 스카이웨이 능선이 오른쪽을 감아돈다”며 일반적으로 이 두 개의 능선을 양 옆에서 성북동을 수호해주는 ‘좌청룡·우백호’로 본다. 성북동의 단점은 기(氣)가 세다는 것. “흙이 두껍게 덮여있지 못하고 땅이 척박하기 때문에 일반 백성들에겐 맞지 않는 땅”이란 것이다. “지기(地氣)는 쇠약하나 양기(陽氣)는 왕성하다”는 성북동은 땅 기운의 특성상 “음풍농월을 즐기는 고관대작들에게 적합한 곳”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자택
“북한산이 뒤에서 든든하게 호위”
▲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자택. /유창우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박 회장 자택은 웅장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아담한 인상을 줬다. 깨끗하게 손질된 대문과 하얀 담장, 그 위로 드리워진 초록빛 나무가 조화를 이뤄 화창한 봄날의 느낌을 줬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주택가 사거리에 자리하고 있지만, 지나는 차량이 드물어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감시카메라는 여러 대 보였다. 하지만 특별히 고용된 사설 경비원도, 방범요원도 눈에 띄지 않았다.
풍수에선 뒤를 받쳐주는 힘이 약하면 집 주인의 추진력이 약해지며, 앞에서 호위하는 힘이 약하면 큰 부를 이루기 어렵다고 본다. 박 회장 자택에 대해 박민찬씨는 “북한산이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고, 산 봉우리가 집 앞쪽에 놓여 있어 집을 호위하고 있다”며 “양택으로는 상당히 좋은 터”라고 말했다.
서울 구기동·평창동
`불꽃 모양의 봉우리 첩첩… 유달리 기가 센 지역
“정치인은 구기동, 예술인은 평창동 맞아” 속설도
구기동과 평창동엔 풍수와 관련된 여러 속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평창동은 문화·예술가에겐 좋지만, 정치인·공직자에겐 좋지 않다”는 것이다. “비봉·보현봉·형제봉·문장암 등 불꽃이 피어오르는 형상을 한 봉우리(火山)로 첩첩이 둘러싸여 유달리 기가 센 지역”이란 것이 그 이유다.
고 김윤환 의원은 생전에 “평창동은 기가 세서 정치인에 좋지 않다”고 자주 말했다 한다. 실제로 평창동에 자리잡은 정치인들은 상당수 불운을 겪었다. 최형우 전 의원은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서석재 전 의원은 장관직에서 물러나 좌절을 겪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와 권노갑 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옥고를 치렀다. 그들은 이후 모두 평창동을 떠났다. 이들의 이사 배경엔 풍수지리에 밝은 한 승려의 조언이 있었다는 말도 나돈다.
반면 구기동은 “북한산 비봉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두 용맥(龍脈) 사이에 위치한 ‘옥녀직금형(玉女織錦形)’ 명당”이라고 한다. “옥녀가 베틀에 앉아 비단을 짜는 형국이니 유명인사를 배출할 터”라는 것이다. 풍수가들은 일반적으로 “구기동은 평창동과 이어져 있지만 다르다”며 “정치인과 공직자에겐 구기동이 맞고, 문화·예술인에게는 평창동이 맞는다”고 말한다.
조양호 한진 회장 자택
“북한산이 좌청룡·우백호로… 재운 강해”
▲ 조양호 한진 회장 자택. /유창우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조 회장의 자택이 위치한 구기동 계곡은 호젓한 유원지 같은 인상을 풍겼다. 집 옆으로는 개울이 흐르고 있었고, 왼쪽 옆 언덕 위로는 커다란 사찰이 자리잡고 있었다. 빼곡하게 서 있는 나무들은 ‘이곳이 서울 도심 맞나’ 싶은 생각마저 들게 했다.
박민찬씨는 이 집에 대해 “북한산 자락이 내려와 좌청룡·우백호를 형성하고 있다”며 “자리를 잘 잡은 집”이라고 말했다. 그는 “좌·우 양쪽에서 산자락이 집을 보좌해주는데다 개울이 부드럽게 감돌며 흘러가는 길지”라며 “뒤에서 산자락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앞에 보이는 산이 확실하게 집을 감싸주니 재운도 강하다”고 말했다.
