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직업은 조금 독특하다. 역술가. 시쳇말로 '인생 컨설턴트'다. 간혹 잘나간다는(?) 소리도 듣는다. 웬만한 거물급 인사라면 이 칼럼의 '이수'라는 이름 두 글자를 보고 흐뭇한 웃음을 짓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상담은 실로 간단한 과정이다.
만세력을 통해 사주팔자를 뽑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명'(命)을 보고 대략 판단을 내리는 데 10초 정도다. 다음은 구체적인 상담. 알고 싶은 포인트를 물어보는 단계다. 여기가 재미있다. 십중팔구 그 핵심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천기누설이지만 매경 독자를 위해 잠깐 소개해볼까. 남성들은 묘하게 대부분 여성과 재물에 대한 것을 묻는다.
옛말에 '부자는 호색(好色)'한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와 일맥상통하는 또 하나의 말. 영웅호색이다. 이 말은 과거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 할리우드의 톱스타, 스포츠 스타, 재력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연애나 정사에 관한 루머가 이를 증명한다.
팔자술(八字術)로는 이 이치를 쉽게 풀 수 있다. 사주팔자에서 재물을 의미하는 글자인 재성(財星)은 곧 이성(異性)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부자의 팔자는 '재기통문호(財氣通門戶)'라 해서 재물의 글자가 간지(干支)에 다 같이 유력하게 나타난 경우를 말한다. 한마디로 돈복이 있으면 자연 이성과의 연이 두텁게 된다는 얘기다. 재운이 오는 시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늘 재물 뒤로 이성의 운이 함께 고개를 들게 마련인 것이다.
그런데 부자만 호색하는 게 아니다. 잠깐 부자였거나 부자가 될 뻔한 이들 모두 호색하기는 마찬가지다. 본래 참다운 부자의 팔자는 호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성과의 인연이 좋게 작용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소위 거부(巨富)의 팔자를 타고 나면 아무리 많은 재물을 취한들 별반 탈이 나지 않고 종종 스캔들에 휘말린다 해도 원만하게 해결되기 쉽다. 사업 기반을 다질 때는 이성의 든든한 후원이나 조력에 힘입는 때가 적지 않은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팔자의 유형은 거의 예외없이 성공하는데 특히 내조(內助) 힘이 크게 작용한다.
거부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유형이 처가 도움으로 사회적 성공을 거두는 것이다. 역시 사주를 보면 예외없이 처덕(妻德)이 두텁게 작용하고 있다. 이것은 아마추어 술사도 능히 예견할 수 있는 기본적인 '추명'(追命) 단계다.
굳이 팔자 타령을 하지 않더라도 부자이거나 혹은 부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로 부자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독자 스스로 '부자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 바란다. 만약 배우자와 불화가 이어지면 재물을 잃는 뚜렷한 징후로 판단하면 된다.
직업이 역술가이다 보니 아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후배들을 종종 만난다. 이럴 때면 비단 부부간의 관계를 떠나 그 사람의 전반적인 안위가 걱정된다.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형편이 수습되지 않아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당장은 구설이요, 향후로는 터전의 상실까지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부자가 될 의지와 자신감이 충만해 신속하게 성과를 거둔 이들이 적지 않다.
필자의 후배 중에는 K가 대표적인 경우다. 특유의 재기와 친화력을 바탕으로 비교적 짧은 기간에 적지 않은 부(富)를 일군 것이다.
그런 K가 어느 날 갑자기 이혼한 사실을 밝혀왔다. '워크홀릭'이자 '드림홀릭'인 자신에게 헤어진 아내는 걸림돌과 같았다는 것이다.
짐짓 홀가분한 처지를 자랑하는 듯한 그의 태도에서 일순 불안감이 일었다. 더 문제는 후배의 태도. 도무지 남편 입장을 이해하지 못했던 전처에게 대폭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혼이 별스러운 일도 아니므로 실은 크게 문제삼을 만한 거리도 아니다. 어느 경우에는 이별이 상황을 호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불화나 이혼보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새로운 이성의 출현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있다. 자신이 이성의 도움을 받거나 서로 주고받는 것이 없는 평등한 관계라면 큰 문제를 일으킬 염려가 없지만 반대로 자신이 상대를 돌보거나 도움을 주는 경우라면 대단히 위험한 신호가 아닐 수 없다.
일방적으로 이성에게 베푸는 일이 잦은 사람은 설령 당장은 부자라고 해도 타고난 부자 팔자와는 거리가 멀다. 또 애초에 부명(富命)이라 해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면 운기(運氣)가 저조해지는 시그널로 보면 틀림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는 기쁨을 주는 존재에서 고통을 주는 존재로 변하게 마련이다. 뜻하지 않게 좋지 못한 소문이 퍼지면서 몰락을 자초하기도 한다. 이성 문제로 인한 추문이 사태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가는 것은 짐작 이상이다.
K가 그랬다. 일에 몰두하기 위해 이혼까지 마다하지 않은 친구가 어느새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애인을 만나 정을 쏟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따끔한 충고 한마디를 던졌다. "K! 올해 입추(立秋)를 넘기기 어려울 것 같다."
말이 씨가 된 것마냥 그해 입추를 지나자마자 K는 사소한 일이 계기가 되어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문객들에게 습관처럼 해주는 말이 있다.
아내가 즐겁고 편안해야 재운(財運)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아내로 인해 몹시 행복감에 젖어들 무렵이면 이미 부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대 오늘도 주식하랴, 부동산 보러 다니랴 정신없이 돈을 좇고 있다고? 하지만 부자가 되는 운기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모처럼 퇴근길에 꽃가게에 들러 향긋한 장미 한 다발 사들고 아내에게 다가가 보자.
입에 귀에 걸린 아내의 행복한 표정과 함께 그렇게 좇아도 멀어지기만 했던 재운이 서서히 그대에게 다가가고 있을 것이다. 행복은 항상 가까이에 있다.
[이지승 역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