河圖洛書라는 것이 있다.
이 정체불명의 그림은 오랫동안 동양 선각자들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다.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를 쓴 소강절 선생은 하도낙서를 3년간 들여다보고
비로서 음양의 원리를 깨우쳤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도교의 선각자인 화담 서경덕 선생 또한 문둥병에 걸렸다는 거짓말을 해가며
문을 걸어 잠그고 3년간 하도낙서를 들여다 봤다고 한다.
도대체 하도낙서라는 것이 뭐길래 이 뛰어난 사람들을 3년씩이나 강한 힘으로
끌어당길 수 있는 걸까.
그러나 소강절 선생과 화담선생도 오랫동안 이 그림에 몰입한 것을 보면
이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들여다보는 것이 최선의 첩경이란 생각이 일었다.
그래서 나도 벽면에 그림을 붙여놓고 적어도 3일은 들여다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1시간이 지나니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뻘겋게 충혈되면서
시야가 뿌옇게 변하며...하도와 낙서의 그림이 요상하게 변해갔다.
중간에 있는 다섯개의 동그라미가 피라미드처럼 입체적으로 변하는가 하면
검은색과 흰색의 동그라미들이 정신없이 요동치는 잠깐의 환각을 경험했다.
이런 환각상태로 3년을 들여다보면...아마 미치거나, 도통하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
그렇게 한참을 들여다보면서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하도낙서는 바둑알같이 생겼다는. 백돌과 흑돌로 무언가 설명을 하고 있다는.
하도는 총50개의 바둑알로, 낙서는 총45개의 바둑알을 멋지게 배열해 놓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하도는 백돌과 흑돌이 각 25개로 균형이 맞는데,
낙서는 백돌이 25개, 흑돌은 20개로 불균형한 숫자조합이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긴걸까. 궁금했다.
1. 하도와 낙서의 유래
중국 最古의 지리서 <산해경>에 보면 하도는 복희시대의 용마가 전해준 우주의 원리이고
복희씨가 이를 취해 8괘와 시법(蓍法)을 만들었다고 한다.
낙서는 우임금이 치수사업을 할 때 낙수에서 신령한 거북이 전해준 것이고,
그 법을 취해서 상서(尙書)와 홍범구주(洪範九疇)를 만들었다고 한다.
즉 하도는 중국 전설시대의 최초의 법이며, 낙서는 중국 상고시대의 치수를 다스리는데 사용된 법이다.
<산해경>의 주인공은 우임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주로 그의 세계여행기와
치수사업에 힘쓴 공로에 대한 기록이 담겨있다.
또한 주목할 대목은 전설시대에 지축이 기울어 홍수를 겪게 되는데
삼황오제는 이를 제어하지 못했지만, 우임금이 물을 다스려 결국 안정을 찾았다는 내용이
선명히 기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하도는 보다 근원적인 맥락의 법이고, 낙서는 보다 실질적인 맥락의 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전자가 하늘의 기록이라면, 후자는 땅의 기록이며 원리가 된다.
그래서 혹자는 하도를 天道의 원리로서, 낙서를 地道의 원리로서 표현하는 것 같다.
그런데 약간 엉뚱한 생각이 일었다.
왜 하필이면 용마와 거북이 하도낙서를 전해 준걸까.
기본적으로 용마는 중국을 대표하는 상상의 동물이며 거북 또한 신령하게 받들어지는 동물이다.
전자는 상상의 동물이고, 후자는 실제하는 동물이며
전자는 하늘로 승천하는 길쭉한 동물이며, 후자는 수륙을 이동하는 네모난 동물이다.
그리고 예전부터 고급 바둑판은 용모양과 거북 문양으로 되어 있다.
하도낙서의 95개의 바둑알과 용과 거북의 바둑판의 조합.
그리고 그 바둑판을 놓고 복희씨와 우임금이 바둑을 두는 모습이 연상됐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바둑알만을 생각하며 다시 하도낙서를 들여다 보았다.
2. 하도낙서는 <음양>과 <숫자>로 설명한 변화의 원리
인터넷에 공개된 하도낙서의 그림은 다음과 같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둑알이 아니라, 동서남북의 방위일 수 있다.
그러나 갑골문자 유래는 하,은,주 중 은나라 부터이므로 하도낙서는 문자로 표시되지 않았다.