서울 가회동
‘최고 명당’ 경복궁과 창덕궁 중간에 위치
`북한산 응봉이 뒤 받쳐주는 양반 동네
가회동은 ‘한국 최고의 명당’으로 꼽히는 경복궁과 창덕궁 중간에 위치했다. 이곳은 조선의 조신(朝臣)과 양반, 그중에서도 특히 문반이 많이 살았던 곳이다. 북쪽으로 삼청동, 남쪽으로는 계동·재동과 접해있는 이 지역은 조선 500년 역사의 주요 무대였다. 대표적 사례의 하나가 계유정난(癸酉靖難). 1453년(단종 1년) 수양대군파가 단종을 보필하는 황보인을 유인해 살해한 사건이 이 일대에서 벌어졌다. 당시 “흘러내린 피가 내를 이뤘고, 비린내를 참지 못한 사람들이 뿌린 재가 이 일대를 덮었다”해서 ‘재동’이란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현재의 명칭 ‘가회동’은 조선시대 수도의 행정단위였던 가회방(嘉會坊)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산 응봉이 뒤를 받쳐주고 있는 이 일대는 “오랫동안 서울의 정치·문화·행정 중심지 역할을 해 온 길지”로 꼽히고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 자택
“남산과 인왕산이 둘러싼 천혜의 길지”
▲ 김승연 한화 회장 자택. /이상선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김 회장 자택은 집이라기보다 타운에 가까웠다. 자택 중심으로 그 주위에 한화가 건립한 외교단지가 조성돼 있는 데다, 자택으로 진입하려면 이 단지를 지나가야만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자택 내부엔 4~5개동의 건축물이 들어서 있고 그 주위를 수십 그루의 소나무로 이뤄진 솔밭 언덕이 감싸고 있었다.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거주하는 자택뿐만 아니라 영빈관, 집무실 등도 함께 들어서 있다”고 말했다.
김성수씨는 “남산자락이 부드럽게 자택 앞쪽을 감싸고 도는 데다 인왕산 자락이 뒤편을 받쳐주는 천혜의 길지(吉地)”라고 말했다. 박민찬씨는 “잘난 사람이건 못난 사람이건, 좋은 자리에 집을 지으면 발복하게 된다고 보는 것이 풍수 이론”이라며 “양택(집)의 풍수는 소유자가 아니라 현재 그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집에 대해 “앞·뒤 양쪽에서 갈라져 내려온 산줄기의 중심에 집이 위치하고 있다”며 “대단히 좋은 자리”라고 평했다.
| 명당과 재운 |
“일종의 자기 암시… 좋다고 믿는 곳이 길지”
풍수가들은 ‘사람이 선하든 악하든, 노력을 많이 하든 적게 하든 관계 없이’ 명당을 무덤터로 쓰면 후손이 잘된다고 본다. 황당해 보이는 이 논리를 풍수에선 동기감응(同氣感應)이라 한다. 근거는 앞서 언급한 청오경이다. 이 책 원문엔 “부귀가 길게 이어지는 자는 돌아가신 혼령의 혈에 길한 음덕이 들어갔기 때문”이라며 “혈이 길하고 온화하면 부귀가 끊임없을 것이나 그렇지 못하면 자손은 외롭고 가난해질 것”이라 적혀 있다.
‘풍수 교과서’로 불리는 금낭경에도 유사한 대목이 있다. 이 책엔 “사람은 모두 부모의 몸으로 인하여 삶을 받았기 때문에 부모의 유해가 기를 얻으면 그 남긴 바 몸인 자식은 음덕을 얻는다”고 적혀 있다.
풍수가들은 “밤을 따다 집에 놓아두면 밤나무에 꽃이 필 때 그 밤에서도 싹이 난다”며 “본성의 근원이 기를 얻으면 그 자손도 기를 얻는다”는 논리로 동기감응을 해석하고 있다. 이들은 이같은 논리로 “명당 터를 골라 조상을 매장하면 발복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학자 박제가(朴齊家·1750~1805)는 “매장이 아니라 화장, 조장, 수장을 하는 나라에도 인간이 있다”며 “흥하고 망함과 가난하고 귀함은 천도의 자연일 뿐이며 장사 지낸 무덤과 관련된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풍수지리가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는 “동기감언설은 일종의 자기 암시” 라며 “나도 죽은 뒤엔 화장(火葬)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weekly chosun 2047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