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술가에게 배우는 실전 심리학 |
초인
2017-09-30 (토) 08:23
조회 : 1867
|
|
독심술에 가까운 심리학을 마케팅에 적용하는 방법
▣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당신이 소비자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5%뿐이다.’
이것은 하버드대 명예교수인 제럴드 잘트먼이 그의 책 (21세기북스 펴냄)에서 주장한 이야기다. 하버드대 마음·뇌·행동연구소의 소장이기도 한 그는 소비자(혹은 인간)가 이성에 의해 자기 행동이나 심리를 자각하는 것은 전체의 5%에 불과하고, 나머지 95%는 무의식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소비자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의식의 표면에 나타난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이나 동기가 아니라 소비자의 무의식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
이제 물건을 제대로 만들고 팔려면 소비자의 무의식까지 읽어야 하는 세상이다.
오늘날 심리학은 비즈니스 세계의 핵심을 이루는 거대한 학문이 되고 있다. 마케팅에서부터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심리학과 관련이 없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한정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의 생존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 예상되는 미래에는 세분화되고 다양하게 특화된 심리서적들이 출간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인간관계에 대해 가장 다양한 저작물들을 내놓는 나라가 일본이다. 특히 ‘마음을 읽는’다든가 ‘속마음을 훔치는’ 것과 관련해 경험과 심리학을 접목한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책 <콜드 리딩>(이시이 히로유키 지음, 웅진윙스 펴냄)도 그런 책들 중 하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좀더 노골적이고 영리한 스킬들을 소개한다. 서문에서는 이 책이 소개하는 기법들을 ‘선하게’(?)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실생활에 두루 활용할 수 있는 방법뿐만 아니라 때로 위험천만할 수 있는 방법까지도 언급하고 있다. 같은 풀이라도 젖소가 먹으면 건강에 이로운 우유를 만들고, 독사가 먹으면 사람을 죽이는 독을 만든다. 콜드리딩도 마찬가지라서 누군가를 속이거나 거짓말을 무마하는 등 나쁜 의도로 사용되기보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이 놀라운 설득의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본문 6쪽)
콜드리딩(Cold Reading)이란 말을 저자는 ‘대화 속에서 심리적인 트릭을 구사하여, 생면부지인 상대의 마음을 간파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일까지 예언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콜드리딩이 점술가, 종교창시자, 심령술사와 같은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가진 사람들의 비밀병기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서틀티’(subtlety)는 의식이 미처 손쓸 틈도 없는 순간적인 상태를 말하는데, 점술가는 서틀티를 이용해 고객의 심리를 훔친다. 점술가가 “왠지 붉은색이 떠오르는군요”라는 애매한 말을 던지는 순간, 점을 보러 온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붉은색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일들을 주욱 떠올린 다음 “아, 지난주에 <레드 바이올린>이란 영화를 봤어요”라고 정보를 던져주고 만다. 붉은 악마의 티셔츠, 넘어져서 무릎에 났던 피, 김치, 충혈된 눈 등 붉은색과 관련 있는 것들은 세상에 수도 없이 널려 있다. 점술가는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고객의 심리를 미묘하게 이용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얻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을 자신의 화술 안에 가둔다. 상대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수록 설득의 가능성은 높아지고, 이것을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콜드리딩의 기본 방법이다.
현대는 한 명의 개인이 수많은 사람들과 수천 가지 관계를 이루고 사는 다중 네트워크의 시대다. 소통의 도구와 장소들은 많다. 휴대전화, 인터넷 메신저, 블로그, 미니홈피, 동호회, 소비자모임 등등. 하지만 도구는 결국 도구일 뿐, 그 안에서 무엇을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는 막막하기만 하다. 소통을 넘어선 설득은 더 어렵다. 그래서 심리학은 지금 이곳을 파고들고 있다. 원래 이 학문의 고상한 목적이야 어떻든, 사람들의 실제적 필요가 이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은 점점 더 독심술에 가까워지고 있고, 어쩌면 우리는 상대의 미묘한 콜드리딩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런 실용 심리서를 읽어야 할지 모른다.
|
관련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