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론의 허실
森羅(삼라)의 운명은 시대와 환경의 영향에 크게 지배된다 할 것이고, 그 다음이 타고난 命理(명리)일 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명리가 森羅(삼라)에 영향을 끼치는 건 불과 삼사할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한다. 즉 타고난 사주팔자가 운명의 전부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前提下(전제하)에서 명리의 虛(허)와 實(실)을 논해보기로 하자.
대체로 사람들마다 사주팔자 사주팔자 하는데, 사주팔자가 몇 개나 되는지 제대로 아는 자가 몇이나 되는지도 모르겠다. 文庫(문고)에 가서 이 방면의 별아별 서적을 다 뒤져봐도 이에 대한 속 시원한 설명은 없고 오직 끝만 맞춰보려고 애쓰는 글들만 산재해 있을 뿐이다.
저 땅의 넓이를 알아보려고 이 각도로 재고 저 각도로 재어 잘 맞추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논리이다. 명리는 통계라 하고, 통계가 아니라 하기도 하고, 기준과 틀을 설정하여 놓고 그에 비례하여 판단해 보고자 하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곧 짜맞추어 놓고 어떤가를 보는 것이다.
책마다 보면 그 독특한 면을 내보인다는 것이 얼굴을 그리되 코가 있음 눈이 없는 것 같고, 눈이 있음 입이 없는 것 같고, 입이 있음 귀가 없는 것 같은 그런 글들만 가득할 뿐 후련하게 해주는 글은 어느 책에 봐도 없다. 그래서 두고두고 세상 멸할 때까지 연구과제요, 수수께끼 같은 문제에 해당된다 할지 모른다.
사주는 몇 개나 되나?
사주가 몇 개나 되는지 궁금함으로 알아 보기로 한다.
우선 하루를 놓고 보면 夜子(야자) 明子(명자) 논설을 따른다면 열셋이나 된다. [그냥 열둘이라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한달이면 육십갑자일이 모두 들 수 있음으로 곱하면 칠백팔십 개의 사주가 되고, 일년이면 열두달 월주를 세움으로 앞서의 숫자에다 곱하면 구천삼백육십 개가 되고, 육십갑자는 육십년마다 다시 들므로 육십해를 곱한다면 오십육만 일천육백 개가 된다. 즉 기본적인 사주는 오십육만 일천육백 개이다.
이것만으로 명리를 판단짖는 것은 아니다. 한해의 태양력인 절후의 관계이다. 대략은 삼일을 一歲(일세)운으로 하나, 절후날에 태어난 자와 그 이튿날에 출생한 자와 사흘날에 난 자의 命(명)이 어찌 같다 할 것인가? 한달 절후와 절후의 상간을 대략은 삼십일을 기준하나 지나간 甲子(갑자)년은 明年(명년) 雨水(우수) 절후가 섣달 그믐날이라 이를 본다면 극히 드믄 일이나 절후따라 流動(유동)되는 일수가 달을 전후하여 보름이나 열나흘 정도까지 미칠 수 있으니, 총계산 해본다면 달에 대한 절후의 영향이 육십일 내지 오십팔일까지 이른다 할 것이다. 앞 숫자에 육십일로 곱해보면 [이것이 과장된 표현인지도 모른다] 삼천삼백 육십구만 개가 된다 할 것이다.
여기서 또 끝나는 것은 아니다. 대저 하늘에 행하는 달이 그믐의 어둠과 영측의 월광색이 각기 틀리고, 引力(인력)으로 인한 潮水(조수)간만의 차이가 다름으로 인해서 그 영향이 사물에게 至大(지대)하게 끼치거늘 이를 빼어놓고 氣象學(기상학) 운운하는 것은 허튼 소리에 불과하다. 명리를 한다는 학자들이 대개 이를 무시하고 사주에 절후 運到(운도)하는 것만 갖고 논하는데, 그것은 時空學(시공학)은 될지언정 온전한 기상학에 이르진 못한다 할 것이다. 혹자는 그래서 음력 출생일 넣어서 판단하고자 하나 가만히 훑어보면 얕은 技工(기공)을 부린 것에 지나지 않으니, 왜냐하면 日柱(일주)를 제외하고 논하는 것을 보게되기 때문이다. 이는 머리회전 빠른 卜術家(복술가)가 길을 가다가 아무나 붙들고서 文書(문서) 없이 아는 소리 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에서 비롯되었다 할 것이다.
