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명리학] 음양 부조화(不調和)의 시대
세계 도처에서 부(富)가 부서지고 있다. 일본은 끊임없이 가라앉고 있고, 독일은 일본의 리플레이 버전이 되었다. 그러니 전 세계는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라고 타령조의 눈빛으로 미국을 바라보고 않았다. 이것이 오늘날의 지구촌이다.
전 세계 주요 증시를 보면, 미국의 다우나 나스닥만이 아니라, 독일의 DAX 지수나 일본의 닛케이 지수도 한없이 나락으로 침몰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동력을 상실한 잠수함이 바닥을 알 수 없는 심해로 빠져드는 광경을 연상시킨다. 이에 비하면 우리 증시는 상당히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코스닥이 정점 대비 근 85%나 하락했지만, 이 또한 다른 나라 기술주 시장에 비하면 상태가 나은 편이다. 일본은 아예 나스닥 저팬을 폐쇄했고, 독일 역시 기술주 시장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 증시의 투자자들은 잠도 제대로 들지 못한다. 한밤중에 나스닥과 다우 지수가 오르는지 내리는지 때문이다.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에서 발표되는 각종 산업 지수들을 따라잡느라 여념이 없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거리일까?
최근 2년반 사이에 전 세계의 증시에서 증발된 부만 해도 십조 달러를 상회한다. 그런데 왜 이처럼 많은 돈이 깨어져 나가고 있는 것일까? 그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 세상에 부가 지나치게 많이 쌓였기에 스스로의 무게에 짓눌려 없어지는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다. 필자는 이를 두고 ‘자연 정화’ 작용이라 부른다.
현재 진행중인 이 정화작용은 1996년 병자(丙子)년부터 시작되어 2007년 정해(丁亥)년에 가서 끝나는 12년의 순환 주기에 해당된다. 그리고 이 12년 주기 중에서 금년 임오(壬午)년은 그 절반에 해당되는 지점으로서, 정화작용이 사람들의 눈앞에 가시화 되고 본격화되는 해에 해당된다. 일러서 충(衝)의 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래서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포감을 지니기 시작한 것이다.
이 12년의 순환이 시작된 1996년 병자년은 저번에 얘기했듯이, 미 연준의 그린스펀이 ‘비이성적 흥분’이 진행중이라고 지적했던 바로 그 해다. 정말이지 그 영감, 눈치가 여간 아니구나 싶다. 사실은 그 해부터 전 세계의 증시가 조정기로 들어갔어야 별 탈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런가! 갈 때까지 가서 끝장을 봐야지 반대의 흐름이 시작되는 것이다.
전 세계의 산업화된 나라들은 일본이 버블로 무너지자, 믿을 것은 미국밖에 없다 싶었던 것이다. 이에 미국 몰아주기로 나섰고, 나스닥과 다우, S&P 지수들이 일제히 하늘로 향해 로켓을 쏘아 올렸던 것이 이제 제 자리로 향해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이 올라갔던 것은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 하락이 제 자리에 와서 멈추지 않고, 지나치게 추락했다가 다시 제자리로 복원되는 법이다. 그것이 바른 이치다. 미국은 내년 7월에 정말 참담한 증시 바닥을 겪게 될 것이다.
한번 상기해 보라. 60년이라는 주기를.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무슨 일이 있었는가? 당시 전 세계는 제국주의 전쟁으로 불바다였던 것이 기억나는지. 60년 전 이 시점에, 독일 전차군단은 러시아를 밀어붙이고 있었고, 일본과 미국은 남태평양의 과달카날 이라는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하던 밀림의 섬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1996년 병자년의 60년 전인 1936 년은 히틀러가 라인란드를 강제로 점령하면서 2차 대전으로 들어가는 단서가 되었던 해이다. 그리고 그 60년 뒤에는 미국의 비정상적인 주가 상승이 시작되었다.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지만, 지금의 세계 운기(運氣)흐름은 그 때와 맥락이 같다는 사실을 한번쯤 짚어보자. 그러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작년 9월 11일에는 미국의 쌍둥이 빌딩인 무역센터가 테러로 날아갔지만, 그로부터 60년 전 12월초에는 진주만 기습이 있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당시는 제국주의의 패권 전쟁이었기에 해군 기지-해군은 제국주의의 심볼이다-를 기습했지만, 이번에는 무역센터였으니 전쟁터는 시장(market)이고, 시장주의에 대한 투쟁인 것이다. 이 싸움에서 미국의 상대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가 아니다. 그것은 상대를 잘못 짚은 것이다.
병자년부터 시작한 12년 순환 주기는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천간(天干)이 지지(地支)에 의해 극(剋)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병자년은 丙火가 子水에 의해 불이 꺼지고 있다. 좀 더 쉽게 표현하면, 땅 기운이 하늘 기운을 치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하늘과 땅이 서로 친화하지 않고 등을 돌리고 있는 형국이다. 가령 1998년 戊寅년은 무토가 인목에 의해 밑에서 공격을 받고 있으며, 기묘년 역시 기토가 묘목에 의해 극을 받고 있다. 이 12년은 모두 그렇다.
