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괘는 상효와 중효가 음이고, 하효가 양이다. 옛사람들은 진괘를 보고 번개라 했다. 태괘에서 하나있는 음 위주로 본 것처럼 진괘에서도 하나 있는 양을 위주로 본다. 번개는 비가 오려고 하늘이 어두울 때(위의 두 개의 陰) 밝은 빛이 순간적으로 하늘을 가르고 땅에 벼락을 친다.(아래에 있는 陽)
진괘를 번개라고 해서 번개만 연상해서는 안 된다. 땅속에 겨울동안 묻혀 있다가 봄에 싹이 트고 있으나 아직 땅 밖으로 나오지 않은 것도 연상할 수 있다. 뱀이 겨울 동안 잠을 자다가 봄에 땅 밖으로 나오려고 꿈틀대는 것도 연상할 수 있다. 터지기 전의 화산의 가스와 용암이 틈새로 새면서 들먹들먹하는 것은 어떤가? 종기가 성할 대로 성해서 구멍이 생기고 고름이 나오려고 하는 것도 진괘가 대표한다. 우주의 만물에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패턴을 표현하는 괘가 어느 한가지 사물만 표상해서는 한자와 다를 바가 없다. 8괘 중에 한 괘는 우주의 모든 사물과 현상 중 1/8을 모두 표현하고 있으니 진괘를 번개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진괘의 형상은 번개이지만 작용은 움직임이 된다. 그 움직임은 위의 두음 사이로 뚫고 나오려고 꿈틀거리는 것이다. 새싹, 뱀, 용암, 고름이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고체(陰)을 뚫고 나오려는 움직임이다. 물리적 현상으로 말해보면, 물이 끓을 때 첫 번째로 올라오는 물방울의 움직임이기도 하고, 맥주병을 딸 때 나오는 기포의 움직임이기도 하다. 진괘와 효들이 정 반대인 괘는 손(巽)괘이다. 한 개 있는 음이 주체가 되나 음이라 큰 작용을 나타내지 못한다. 음은 주로 끌어 모으고 빨아들이는 작용이 있고 그 작용 방향은 하향해서 상효가 음이면 태괘처럼 작용이 크나 하효가 음이면 작용이 크지 않다. 작용 방향이 하향해서 밑에 있어서는 별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손괘의 형체를 보고 옛 사람들은 바람이라고 했다. 바람은 형체는 없는데 작용만 나타나고 그 작용은 주로 위에서 나타난다. 주로 물체들의 위에서 수평이동 하면서 작용이 나타난다. 다음 그림을 보면 손괘가 건물이나 바위, 산(陰)에서 수평으로 부는 바람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태괘에서 양들은 그릇(陰)에 담겨 있고, 연못(陰)에 고여 있고, 연료탱크(陰)에 담겨있지만 손괘에서 양들은 그릇, 연못, 연료탱크 밖에서 나와서 흩어져 있고, 탱크밖에 나와서 활발한 작용을 하고 있다. 진괘에서 밑에 있는 한 개의 양은 나와 보려고 꿈틀대지만 손괘에서 위에 있는 2개의 양은 음의 제지에서 벗어나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진괘의 작용을 움직인다고 하고 손괘의 작용도 움직인다고 한다. 그러나 그 움직임의 방향이 다르다. 진괘에서는 양이 뚫고 나오려고 하는 움직임이니 그 움직임의 방향이 수직이고 손괘에서는 움직임의 방향이 수평이다. 이미 뚫고 나와 흩어져서 일어나는 움직임이니 그 움직임의 방향이 수평이다. 진괘에서는 움직임의 한곳에 집중되어 있지만 손괘에서는 그 움직임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 한의학에서는 병의 원인을 크게 6가지로 분류하는데 그 중에 풍이라는 원인이 있다. 풍은 병의 증세가 갑자기 나타나고 병소가 어느 한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여러 곳에 흩어져서 나타나는 것을 일컫는다. 종기처럼 한곳에 발열하지 않고 몸 전체가 발열하고 신체 여러 부분이 아픈 감기도 풍에 의한 것이고,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진 후에 신체 여러 부분에 다발적으로 마비가 오는 뇌혈관장애(stroke)도 풍에 의한 것이며 신체 여러 부분에 발진이 생기거나 염증이 생기는 알러지성 피부병도 풍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질병을 팔괘로 분류한다면 손괘에 해당하는 질병들이다.
인도에서는 우주의 만물이 地水火風 네가지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것은 사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진괘, 손괘가 모두 風에 속한다. 모두 움직이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건괘, 곤괘는 地에 속하고, 감괘, 태괘는 水에 속하고 이괘, 간괘는 火에 속한다. 地水火風을 물질의 원소로서 물질적 관점에서만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용적 관점에서도 생각해 보면 8괘에 매치 시킬 수 있다. 건괘는 하늘이고, 곤괘는 땅인데 地라는 것은 사람이 살고 있는 환경을 뜻함으로 건괘와 곤괘가 地에 속한다. 실제로 하늘을 구성하는 별들은 흙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감괘는 水이므로 水에 속하고, 태괘는 연못이나 바다이므로 水의 그룹에 속한다. 이괘는 火이므로 火에 속하고 간괘는 땅에서 하늘로 솟아오르는 형체와 작용이 있어 火에 속한다. 형체에 의한 팔괘의 배열도인 복희팔괘도에서는 진괘와 손괘가 서로 효가 반대가 되기 때문에 대립적으로 배열시켜 놓았지만 작용에 의한 8괘의 배열도인 문왕팔괘도에서는 진괘와 손괘가 움직임이 활발한 위치인 동쪽과 북동쪽에 이웃시켜 배열해 놓았다. 건과 곤도 복희팔괘도에서는 대립시켜 놓았지만 문왕팔괘에서는 움직임이 형체로서 수렴된 위치인 남서쪽과 북서쪽에 이웃시켜 배열해 놓았다.
