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이 하늘의 변화를 읽어내는 연구분야로 본다면 땅에 대한 궁리를 하는 학문은 지리학(地理學)이라고 하겠다. 지리는 땅의 구조와 인간의 길흉화복에 대해서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해 나간 분야이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기문둔갑(奇門遁甲)과 풍수학(風水學)이 있다. 이 중에서도 기문둔갑은 상당히 독보적인 땅에대한 연구를 하는 분야인데, 이 학설에 의하면 땅의 기운은 네 개의 커다란 리듬을 갖고서 돌고 있다고 본다.
그 네개라는 것은 年을 위주로 하는 년반(年盤)의 흐름이 있고, 月의 흐름인 월반과 일의 흐름인 일반, 그리고 시의 흐름인 시반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네 개의 각기 다른 흐름은 서로 대립도 하고 보완도 하면서 땅의 위를 돌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와중에서 지금의 기운으 어떻게 변하고 있는 지를 읽어내고 내가 어떤 일을 성사하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야 할것이며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것인가 하는 점에 대한 자료를 제공해준다.
이 기문둔갑은 고래로 제왕학(帝王學)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이말은 왕들이 매우 애호한다는 의미인데, 제갈량이 이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고 본다. 삼국지에 나오는 돌무더기를 쌓아서 당시에 흐르는 기운을 모아서 마치 사람이 있는 것처럼 위장을 해서 조조를 속였다는 이야기도 바로 기문둔갑의 활용으로 이해가 된다.
기문둔갑에서는 개인적인 특성은 없다. 군대에서의 병졸 개개인의 특성이 무시되는 것과 비교가 됨직도 하다. 그래서 전쟁터에서는 유용하게 쓰였지만 태평시대에서는 좀 무리가 따랐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개인용으로 변형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되는데 그러한 와중에서 기문사주(奇門四柱)라는 극히 개인적인 운명학이 발생하기도 했던것 같다.
일본에서 발간된 서적 중에서 '기문둔갑 개별용비의(奇門遁甲 個別用秘義)'라는 책을 통해서 제기된 이론에서는 기문둔갑도 개인의 용신(用神-명리학에서 다루는 영역)을 기준으로 길일이라던지 길한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이론이 있어서 흥미롭다. 이 이론을 보면 기문둔갑에서는 甲이라고 하는 한 글자를 제왕으로 받든다고 하겠다. 그래서 갑을 손상시키는 庚이라는 글자가 해당하는 방향은 매우 흉한 방향으로 지정이 되어있다. 그래서 기문둔갑에서는 절대로 좋은 결과를 원하는 일에선 사용을 하지 않게 되는데, 이 책의 저자는 자평명리학(子平命理學-우리가 배울 사주학문)의 용신론을 먼저 정하고 나서 사주의 용신이 庚金이라고 한다면 기문둔갑에서는 비록 나쁜 방향이라고 하는 암시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방향과는 달리 개인적인 길방향으로는 이 사람의 용신방향인 庚에 해당하는 곳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높았다고 임상실험을 발표하고 있다. 기문둔갑은 다른 말로는 방위학문이라고 하는 말도 있다. 그만큼 항상 방향에 대한 기운의 흐름에 민감한 학문이다.
기문(奇門)은 땅 위를 흐르는 기운을 감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고 생각된다. 그 기운은 크게 네가지의 흐름을 갖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가장 큰 흐름을 갖고서 느긋~하게 움직이는 것은 년반(年盤)이라는 도식에 의해서 읽어내고, 가장 빠른 흐름으로 하루에 열 두 번을 변화하는 움직임은 시반(時盤)이라는 도식으로 읽어낸다. 물론 이러한 각각의 년반, 월반 일반, 시반은 제각이 사용하는 것이 다른데, 그 구체적인 것은 생략한다.
간단하게 설명을 한다면 1년이상의 큰 일에 대해서 추리를 할 적에는 년반을 위주로 하고, 긴급을 요하는 일에는 시반을 기준으로 본댜는 것이 상식이다. 그래서 그 길흉의 암시에 따라서 각 방향을 취하는 것인데, 가령 팔문(八門)에 대한 것을 참고한다면, 기도를 할 적에는 생문(生門)의 방향을 취하고, 도망을 갈 적에는 두문(杜門)의 방향으로 도망간다는 것 등이다. 도망을 가는 사람은 두문으로 가야 하고, 맑은 기운이 필요한 사람은 생문을 취해야 하는데, 만약에 생기운을 취하는 사람이 두문의 방향으로 행하면 점점 기운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팔문에 대한 이야기도 전체의 기문둔갑에 있어서는 한 부분에 해당할 뿐이다. 그외에도 많은 참고사항이 있음은 물론이다. 이 중에서 어느 것을 취하고 버릴 것인지는 매우 고도의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 중에서 시가기문(時家奇門)이라고도 하는데, 시간의 기문형태를 기록해 놓은 것이 있다.
출처:낭월명리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