대저 같은 사주라도 달 초승에 난 자와 보름에 출생한 자와 그믐에 출생한 자가 어찌 운명이 같다 할 것인가? 큰달은 삼십일이고 작은 달은 이십구일로 계산을 한다. 그러므로 앞서의 숫자에다 곱셈을 하면 삼십일이라면 십억 일천 팔십팔만 개이고, 이십구일이라면 구억 칠천칠백 십팔만 사천 개이다. 이를 합하면 십구억 팔천팔백 육만사천 개이다. [*달의 대소는 어느 달만 크고 어느 달만 작다는 일정 규칙이 없다] 이상의 수를 본다면 실로 엄청난 수이다. 男順(남순) 女逆(여역)하면 또 倍(배)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끝나는 건 아니다. 시각의 初正刻(초정각)과 地藏干(지장간)의 등분이 있으며, 날이 또한 그러하며 달이 또한 그러하며, 육십갑자 년의 上中下元(상중하원)이 있다. 이런 것을 통틀어 곱한다면 무량수에 가깝다 할 것인데도 몇 가지만 예를 들어 나열해서 기준을 삼아 비기어본다는 것은 분명 호랑이를 개라 하는 수가 많을 텐데, 어찌 바른 관찰이라 할 것인가?
말이 窮(궁)한 命理家(명리가)가 産室(산실)의 大小(대소)와 産母(산모)의 머리방위와 氣候(기후)의 한온 청명 흐림 바람 비 뇌전 등을 들먹이며, 이건 길고 저건 짧다 분별하고자 한다.
남의 운명을 판다한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대략은 명리가들이 많은 경험에서 비롯된 통계적인 수치와 갖은 명리서의 관찰하는 방식에 의존해서 어림잡아 말한 것이 우연의 일치로 척척 맞아 들어가면 아주 잘 맞춘다 하고, 미래를 예견해달라 하면 그저 듣기 좋게끔 얼버무린다. 찰나순간에도 역사는 이루어져 공장에서 수많은 제품은 쏟아져 나오고, 저- 다리는 수년이 걸려야 준공 완성을 본다.
순간에 쏟아진 제품 못 하나만 갖고서 논한다 하더라도 어찌 시간 새에 쏟아진 모든 못과 운명이 같다 할 것이며, 또 모두가 다 틀리다 할 것인가? 시대와 환경과 작용에 의해서 賦與(부여)되는 命(명)은 각기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저- 宮殿(궁전)의 石柱(석주)는 기천년을 버티고, 저- 나무기둥 위에 박힌 못은 이와 저를 물게하여 오랜 세월을 버티게 하지만, 수년이 걸려서 완성된 저- 건물은 몇 년이 못가서 허물어지니 어찌 命(명)이 無常(무상)타 아니 하랴?
혹자는 호흡을 느리게 해야지 土星(토성)의 空轉(공전) 같이 오래 산다 하고, 또 혹자는 유근이 소부라 해서 억척같이 일만하면 평 부자는 되어 아쉬울 것 없다 하니, 한번쯤 새겨 들을만한 말일는지 알 수 없다 할 것이다. 想念(상념)이 힘을 붙들어 메어 엉겨붙게 하고 그를 믿는 힘 念力(염력)에 메여 이끄는 대로 좌지우지 하면서 맞는다 안 맞는다 할 뿐이다.
출처 : 운명론의 허실 (벽허) - cafe.daum.net/dur6f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