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맞는 사주
'발길로 차려무나, 꼬집어 뜯어라~'하는 '꼬집힌 풋사랑'이란 노래가 있었다.
곡목도 그렇거니와 가사도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일제 때에 꽤나
인기를 끌던 노래였다. 요즘도 나는 그 노래를 생각하면 묘한 상념에 젖어든다.
왜냐하면 여자에게 꼬집히는 남자의 사주가 따로 있을 뿐 아니라, 그 노래
가사의 구구절절은 명리학에서 어떤 유형의 사주풀이와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TV에서 매맞는 아내의 실태를 심도있게 다룬 프로를 본 적이 있다.
한양대 김광일(金光日)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남편에게 구타당한 여성의 25%는
골절상 등 3주 이상의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중앙일보 5월13일자 17면)
어느 여성 단체는 학력이 높을 수록 맞고 사는 경우가 많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하여 우리를 놀라게 한 바도 있다. 가정폭력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이 현실이다.
사주에 '매맞는 팔자'가 따로 있는데 고약한 팔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여자는 남편한테 얻어 맞고, 남자는 여자에게 꼬집히고 할키우게 된다.
내가 근 30년 세월을 임상한 결과로는 매맞는 사주의 유형이 몇 가지 있지만,
그 중에도 괴강봉충(魁강逢沖)한 사주가 제일 많이 맞고 산다는 것이다.
괴강이라 함은 육십갑자중에서 경진(庚辰),임진(壬辰),무술(戊戌),경술(庚戌)의
네 가지를 말하며, 사주의 연 월 일 시 어느 곳에 있어도 괴강으로 보는데 일주
(日柱)에 있는 괴강이 제일 강하다
이러한 사주가 신약하고 형충파해를 당하면 이상한 화를 당하게 되는데, 형충을
당하는 곳이 배우자의 자리이면 여자는 남편에게 매를 맞고 남자는 여자에게
꼬집히게 된다는 것이 명리학적인 해석이다. 반대로 신왕한 사주는 상대방을
때리고 꼬집게 된다. 쉽고도 간단한 이론이지만 실제 임상에서 찾아내기는 매우
어렵다.
내가 친구들과 잘 다니던 한남동의 어느 요리집에 갔을 때의 일이다.
처음 보는 여자가 음식을 가지고 들어오는데 그 집에 온지 며칠 안 되었다고 한다.
마침 만세력을 가지고 있던 참이라 그 여자의 사주를 보았더니 바로 괴강봉충하는
사주였다. "자네, 남편한테 매맞다 왔지?" 했더니, 금새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도망치 듯 나간 후 다시는 들어오지 않았던 일이 있었다.
괴강사주에 관한 이론은 일본의 대가였던 아베(阿部)의 이론이 가장 자세하다.
그에 의하면 괴강사주의 특징은 바로 성격에 있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독선적이며,
어디에서건 반드시 자기만이 우두머리가 되어야 하는 기질이다.
이러한 괴강사주가 격국이 잘 구성되면 지배자로서 부귀도 누리지만, 파격이 되면
매사에 트집잡기나 좋아하고 이겨야 직성이 풀리며, 상대를 미워해야 밥 먹은게
소화되고 미워할 대상이 없으면 옆집 강아지라도 걷어차는, 말하자면 놀부같은
성격 파탄자가 된다. 여자는 미어선소(未語先笑)라 하여 말보다는 생글생글 눈웃음이
앞서며 교태가 만점이지만, 본성은 남편의 말을 일단 무시하고 보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성격상의 결함을 타고난 사주가, 배우자궁이 형충을 당하게 되면 상대방을
때리거나 맞게 된다는 것이 명리학적인 해석인데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논리이다. '성격은 운명을 지배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뒤집어서 해석하면 성격을
개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본다는 말이다. 원만한 성격은 인생을 원만하게
살아가고 모난 성격은 모나게 살아가기 마련이다. 결국 때리고 맞는 팔자는 성격상의
결함을 극복하지 못한 데어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운명'이라고 할 때의 '운(運)'은 동적이며 가변적인 것을 의미하고, '명(命)'은
정적이며 고정 불변을 의미한다. 다라서 운명이란 하늘에서 주어진 것이며, 동시에
스스로 창조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명운'이라 하지 않고 '운명'
이라고 조어(造語)하여 '운'자를 앞에다 놓고 쓰는 이유도 인간이 부단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리 박재완 선생님께서 일찌기 「환혼동각론」(幻魂動覺論 - 사주 이전에 개인의
운명을 지배하는 네 가지 원칙)을 말씀하셨는데 이 중에서 '각(覺)'이 바로 스스로
창조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인내와 겸양을 갈고 닦으면 때리고 맞는 불행한 일이 생길 리 없다.
그래서 나는 궁합을 보러오면 좋은 궁합이라 하더라도 사주를 보고 남녀의 인성
(人性)을 먼저 파악한다. 명리로 예측할 수 있는 두 사람 사이의 성격적인 문제를
미리 알려주고, 보잘 것은 없지만 칠순을 앞둔 나이에서 그동안 살아오며 보고 느낀
경험을 섞어 조언해 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기는 커녕 새치머리도 나기 전에 서로 때리고 꼬집어 뜯는
부부가 있다고 하는데, 이유가 어디에 있건 부부싸움에 폭력이 있어서는 안 될 말이다.
참다운 화합을 이루지 못하고 심각한 불화가 있는 가정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부부의
인연은 전생으로부터 온 것이다 (夫妻因緣宿世來)'라는 적천수의 구절을 다시 한번
상기 해 본다.
노석 류충엽
출처 : 매맞는 사주 - cafe.daum.net/dur6f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