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신(六神)
육신(六神)에는 비견, 겁재, 식신, 상관, 편재, 정재, 편관, 정관, 편인, 인수의 십종(十種)이 있다. 이 중 비견 겁재는 격(格)을 이루지 못하므로 제외하고 정재와 편재는 재성(財星)으로 편인과 인수는 인성(印星)으로 서로 작용이 같다 하여 묶어 식신(食神), 상관(傷官), 재성(財星), 정관(正官), 편관(偏官), 인성(印星) 이렇게 여섯 가지로 육신을 정하고 있다.
육신을 표출(表出)하는 방법은 일간을 위주로 각 글자의 간(干) 대 간(干)을 대조하여 일간과의 오행 작용과 음양 구분으로 정해진다.
비견(比肩) - 일간과 오행이 동일하고 음양이 또한 같은 것.
겁재(劫財) - 일간과 오행이 동일하나 음양이 다른 것.
식신(食神) - 일간이 생하는 오행으로 음양이 같은 것.
상관(傷官) - 일간이 생하는 오행으로 음양이 다른 것.
편재(偏財) - 일간이 극하는 오행으로 음양이 같은 것.
정재(正財) - 일간이 극하는 오행으로 음양이 같은 것.
편관(偏官) - 일간을 극하는 오행으로 음양이 같은 것.
정관(正官) - 일간을 극하는 오행으로 음양이 다른 것.
편인(偏印) - 일간을 생하는 오행으로 음양이 같은 것.
인수(印綬) - 일간을 생하는 오행으로 음양이 다른 것.
육신은 사주 판단의 단식 추론법에 널리 활용되며 통변술(通辯術)의 직접적인 재료가 되므로 음양과 오행 생극제화의 이치에 따라 조금만 궁리해보면 상대의 성정(性情)이나 육친의 희기(喜忌) 유무 등을 읽어 내릴 수 있다. 그러나 단식 추론법은 그 한계가 엄연하므로 결국 사주추명술의 요체라 할 수 있는 성패(成敗)를 가늠하는 단계에서는 상대적으로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현대 명학에서는 격(格)을 정하는 원칙이 월지의 장간만을 중요시하는 관법에서 나아가 명식에서 주도 세력을 형성한 육신에 따라 정해지므로 각 육신별 성격을 음양 오행 원리에 따라 잘 관찰해두면 단식 추론이 한결 수월하다. 육신의 응용 법을 살피면 사주 추명이 곧 철저히 음양오행의 원리를 바탕으로 연역함이지 통계적이거나 경험적인 이론 체계가 아님을 인식할 수 있다.
1. 비견(比肩)
양간의 비견은 앞으로 나아가려는 기상으로 자력으로 전도를 개척하는 기질을 함유하며 음간의 비견은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전형으로 내면이 완고하고 집요하다.
남성의 경우 비겁성이 많으면 여성과의 관계에 장애가 발생할 확률이 높으며 행운(行運)에 식상성인 시기를 선택하여 결혼 적령기로 간주하는 것이 적합하다.
여성의 경우에도 관성(남편)을 생부할 재성이 상대적으로 힘을 상실하므로 좀체 내조하는 화합을 찾기 어렵다.
2. 겁재(劫財)
일간과 유정(有情: 음양의 결합) 관계를 형성하면 그 에너지가 더욱 강대해지므로 강렬한 개성의 소유자가 된다. 이는 길흉, 선악의 구분이 뚜렷한 경향으로 발현되며 추진력이 있고 적극적이거나 제멋대로이거나 이기적인 둘 중 하나이다. 특징은 재(財)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있어 도박 등의 투기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명식에 재성이 있으면 항시 재물 산실의 리스크가 존재하며 이는 식상성으로 해소함이 최선이다. 또한 재성은 오체와 영양을 주관하므로 육체가 힘을 잃는 이치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3. 식신(食神)
식신의 입장은 일주가 알아서 생성한 것으로 자신이 힘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손에 들어온다는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좋아하는 일과 생활이 일치되는 행운이 따르며 복록이 두터운 성분이다. 다만 주의해야할 것은 식신의 삶이 주위에 미치는 영향으로 자신도 모르게 주위 사람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점에서는 육신 중 식신이 가장 심하다. 무슨 일이든 자신의 기준에서 생각, 판단하며 남의 이목이나 미칠 파장 등을 고려치 않는 무신경함이 있다. 인격이 한쪽으로 치우치기 십상이고 내심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며 자기의 세계를 빠져나오기를 거부하는 성향을 갖는다.
