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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 어디까지 과학인가? |
초인
2017-11-09 (목) 09:49
조회 : 2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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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 어디까지 과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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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으로 성격 파악, 미래 예측은 비과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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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2월 28일 |
| 글 | 편집부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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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에는 무슨 과학적인 원리가 숨겨져 있는 것일가. 감정가들은 일반인이 잡아내기 힘든 신체의 미묘한 차이들을 잘 간취해내는 특별한 감식인을 타고났거나, 공부를 통해 그런 능력을 기른 사람들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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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년에 고생 좀 했구먼, 요즘도 잘 풀리는 건 아니고. 부모 한쪽 일찍 여의고. 성격이 아주 날카롭구먼. 작은 일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언변이 아주 좋고, 호흡기가 약하구먼. 서른 넘으면 좋겠네. 관운이 많은 상이야. 고시공부가 제격이야.”
올해 대학 4학년인 김모씨가 사주, 관상, 수상, 작명 등을 전문으로 한다는 이대 앞의 소위 운명철학연구소에 들어서자마자 소장이 내놓은 관상 감정서다. 아니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떤 능력을 가졌기에 한마디 말도 나눠보기 전에, 그리고 사주팔자도 없이 사람의 과거를 훤히 꿰뚫고 미래를 점칠 수 있다는 말인가.
소장이 내놓은 관상감정의 근거란 이런 것이다. 미간이 좁고 입이 작으니 성격이 날카롭고, 이런 사람은 대체로 폐, 기관지 등 호흡기가 약하다. 눈 밑이 부풀었으니 언어감각이 좋다. 이마가 각이 졌으니 중년으로 가서야 운이 트일 것이다. 귓불이 탑탑한 금귀를 가졌으니 부귀와 영화가 생길 것이다. 등등.
1-2mm 차이도 놓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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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취직 등 인생의 결정적인 고비에서 운명론에 기대려는 사람이 많다 | 흔히 관상가들이 놀랍도록 자신의 성격을 맞추고, 살아온 과거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하는 신기한 느낌을 받는 일이 많다. 이러한 느낌으로 인해 은연중에 관상, 수상 등에 비전(秘傳)의 원리가 있을 것이라거나, 감정가는 뭔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예언가일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관상에는 무슨 과학적인 원리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따지고 보면 관상의 원리는 일반인이 이해 못할 신비한 원리에 바탕한 것은 아니다. 감정가들은 일반인이 잡아내기 힘든 신체의 미묘한 차이들을 잘 간취해내는 특별한 감식안을 타고났거나, 공부를 통해 그런 능력을 얻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신체의 특징을 찾아내고 이것을 오래 전에 경험적으로 정립된 감정원리에 따라 해석한다. 그런 점에서 관상가는 무당들에게 의뢰자의 운명을 말해준다는 동자신 같은 초자연적인 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관상이 영적 현상과 관계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많은 경우 무속인들에게서 느끼는 운명예언의 측면을 크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원리만 안다면 누구나 관상가가 될 수 있다. 물론 관상가들 사이에서는 심안(心眼)이라고 해서 단지 신체적인 특징을 원리에 맞춰 풀어내는 수준이 아니라, 척보면 그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최고의 경지가 숭상된다. 그리고 역사상의 유명한 관상가들은 심안을 가졌다고 선전된다. 이런 사람들은 예민한 눈으로 미세한 형태의 차이를 잡아내고 이를 성격, 생활환경 등과 정확히 연결시킬 수 있었던 사람이다. 그러나 이런 초인적인 능력은 그저 전설로 전해질뿐이다.
일반인의 경우 보통 눈이 작다, 광대뼈가 튀어나왔다 등의 눈에 띄는 특징만 간취해낼 뿐이지만, 관상가는 하관이 빠르다, 미간이 좁다, 인중이 짧다 등 일반인이 쉬이 판단하기 어려운 인상적 특징까지 잡아낸다. 서울교대 조용진 교수(미술해부학)에 따르면, 보통 코의 길이는 전체길이가 62mm 이하일 경우 짧다고 볼 수 있는데, 일반인은 이것이 어느 정도인지를 모르지만 많이 보고 오래도록 대조해본 사람이라면 1-2mm의 차이라도 그야말로 “척보면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얼마나 예민한 감각으로 인상적 특징을 잡아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유능한 관상가의 첫째 조건인 것이다.
습관화된 표정에서 과거 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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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서 운둔하는 생활을 하는 선인이나 스님들 중 관상서에서 도골선풍의 귀한상으로 치는 얼굴이 많다. 사진은 법정스님 | 조용진 교수는 “인상은 평생에 걸쳐 변한다”는 말로 관상의 원리를 설명한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연령, 영양 상태, 정서 상태, 환경에 따라 얼굴에 나타나는 인상이 달라진다. 때문에 얼굴의 상태를 판별하면 그 사람이 어떤 연령과 환경과 정서상태에 있는지를 역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현재는 과거의 반영이라는 것이 관상의 원리다. 흔히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면 인상도 밝아진다”는 말처럼 인상은 표정이 습관화돼 나타나는 것이다. 관상가는 이러한 습관화된 과거를 인상을 통해 예민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관상서에서는 얼굴이 검붉은 경우를 천한 상으로 판단한다. 이런 상은 대체로 육체적인 고생을 많이 하는 상공업에 종사자의 상으로 치는데, 실제로 시장 상인들에게서 이런 상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조용진 교수는 이를 환경적인 영향을 유추한 판단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과학적 근거를 갖는다고 말한다. 시장에는 사람들이 들끓어 늘 산소가 부족한 환경이기 쉽다. 산소가 부족하면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실핏줄이 터지는 등 얼굴이 얼룩얼룩하고 피멍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관상서에 이러한 얼굴빛을 천한 상이라고 한 것은 바로 오랜 경험으로 환경적인 영향과 그로부터 형성된 인상을 결합한 상당한 경험과학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고승들처럼 공기가 맑고 산소가 풍부한 산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모세혈관이 줄어들고 얼굴이 희어지는데, 아니나 다를까 관상서에서는 이런 상을 도골선풍(道骨仙風)이라며 매우 귀한 상으로 친다. 결국 이 상을 가진 사람은 고생을 모르고 유유자적하는 생활을 해온 것이라 판단하면 그의 과거와 현재의 환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판단인 것이다.