진괘의 움직임은 주위의 음에 의해 제어된 움직임이나 집중된 움직임이기 때문에 파괴력이 있다. 손괘의 움직임은 아래의 미약한 음의 통제를 벗어난 양의 움직임이기 때문에 뿌리가 없는 움직임이라 힘이 없어 파괴력이 약하다. 그러나 바람이 작용하는 방향이 한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바람(陰)을 만나면 본래 미약한 음이 회복되면서 무서운 파괴력의 토네이도(북미의 회오리 바람)로 변한다. 통제력을 벗어난 움직임은 모두 손괘에 속한다. 한국에서는 불륜의 연애를 하는 것을 바람피운다고 한다. 자기 집이라는 음적인 장소에서 섹스(움직임)을 하지 않고 밖에서 섹스를 하기 때문에 바람이 본래 생긴 곳을 떠나 떠도는 것과 같다. 여자가 집에서 살림살이에 마음을 두지 않고 밖의 사회생활에 마음을 두면 바람이 들었다고 한다. 풍선에 헬륨(helium) 가스를 불어넣어 끈(陰)을 달지 않았을 때와 같은 움직임이며 손괘에 해당한다. 수직 움직임이라도 통제 구역이 없으면 바람이다. 사회생활에서 나타나는 주식이나 부동산 투기 붐(boom)을 바람이라고 한다. 빨리 왔다가 빨리 사라지는 것이 정처(陰)없이 흘러 다니는 바람과 같은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가수나 배우가 자기의 작품이 대중의 인기를 얻는 것을 뜬다고 한다. 대중의 인기가 급속히 왔다가 정처 없이 흘러 다니다가 급속히 가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손괘에 속하는 움직임이다.
움직임 중에 자동차나 탱크의 움직임은 수평운동이지만 무거움(2개의 陰) 속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이라서 진괘에 속한다. 군대가 행진하는 것은 통제된 움직임(음)이기 때문에 진괘에 속한다. 데모나 인기가수의 야외 음악회에 모여든 군중의 이동은 통제되지 않은 움직임이라 손괘에 속한다. 직장 상사가 자기에게 못되게 구는 것을 보고 속을 부글부글 끓이는 것은 통제된 행동이며 진괘에 속하나 화를 내고 감정이 폭발해서 행동을 취하는 것은 손괘에 속한다. 화를 내고 날뛰다가 여자는 울고(陰) 남자는 다리(陰)에 힘이 없어 주저앉아 있거나 찬물을 마시는 것은 모자란 음을 손괘에 보충하기 위한 것이다.
진괘에 해당하는 동물은 용이다. 용은 물속에서 100년 이상을 사람 눈에 띄지 않고 산다. 물 속의 늙은 어류나 뱀과 악어 같은 파충류가 변해서 용이 된다. 용의 왕은 수중 세계를 다스린다. 용은 사람 눈에 띄지 않고 하늘로 올라가야 신이 되고 영원히 살 수 있다. 용은 하늘로 올라가는 그날을 위해서 아주 오랫동안 물 속에서 기다린다. 용이 용으로서의 가치는 물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것과 물 속에서 오래 기다리는 것에 있다. 진괘에서 위의 두 陰은 물 속을 뜻하고 맨 아래의 陽은 물 속에 숨어서 꿈틀대는 용을 상징한다. 용이 물 밖으로 나가 하늘로 오르려고 하는 작용이 진괘에 잠재된 작용이다.
밝은 깨달음(음에 의해 가려지지 않은 순 양의 상태)을 얻기 위하여 자궁에 해당하는 아랫배 가장 깊숙한 곳에서 생기(life 에너지)를 키우는 수도자를 용에 비유한다. 어렸을 때부터 어려운 의사나 변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기 위하여 오랫동안 공부하고 있는 수험생도 용에 비유한다. 백성들이 원하는 바를 모아서 하늘에 비는 제정일치 시대의 왕도 용에 비유한다. 모두 진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손괘에 해당하는 동물은 수탉(rooster)이다. 닭은 체구에 비해 울음소리가 아주 크고 널리 퍼진다. 그리고 지나치게 흥분되기 쉽고 용맹스러워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싸운다. 닭으로 볼때는 실속 없는 싸움이다. 이런 수탉의 성질과 같은 필요 이상의 과도한 행동이 손괘에 해당한다.
진괘는 장남에 비유된다. 장남은 동생이 둘 있는 집안의 장남이다. 동생들을 보살피기 위해서 부지런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 장남(진)은 아버지(건)가 되기 위해 아버지의 책임감과 행동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여동생이 둘이 있기 때문에 이런 남자다운 행동은 더욱 돋보인다.
손괘는 장녀에 비유된다. 장녀는 남동생이 둘 있는 집안의 장녀이다. 잠재된 강한 에너지의 발동에 의해서 통제력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동생들을 부드럽게 타일러야 한다. 동생들의 활동이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온갖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 이런 일은 어머니가 하는 일로서 장녀(손)는 어머니(곤)가 되기 위해서 어머니의 일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아직은 어머니의 역할을 하는데 있어서 실수도 많고 힘도 적다.
태괘는 연못이고 간괘는 산으로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고, 진괘와 손괘는 움직이는 성질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