이는 겉으로는 정상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곪고 멍든 형국을 상징하고 있다. 좀 더 현대적인 말로 표현하면 성장 잠재력은 동이 났는데 억지 외형 성장만 거듭해 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1996년부터의 모든 성장은 속 빈 강정이라는 얘기인데, 그것이 허풍선이라는 것이 최근에 와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식의 성장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게 되면서 등장한 말이 최근 유행하는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용어다. 사실 이 용어가 나온 지는 한참 지났지만, 이제서야 성장 위주의 경제가 내포한 문제점들을 심각하게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GDP나 GNP니 하는 말들은 생산량을 의미하는데, 사실 이 말은 소비량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몇 퍼센트 성장이라는 말은 몇 퍼센트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지속적으로 소비를 늘린다는 것이 사실 말이 되는가?
인구 증가율 이상의 소비 증가는 그 과정에서 자연과 환경의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공공연히 석유 자원 확보라는 측면에서 기도되고 있다는 것. 좀 더 본질적으로 말하면, 친미 괴뢰 정권을 탄생시킨 후, 석유를 계속해서 싸게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 아닌가.
그러나 필자는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말 역시 본질적으로 거짓이라 본다. 오늘날의 세계는 왜 근검 절약하면 안 된다고 하는가? 휴대폰을 3년 쓸 수 있는 것을 왜 6개월만에 새것으로 교체하도록 만드는가?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소비량 증가가 인간의 삶에 얼마나 보탬이 된다는 것일까? 예전에는 과자도 그냥 봉지에 담아 팔던 것을, 오늘날에는 낱개 포장을 한 다음에 상자에 담아 판매한다. 그렇게 해서 생겨나는 것이 과연 부가가치인가? 비닐 포장지는 땅 속에 들어가 삭지도 않으니 환경만 오염될 텐데 말이다.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말은 환경을 보호해 가면서, 개발과 성장을 지속하자는 것인데, 돈과 이윤의 논리 앞에서 환경 보호라는 돈 안 되는 생각이 살아 숨쉴 공간이 어디 있기나 한가. 모든 CEO들은 엄청난 고액의 스톡옵션을 받고 극히 단기간 내에 기업의 실적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환경 보호가 웬 말인가. ‘주주 이익의 극대화’가 지상 목표인 오늘의 기업 환경에서 주주 이외의 요인이나 가치들이 무슨 구속력으로 작용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갈수록 세상은 질이 떨어져가고 있다. ‘아웃소싱’이 일반화되면서 모든 공해 산업은 중국이나 인도로 옮겨갔다. 공해산업이 특정 국가로 집중되다 보니, 그 해당국 들이 배출하는 공해물질은 실로 엄청나다. 분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바로 서해를 건너 중국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드는 공해 물질 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는 오늘이다.
또 전 세계 시장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1등만 살아남기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사실상 국경이 사라진 셈이다. 그 바람에 1등할 수 없다면 사업을 철수하거나 인수합병으로 넘기면서 툭하면 고용인들을 잘라버리는 구조조정이 이제는 당연시되고 있다. 그러자 직원들도 대응 전략을 세우게 되었다. 이제 충성심은 없다, 오로지 기회가 되면 더 나은 직장으로 옮겨가고자 혈안이 된 것이다.
이는 병법에도 어긋난다. 기업 경영이 갈수록 전쟁과 같은 양상을 띠어가지만, 장수는 스톡옵션을 받고 여차하면 다른 직장으로 옮겨갈 것이고, 병사는 충성심이 없으니 그 전쟁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다 보니 앞으로 1등 하자는 투지를 내기보다는 현재 1등인 곳에 수단과 방법을 가지리 않고 옮겨가서 적당히 녹을 받아먹다가 약간만 삐걱거려도 모두 꼬리를 말고 도망갈 판이지 않는가.
그러다 보니 이제 상호 믿음이나 충성심, 의무감, 투지와 정열과 같은 덕목은 사라지고, 모두들 스톡옵션에 미쳐 날뛰다 보니 결국 장부 조작이 만연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회계 조작은 탈세와 기업 오너의 비자금처리, 지분율 확보, 상속세 탈루 같은 방어적인 목적이었지만, 지금 미국의 회계 조작은 이처럼 또 다른 차원에서의 범죄 행위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는 여전히 반성의 기미가 없다. 성장이나 개발이라는 이데올로기에 발목이 잡혀있는 한 문제는 가시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2008년 戊子년부터 맞이하는 또 하나의 12년 순환주기에서 인류는 더 무서운 재앙을 만나게 될 것이다.
2008년 무자년부터 시작되는 주기는 천간이 지지를 극하는 시기이다. 지금은 지지가 천간을 극하는 시기이지만, 천간이 지지를 극할 때 더 가공스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1996년부터 2019년 己亥년까지 24년의 순환은 역사상 무수한 재앙이 온 지구를 덮었던 시기일 것이니 바로 음양이 불화(不和)하고 반목하는 기간인 탓이다.
필자는 이 시기에 끝나는 2020년부터 지금의 성장과 발전이라는 근대사에 나타난 이데올로기를 반성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시점으로 잡고 있다. 그리고 그 때는 우리가 통일을 이루고 양적 진보와 개발이라는 형식 논리에서 탈피하여, 진정으로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시기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
출처 : [김태규 명리학] 음양 부조화(不調和)의 시대 - cafe.daum.net/dur6f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