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에서 민준까지'…내 이름, 내 운명을 바꿀까?
이름은 그 사람과 마주치는 첫 번째 객관적 사항으로 그만큼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문에 이름에 대한 사람들의 애착은 새로울 것이 없다. 아직 엄마 뱃속에 있는 아이의 태명부터 집안에 따른 '항렬자', 부모나 문화의 성향, 아이의 사주를 반영해 전문인에게 부탁해 짓는 작명까지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때로는 가족의 성향과 문화의 거울로 여겨질 정도로 중요한 사항임에 틀림없다.
특히 이름은 개인의 성격이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더욱 신중에 신중을 더한다. 이름이 주는 의미나 어감으로 인해 주위 사람, 사회가 그 개인에게 대하는 태도나 반응이 달라질 수 있고 이로 인해 그 사람의 성격에도 변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이름이 주는 특별함에 대해 주의를 당부한다. 성형수술과 마찬가지로 이름은 겉으로 드러나는 하나의 사항인 만큼 인생에서는 이름보다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 시대마다 달라지는 선호 이름
흔히 어느 드라마나 영화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주인공이 그 해나 다음해의 신생아 이름에서 많이 반영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이름은 그 시대의 문화와 사회에 많은 반영을 받는다는 의미로 실제로 많은 시대마다 유독 인기가 있던 이름은 분명 존재한다.
대법원에 따르면 1945년에 출생신고 된 이름을 분석한 결과 남자아이는 영수(835명), 영호(710명) 등 ‘영(永)’자가 들어간 이름이 인기가 높았고 여자는 영자라는 이름이 9298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정자(8995명), 순자(8314명) 등 10대 인기이름 중 9개가 ‘자(子)’자를 쓴 이름이었다.
또한 1975년의 경우 남자는 정훈(2286명), 성호(1789명), 성훈(1746명) 등 ‘성’자가 인기였으며 여자는 미영(9129명), 은정(9012명), 은주(8732명) 등 ‘은’자가 든 이름이 많았다.
2006년 대법원에 접수된 신생아 이름을 집계한 결과는 남자아이의 경우 ‘민준’이 2046명, 여자아이는 ‘서연’이 2892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 두 가지 이름은 2004년부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회나 그 시대를 반영한 이름은 단순한 '명칭'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름은 존재성을 반영하게 된다. 예컨대 김춘수 시인의 '꽃'을 보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 그는 나에게로 / 와서 꽃이 되었다'처럼 이름을 통해 결국 존재성을 가지게 되는 것.
의미가 이렇게 깊은 만큼 '이름이 인생을 바꾼다'라는 생각도 많다. 그리고 실제로 이름은 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름은 심리적인 차원에서 자존감과 자기의 정체성에 많은 영향을 준다"며 "사주를 따져가며 하는 작명과 상관없이 이름은 남들이 어떻게 불러주느냐 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심리적 개인의 삶까지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이름이 특이하다 못해 이상할 경우 어릴 적부터 남들의 놀림감이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자존감이 깎이고 자신감을 잃게 되면서 마치 이름 때문에 자신이 현재 위치에 있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기가 힘들어진다.
사주에서는 이런 부분이 사주팔자에 따른 작명에 의해서 생겨난다고 설명하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결국 이름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통념이 인간의 심리적 면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 설득력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름에 연연하지 않는 정체성 확립이다. 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는 "청소년기로 갈수록 여러 가지 자신의 특징을 종합해서 대체로 어떤 사람이라고 정체성이 생긴다"라며 "이름은 하나의 사항인 만큼 이를 자신의 여러 가지 특징 중 하나로 잘 통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놀림감 싫어요" 취학 앞두고 이름 바꾸기
사회적 통념으로 인해 개인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가장 쉽게 유치원이나 학교에 들어갔을 때 아이들의 반응에서 나타난다. 이 때문인지 최근에는 취학 전 개명(改名) 신청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의정부지법에 따르면 2007년 의정부지법에 이름을 바꿔 달라고 신청한 건수가 3420건으로 전년 2834건 보다 586건(21%)이 증가했는데 월별로는 1월 352건, 2월 316건, 3월 317건, 4월 235건, 5월 267건, 6월 241건, 7월 285건, 8월 305건, 9월 226건, 10월 287건, 11월 300건, 12월 289건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올 1월 신청건수는 45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52건 보다 29%(103건)이나 늘었는데 개명 신청자의 1/3 이상이 취학 전 어린이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취학 전 이름 변경의 목적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이들 모두가 이상한 이름 때문에 개명 신청을 한 것은 아니며 출생 당시 한글로 이름을 지었다가 다시 한자 이름으로 바꾸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개명이 늘어난 것은 한편으로는 개명에 대한 법적 시선이 조금 완화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서동칠 의정부지법 공보판사는 "예전에는 개명이라는 것이 전과기록 등 자신의 신분세탁으로 악용하는 소지가 있어 엄격히 심사하는 편이었으나 지금은 사회 안전망이 많이 개선돼 있고 전산 등으로 간편히 신분조회 가능해 이런 우려가 상당부분 줄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 사회 분위기도 사회 질서 유지 편리함보다 개인의 가치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개명 허가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특히 아직 사회생활을 하지 않은 어린이는 개명신청 허가가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개명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너무 쉽게 개명을 고려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양윤 교수는 "마치 성형수술처럼 성공했을 때 자신감 등이 늘어 일의 활력 등이 붙으며 삶이 더 좋아보일 수는 있지만 여전히 그렇지 못한 경우도 존재한다"며 "정말 중요한 것은 자기 내면의 세계이므로 이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지난해 대법원은 호적 예규를 개정해 인명용 한자 113자를 추가 지정하며 호적법상 규정된 인명용 한자가 아니거나 혐오스러운 한자나 한글 이름은 호적에 그대로 올릴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호적법 및 대법원 규칙에 의하면 아기 이름은 한글 혹은 인명용 한자로 짓되 다섯자를 넘어서면 안 되고 한글과 한자를 섞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라며 "뿐만 아니라 심하게 혐오스럽거나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며 발음이 불편한 단어의 경우 한글이라도 이름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심각하게 특이하고 이상한 이름을 가질 경우 아기의 장래 사회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고 행정적 혼선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서이다.
출처 :명리학 뽀개기™
원문보기▶ 글쓴이 : 천기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