그래서 후대의 문자를 지우게 되면 다음과 같은 그림만이 남는다.
하도와 낙서는 이 바둑알로 무엇을 설명하려 했을까.
이 바둑알을 좀 더 간결하게 표현하면 백과 흑 2개이므로 +,-로 표시할 수 있다.
뭐랄까. 원자를 설명하는 그림과 유사해 보인다.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들이랄까.
하도는 +,-들이 복잡하게 교차하고 있고, 낙서는 +,-들이 질서정연하게 교차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더이상의 추론은 멈추고 단순하게 +,-를 가지고 다시 +와 - 각각을 연결해 보자.
그러면 정지해 있는 +,-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관찰된다.
하도는 우리가 흔히 보는 태극이고 +가 25개이고, -가 25개이니 합치면 무극이 된다.
낙서는 우리가 흔히 보는 방위의 모습이고 +가 20개이고, -가 25개로 방위가 확장되는 모습이다.
(** 하도의 동그라미는 모두 55개입니다. 이 부분 수정합니다. 저는 이상하게 하도의 가운데
5개의 음수를 항상 빼고 계산하는 실수를 범합니다. 고로 하도는 +가 30개이고 -가 25개이니
궁극적으로 수축하는 우주입니다. 낙서는 -가 5개 많으니 팽창하는 우주개념이 됩니다.)
이 그림은 백돌과 흑돌을 각각의 숫자로 다시 나타낸 것인데 묘한 일치성이 보인다.
간단하게 더하기 빼기를 해보았다. 바둑을 두게 되면 딴 집을 계산해 승패를 가리는 것처럼.
공통수는 5이다.
하도는 2,3번째 동그라미들에서 십자가 형태로 5라는 숫자가 나오고
낙서는 +2-5+8 = +5
+4-5+6 = +5 가 역쉬 십자가 형태로 나온다.
낙서의 그림을 방위와 함께 표시하면 5가 공통적으로 표현하는 곳의 지지는 辰戌丑未가 되고
하도와 낙서를 연결할 수 있는 지점이 된다.
하도와 낙서의 변화를 지구 자전축의 변화로 설명하는 접근들이 있는데 동감한다.
하도와 낙서의 가장 기본원리는 +,-라는 음양인데, 음양은 가장 단순한 변화의 원리이다.
이에 바둑알의 숫자를 더해 대입해 보면, 하도의 정방위에 있는 숫자 5의 조합이
낙서에서는 정방위가 아니라 기울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전축의 기울기로.
3. 河圖洛書와 失樂園
밀턴의 <실락원>에 보면 이런 귀절이 있다.
"地極을 태양축에서 20도 이상 기울일 것을 명령하자
그들은 힘을 다하여 중심구를 비스듬히 밀어 경사지게 했다.
각기 풍토에 따라 계절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함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철 봄의 꽃으로써 지상에 미소짓고,
극권의 저쪽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낮과 밤이 같을 것이다."
에덴동산에 쫓겨나기 전 아담과 이브는 예측가능한 세상에 살았다.
사철 봄으로만 이어지는 시공간에서.
그러나 자전축 변화로 수 많은 재앙과 참사를 겪게 된다.
더 이상 예측 가능하지 않은 시공간으로 떠밀려서.
낙서를 통해 우임금이 물길을 잡고 치수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것은 아마도 하늘의 이법이 아니라, 땅의 이법에 대해 파악했다는 것일 것이다.
즉 하늘만 쳐다보고 살던 사람들이 갑작스런 변화에 직면해 한동안은 힘들었지만
곧 땅의 변화에도 이법이 존재함을 깨닫고 제어할 수 있었다는 맥락이다.
결국 땅의 변화 또한 예측가능한 면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 하도낙서를 3시간 들여다 봤다.
나도 3년을 채우게 되면 드디어 도통하게 될 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얼마의 시간이 됐든 하도낙서는 한 번 들여다 볼만하단 생각이고
더불어 우린 소강절 선생이나 화담 선생보다 더 많은 정보를 지니고 있으므로
이해하기가 용이할 수도 있다.
다만 우리에게 없는 것이 있다면 그들의 '인내심'이다.
다시금 소강절 선생과 화담 선생님들에게 존경의 마음이 솟아오른다.
출처 : <창작사주이야기16> 河圖洛書와 失樂園 - blog.daum.net/twinstar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