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신과 격국의 개념정리
명리학에서 용신만큼 설왕설래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명리서적조차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지 못하다. 연해자평에서는 내격 및 외격의 격국으로 논하고 있고, 명리정종에서는 용신이란 용어가 나오기는 하나 연해자평을 잇고 있으며, 적천수에서는 체용으로 설명하고 있다.
용신을 본격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책은 자평진전이다. 그러나 자평진전도 내격만을 중시하는 듯하며 음양오행에 치우친 유가적 설명이므로 완전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든다. 적천수나 자평진전의 방법으로 간명한다면 기껏 길흉만을 예견豫見할 뿐, 인간만사人間萬事의 자세한 추명推命은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책을 보는 사람마다 각자의 취향대로 용신을 정의하기 때문에 용신은 하나로 정의되지 못하고 각양각색이 된 것이다.
용신(用神)이란 단어를 분석해 보면 용(用)은 체용(體用)에서 나온 것이고, 신(神)은 십신(十神)<比劫食傷財官殺印>에서 나온 것이다. 사주 전체의 주(主)가 되는 것은 일주이니, 일주가 체신(體神)이 되고, 일주를 대표하여 활동하는 것은 월령(提綱)이니 월령이 용신(用神)인 것이다. 이러한 설명이 바로 적천수적 관점인 것이다.
연해자평에서는 ‘격국은 월령에서 나온다’라고 설명한다. 물론 내격일 경우이며 외격일 경우는 예외가 된다. 여기까지는 별반 문제가 제기되지 않으나 헷갈리는 원인 중에 하나는 일주의 희신과 월령의 희신<혹은 상신(相神)>을 용신과 구별하지 못한 데에서 용어를 잘못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적천수의 체용론에서 상세하게 설명한 내용을 곡해한 나머지 이러한 착오가 생긴 것 같다. 다만 적천수는 격국을 논하지 않고 격국을 용희기구구(用喜忌救仇) 등의 신(神)으로 대체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체용론의 내용을 단편적인 부분만 이해하였기 때문이다. 적천수에서도 분명히 “격국이 있어야 용신(희신)을 정한다”라고 하였다. 일주는 강해야 용신을 명령할 수 있으니 일주가 약하다면 일주를 돕는 희신 즉, 비겁이나 인성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또한 월령의 격국 역시 왕성해야 임무를 감당할 수 있으니 만약 월령의 격국이 약하거나 단독이라면 격국을 돕는 신이나 격국의 근이 되는 신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고서에서 희신이나 용신을 모두 용(用)자로써 함께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구별하기가 어려운 일이나, 이는 체신의 용신이 있고 용신의 용신이 있음을 알지 못한데서 생긴 착오일 뿐이다. 일주에게 용신이 있는데 또다시 일주가 약할 때 일주를 돕는 비겁이나 인성을 일주의 용신이라 한다면 한 자식에게 아비가 둘이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것은 희신을 가리키는 용신을 의미한 것이다.
체용론은 체에 용이 있고 용에 또 용이 있는데 ‘용신의 용’에서 용신을 가체신이라 하고 용을 희신이라 한다. 격국으로 간명한다면 이러한 폐단이 없다. 다만 용신을 정확하게 정해야 하는 조건이 따를 뿐이다. 다음의 ‘체용의 분별론’을 참조하기 바란다.
그러므로 체용론의 용신과 격국론의 용신이 다른 것이다. 체용론의 용신은 위에서 상술하였으니 격국론의 용신을 설명한다.
격국론에서 용신은 사주가 사용하는 신이라는 뜻이다. 즉, 일주와 격국은 정해진 것이다. 물론 격국은 변화할 수 있으니 예를 들자면 월지가 삼합하였거나 월령이 고립무원(孤立無援)하여 사용할 수 없거나 건록월겁격일 경우 등은 격국이 변화하였더라도 격국은 일정한 것이다. 이렇게 정해진 일주와 격국 중에서 일주가 약하다면 비겁이나 인성의 비조를 용신이라 하고 격국이 쇠약하다면 격국을 돕는 신이 용신이며 격국이 왕성하다면 이를 억제하는 신이 용신이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자평진전의 상신이나 적천수의 희신 등을 격국론에서는 용신이라 하며 ‘격국은 용신이다’라는 표현은 적천수식의 대체적 표현일 뿐 격국론에서는 이를 배제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