4. 상관(傷官)
일간과 유정의 관계를 형성하여 일간의 소모가 확실하게 나타난다. 심신이 쇠약해지기 십상이고 일간이 확실히 피해를 입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구덕(口德)의 흠이 있다 하여 말로써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경향이 있으며 자연 고립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일주의 에너지를 급속히 수렴한 만큼 머리 회전이 빠르며 총기 발랄하여 지적, 재능 면에서는 제일다. 다만 식견이나 재능을 숨겨 두지 못하고 그것을 드러내며 알면 나타내고 싶으므로 논쟁을 즐기고 반론을 제기하는 상대는 적으로 규정하여 제압하려는 속성이 강렬하다.
5. 편재(偏財)
무정(無情: 陰과 陰, 陽과 陽의 관계)의 극(剋) 관계인 편재는 그것이 엄밀하게는 자기의 재물이 아니다. 공유 재산을 운용하여 큰 재물을 형성하기도 하며 부정적인 경우로는 큰 채무에 시달리거나 심각한 지금 조달에 허우적거리는 경우로 나타나기도 한다. 교제나 유흥에 지출을 아끼지 않으며 남과의 거래를 곧잘 하는 산뜻한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재성이 태과(太過)하면 색정의 화가 있을 암시가 강하며 편재의 성분이 허약하게 나타나면 군겁쟁재(群劫爭財)의 위험성을 무시할 수 없다.
6. 정재(正財)
정당한 절차에 의해 얻는 재물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인격상의 성실성과 견실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안정되고 착실한 형태를 지향하여 가급적 모험을 하지 않는다. 다만 이상적인 성향에 비해 통속적인 사고 구조를 갖기 쉽고 정재와의 간합(干合) 현상 시 투합(妬合)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은 음양이 서로 끌어안고 온전한 우주의 형상을 이루는 태극의 모습이 1양 1음의 형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관(官)을 보면 재(財)를 먼저 이루고 관(官)을 주도하는 순리부귀(順理富貴)의 참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7. 편관(偏官)
무정의 극 성분인 편관은 적장(敵將)에 비유될 수 있다. 원래 적이었던 상대를 잘 흡수하면 본래의 가신을 능가하여 용맹, 과감성의 발현으로 일간의 권위와 직책을 급부상시킬 수 있는 반면 반역하게 되면 일간의 명맥을 끊을 수도 있는 강렬한 성분이기 때문이다. 권력을 자향하는 속성이 있으며 시운을 잘 타면 크게 발전한다. 상대를 압박하는 기운이 있으며 타고난 리더십을 보유한 장점과 사고 방식이나 행동에 있어 상식을 벗어난 행태를 보이는 단점이 공존하는 스타일이다. 특별히 편관과 겁재(양인)은 유정의 관계로 양인을 지배함으로써 권위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살(殺)은 인(刃)을 빌어 권위를 높인다.
8. 정관(正官)
자신을 다스리고 명예를 주관하는 인성(명예)를 낳는 성분인 정관은 예로부터 귀한 신으로 회자되어 ‘귀인’ 또는 ‘귀기(貴氣)라 하여 중시되었던 성분이다. 지성이 발달하여 매우 유능한 지도자 격으로 업무의 효율성과 절약을 중시하여 때로는 인색하다는 비난을 사기도 한다. 정관은 공의와 공론을 중시하며 정도를 가고자 하는 속성을 함유하나 겁재를 보게 되면 ‘인(刃)이 귀기(貴氣)를 훔친다’하여 신의와 정도를 잃고 권모술수를 사용하며 때로는 법을 위반하는 등 청렴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로 전락하는 수가 있다.
