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에 대한 단상
함종욱 LH성형외과 원장
얼마 전에 한 중년의 여성 사업가가 코수술을 받았다. 그녀의 코는 길이가 짧고 코끝이 많이 들려 콧구멍이 훤히 보였다. 이 때문에 어렸을 때는 물론 그동안 사업을 하면서도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 심했고 관상을 볼 때마다 코를 고치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고 한다. 나에게 오기까지 총 3회의 코수술을 하고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그녀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코 때문에 불이익도 많이 봤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코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했던 그녀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후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 숙원이었던 수술을 위해 다시 수술대에 누웠다. 수술실에서 본 그녀의 코는 여러 차례 수술로 인해 코안에 흉터가 많이 생겨 조직이 딱딱해져 있고 무리하게 긴 보형물의 사용으로 코끝의 피부는 많이 얇아져 있는 상태였다.
성공적인 수술을 위해서는 세심하게 피막을 제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피부가 워낙 얇아진 상태라 수술이 쉽지는 않았다. 피막을 너무 제거하면 피부가 얇아져 보형물이나 연골의 윤곽이 비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국 피막은 가능한 한 많이 제거하고 대신 건강한 조직을 보충하기위해 머릿속에서 근막 (근육을 싸는 얇은 막, 측두근막)을 채취해 보형물을 감싸는 방법을 택했고 특히 얇아진 코끝의 피부에는 연골과 함께 진피지방을 이식해 해결했다. 다행히 수술이 순조롭게 끝났고 붓기가 빠지면서 드러나는 코의 모양을 보며 좋아하던 그녀의 모습은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관상에서 코는 오행 중 재물을 뜻하는 토(土)의 자리를 차지하여 재복(財福)을 상징한다고 한다. 곧고 반듯한 콧대와 두툼하게 살집이 있는 콧망울, 그리고 콧구멍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모양이 관상에서 선호하는 코의 모양이라고 한다.
재복과 관련한 코에 대한 속설 중 널리 알려진 것으로 “콧구멍이 훤히 보이면 돈이 샌다” 라던가 “귀 잘생긴 거지는 있어도 코 잘생긴 거지는 없다”라는 말 등을 들 수 있다. 이렇듯 관상에서 코가 재물과 관련이 있다 보니 관상 때문에 성형을 하려는 분들 중에 유독 코수술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관상이 북방계 얼굴에 우호적이고 남방계 얼굴에는 비우호적이라는 것이다. 높은 이마, 긴 허리, 외 꺼풀, 흰 피부 등 북방계 형질이 귀상(貴相)으로 여겨졌지만 반대로 남방계 형질은 천상(賤相)으로 여겨졌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인류는 원래 남방계였다고 한다. 북쪽으로 이주한 무리가 1만5,000년의 빙하기를 거치면서 영하 50도의 혹한에 적응한 결과가 북방계라는 설명이 있다. 북방계 사람들은 빙하기를 거치면서 코의 이런 기능이 상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코의 길이가 긴 편이다. 반대로 남방계의 코는 대개 짧으면서 들려있다. 덥고 습한 지역에 살면서 빙하기를 거치지 않아 이런 기능이 별 필요가 없기 때문이리라. 북방계와 남방계 간의 구별되는 다른 여러 특징들에서도 이런 합목적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우리 한민족이 실제로는 단일민족이 아니고 북방계와 남방계 간의 혼혈을 통해 탄생했다는 근거는 여러 연구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역사적으로 남방계 토착세력이 정착해 있던 한반도에 4000년 전부터 청동기문화를 지닌 북방계의 유입이 꾸준히 있었고 이들이 한반도의 지배세력이 되었다고 한다. 단군신화나 주몽신화에는 북방계 신화 특유의 천손강림(天孫降臨)의 모티브가 들어있는데 이는 환웅, 해모수로 대표되는 북방계 민족이 웅녀, 유화로 대표되는 남방계 민족을 우월적 지위에서 정복했다는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고구려와 혈연관계인 백제나, 지배층이 북방 기마민족이었던 신라를 봐도 그렇고, 어진(御眞)속 조선왕들의 얼굴도 북방계의 형질이 우세하다는 것을 보면 한반도는 고대로부터 최근까지 북방계에 의해 지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실제로 유전자 분석을 통해 본 한국인의 구성은 70%가 북방계, 25%가 남방계로 인구에 있어서도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렇듯 관상이 주류 혹은 지배자의 논리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성형수술’ 좋은 관상을 위한 방법이 될 수도
논리적인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불순한(?) 의도를 지닌 관상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중 가장 와 닿는 말은 관상보다 중요한 것은 심상이라는 말이다. 관상에서 중시하는 주름은 대개 30~40대 이후에 생기는데 중력 때문에 처져서 생기는 주름도 있지만 표정주름은 살아온 생애동안 지어온 표정에 따라 모양이 변하기 때문에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감정의 역사가 녹아있는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중년 이후의 관상으로 과거를 유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견하는 것은 근거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따지고 보면 주식에서 하는 기술적 분석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관상과는 거리가 있는 링컨이 한 말이지만 사람은 나이 40이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관상이 형상과 기색으로 인생의 귀천을 판단하지만 육체는 결국 마음에 의해 좌우되므로 올바른 심성을 갖추면 관상이 변하며 부족한 면을 보완할 수 있다는 말이 되겠다.
어쨌든 안타깝게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나쁜 관상’을 가지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 실재하고, 당사자가 되어 느끼는 심적 고통은 남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관상은 단지 관상에 불과할 뿐이라고 단순히 치부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런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겐 분명 성형수술이 하나의 탈출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성형수술이 그 사람의 인생에서 도움이 되었다면 이는 관상이 변해서라기보다는 심리적인 자신감의 회복이 더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출처 :명리학 뽀개기™
원문보기▶ 글쓴이 : 천기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