경험적 통계에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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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상학은 불완전한 통계에 근거한 비과학이었다. 사진은 베이징 원인의 두개골 | 일반인들도 흔히 사람을 보고 ‘복 있게 생겼다’ ‘고생 많이 한 것 같다’ ‘사기꾼 인상이다’등 무의식중에 관상가적인 판단을 하는데, 이런 것들도 대부분 성품이나 살아온 역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일이 많다. 조용진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이 느끼는 인상이 관상가의 판단(혹은 관상서의 판단)에 부합하는 비율이 약 83%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일반인의 느낌으로 ‘인상이 좋다’ ‘선하게 생겼다’ 등으로 판단하는 얼굴은 관상서에서도 좋은 상으로 판단하고, 인상이 험하거나 독한 느낌이 드는 상이면 관상서에서도 대체로 나쁜 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관상의 원리란 얼굴을 볼 때 느끼는 일반인의 느낌과 그 사람의 성격적 패턴을 통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일반적인 원리로 정립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통계적인 분석을 통한 일반원리의 정립은 자칫 성급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서 신중한 검토를 요한다. 지금으로부터 2백여년 전 오스트리아의 외과의사 프란츠 갈(1758-1828)은 사람들의 두개골 모양과 성격의 특성을 연관지은 골상학을 만들었다. 그는 자신에게 찾아오는 환자들의 두개골을 조사하고, 다시 수많은 사람들의 두개골을 조사했다. 그 결과 두개골의 특정부위는 공격성, 다른 부분은 인내심 등에 관련된 것으로 통계적인 관련성이 나타나자 이를 정신과적인 치료에 응용했다. 어떤 사람들은 공격성을 관장하는 두개골의 부위를 보고 범죄인을 가려내거나 미래에 범죄인이 될 사람을 가려내려는 시도까지 했다.
그러나 뇌과학의 발달로 골상학은 불완전한 통계와 상상에 기반한 비과학이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성격과 행동의 특성은 두개골의 형태가 아닌 뇌에 연결돼 있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아울러 외피적 특징들이 성격과 운명에 연관돼 있다는 주장은 매우 성급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관상학도 마찬가지다. 경험적 측면이 강조된 통계라고 하더라도, 관상학이 아직 과학이 아닌 것은 엄격한 인과율이 성립되지 않는 불완전한 통계일 뿐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의 과정과 환경을 몇가지 대표적인 특징으로 유형화시킬 수는 있지만, 이것이 모든 인간의 특수한 환경과 삶의 역정에 모두 들어맞을 수는 없다. 때문에 인상을 통해 과거의 행태를 판단하는데서도 근사적인 해석은 가능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맹신에서 불행 싹 터 사람들이 관상가의 감정을 통해 과거의 행적을 반성해보거나 성격적 특성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부족한 특질을 신장시키고, 지나친 성품을 줄이는 방향으로 노력한다면, 관상은 생활에 유익한 도움을 줄 수 있다. 조용진 교수는 “마음을 예쁘게 쓰면 인상도 예뻐진다”는 말로 관상의 유용한 측면은 든다. 자신의 인상이 남에게 거부감을 주고 불행한 느낌이 들게 한다면, 자신의 마음이 거북하고 슬프다는 것을 나타낸다. 때문에 더욱 즐겁고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생활하려고 노력한다면 인상은 밝고 온화한 인상으로 변할 것이다. 자신의 부족한 성품을 기르는데 관상가의 감정을 활용한다면 더욱 활기있고 윤택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관상가를 찾는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예언을 듣고 행불행을 점쳐보겠다는 점술적인 동기에서 출발한다.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갖지 못한 불완전한 통계가 제시하는 방법에 자신의 운명을 맡긴다는 것은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 더욱이 근거 없는 예측을 맹신하게 될 때, 합리적이고 정당한 노력으로 삶을 영위하려 하기 보다 나태하고 구복적인 태도로 흐를 것은 뻔한 이치다.
백범 김구 선생도 젊은 시절 방황할 때 중국의 전통 관상서인 ‘마의상법’에 심취해 관상공부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내 그 허망함을 깨닫고 공부를 작파했는데, 이때 그가 관상서에서 발견한 한마디는 오늘날에도 관상에 매달리는 사람들에게 교훈이 된다. “관상 좋은 것은 몸 좋은 것만 못하고, 몸 좋은 것은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 사람의 관상은 연령, 정서상태, 영양상태, 환경에 따라 일생동안 변한다. 관상가의 판단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은 미래에 대한 예측이 아니라,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하기 위한 아름다운 마음자세다. 현재의 얼굴이 과거의 반영일 수 있다면 결국 미래의 내 얼굴은 현재를 살아내는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전용훈, 관상 어디까지 과학인가, 과학동아 1999년 2월호에서 발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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