9. 편인(偏印)
명식에서 식신의 글자가 있을 경우 편인은 도식(到食)이라 하여 좋지 않은 의미로 해석되는 성분이다. 즉 재물을 낳는 식신의 복력(福力)을 떨어뜨린다는 의미와 또한 여성의 경우에는 자식을 의미하는 식상성을 해치므로 효신(梟神)이라는 별칭이 있다. 반면 상관은 잘 제어되므로 더할 나위 없는 총명성을 발휘하기도 하며 지성에 있어서는 걸출하다. 따라서 편인은 특수한 분야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는 독특한 성분으로 좋은 조건에 놓이면 비범한 발전을 도모하고 인기와 명성을 얻어 재(財)를 확득하게 된다.
10. 인수(印綬)
지(知)에 대한 욕구에서 편인이 종종 치우치고 쉽게 질리는 경향을 보이는데 비해 인수는 보다 실제적이고 합리적이며 균형 감각을 갖추고, 납득이 갈 때까지 파고드는 차이점이 있다. 대개 부모의 조력을 입고 혜택을 받는 환경 속에서 성장하여 자연 정이 많고 온화하며 선량한 인성을 갖추게 된다. 또한 지성이나 정조 면에서도 잘 발달한다. 따라서 인성을 파극하는 재성의 성분이 강한 여명(女命)을 자평서(子平書)는 음천한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대개 나의 이득에 관심이 많은 성분으로 이(利)에 밝고 금전 감각이 발달한 편이다.
★ 사흉신과 사길신
현대 사회는 봉건 시대와 달리 생의 행복 기준을 먹는 것(식신)에서 출발하여 , 저축(정재), 관리(정관), 명예(인수) 등에 두는 제한된 가치관을 벗어나 새로운 가치 체계를 형성한다.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는 분야의 특화된 지식(편인)에 비중을 두며 기술, 기예 등의 지식 산업(상관)이 번창하고, 재(財)를 단순 저축하기보다는 자산 운용(편재)에 더 가치를 두게 됩니다. 따라서 혈통이나 문벌, 행정 관료를 중시하던 사회에서 규정된 사흉신(四凶神), 사길신(四吉神)의 의미 구분이 별반 소용이 없는 추세이지만 실전에서 육신의 응용법 상 흉변길(凶變吉), 길변흉(吉變凶)의 묘리를 잘 살피면 고급스런 추론이 가능하다.
* 육신 상호간의 관계
좋은 관계
식(食) - 살(殺) - 인(刃)
편재(偏財) - 편인(偏印)
편인(偏印) - 편관(傷官)
나쁜 관계
인(刃) - 정재(正財) - 인수(印綬)
상관(傷官) - 정관(正官)
편인(偏印) - 식신(食神)
일반적으로 관살의 억제가 적절하면 그 사람은 정인군자형으로 온화하며 절도가 있고 대인 관계가 무난하다. 재성이 양호한 사람은 대체로 수완이 좋고 능력이 강하며 현대 사회에서는 후자가 더욱 각광받는 추세이다. 따라서 현재는 관살의 희기를 논하기 이전에 재(財)에 포인트를 두어 명식을 실피는 것이 더욱 유효하다. 물질만능사회에서는 도덕이나 인격 등의 균형감 이전에 능력이 우선시되는 세속적인 가치가 엄연히 존재하며 추명술은 실제 현상을 도외시하는 술법이 아니므로 판단시 무게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굳이 중요도 순으로 나열하면 1.재(財), 2.인(印), 3.관(官)이다.
현대 사회에서 관살의 유무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관살이 강한 기신이면 오늘날 생존 경쟁에 매우 약하다. 명식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재(財)와 인(印)이다. 인(印)은 요령과 기획력을 의미하며, 재(財)는 성실성과 실천력을 조율한다.
적천수는 출신론(出身論)에서 회재불우(懷才不遇)의 명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秀才不足塵凡者, 淸氣只嫌官不起 : 재능이 있어도 세상에 쓰여지지 못하는 회재불우의 명은 결코 평범한 명식이 아니며 그것은 월령이 희신을 극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관살을 기뻐하는 명식에 관살이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인(印)이나 관살 어느 한 쪽이 없는 명식이면 회재불우가 될 가능성이 짙으며 더우기 재(財)가 없이 비겁과 식상으로 이루어진 명식은 학술, 종교, 교육 계통 이외의 출세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