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조립(四柱組立)
제왕절개(帝王切開)는 산모의 배를 절개하고 인공적으로 태아를 꺼내는 수술이다.
제왕절개란 명칭은 독일어의 카이슈니트(kaiserschnitt)의 직역이다. 이 말의 어원은
라틴어의 'sectiocaesarea'인데, 이것은 로마의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제왕절개로
출생해서 황제가 되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즉 로마의 황제는 여자의 몸을 거쳐서 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순결과 신성함을 획득했다는
것을 상징한 것이다. 동양에서도 석가모니의 출생을 언급하면서 어머니의 몸을 거치지 않고
배를 가르고 나왔다는 이야기를 통해 성인의 출생이 신성하고 순결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산모가 사망했을 경우 배를 가르고 태아를 꺼낸 다음 매장하는 풍속이
있었다고 하지만, 현대의 제왕절개술은 어디까지나 의학적 필요에 의하여 실시된다고 할 수
있다. 출산에 임박해서 산모와 태아의 건강이 염려될 때 제왕절개로 아이를 탄생시키게
되는데 오늘날 의학의 발달에 의해 제왕절개가 보편화되면서 여러가지 문제를 양산하게
되었다.
특히 요즘에는 부모가 좋은 사주를 지닌 아이를 갖고 싶어서 술객들에게서 택일과 시간을
받아서 시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과연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가
정상적인 분만과정을 거친 아이와 같은 오행의 기운을 받을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는다.
제왕절개개 불가능했던 옛날에도 좀 더 좋은 시간에 아이를 출산하려는 시도는 많이 있었다.
그 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이야기가 성삼문의 경우다. 성삼문의 어머니가 산기를 느껴서
진통을 겪고 있는데, 성삼문의 조부가 사주를 뽑아보니 19세에 요절(夭折)할 명국이었다고
한다. 이에 할아버지는 조금만 더 참았다가 낳으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성삼문의
어머니는 참아보다가 더 이상은 도저히 못 참겠다며 이제는 낳아도 되겠느냐고 세 번을
여쭈어 보았다고 한다.
성삼문의 할아버지는 세 번째에 가서야 어쩔 수 없이 출산을 허락하고는 손자가 단명할 것이
염려되기도 하거니와 못내 시간을 맞추지 못한 것이 아쉬워 세 번 물어 보았다는 의미로
이름을 '삼문(三問)'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출산을 세 번이나 참앗기 때문인지
성삼문은 19세의 요절은 피했지만 단종 복위운동을 펼치다가 세조에게 발각되어 38세의
나이로 이승을 마감했다. 이런 내용의 이야기가 비록 정사는 아니지만 이긍익의「연려실기술」
에 전화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유명한 일화였던 것으로 보인다.
생전의 도계 선생님께서는 제왕절개의 효용은 인정하셨지만 제왕절개의 시간을 잡아주는 것은
천기누설이라는 이유로 아주 금기시하셨다. 일전에 역문관에 수술 날짜를 잡아달라며 왔던
사람이 하나 있었다. 부산 출신으로 고생 끝에 기업체 하나를 운영하던 이 사람은 손자의
사주를 조합해 달라는 것이었다. 본인은 장사꾼으로 고생하며 어렵게 살아 왔으니 손자는
할애비같은 장사꾼이 아닌 번듯한 영의정감 사주로 하나 만들어 달라고 졸랐다.
몇번에 걸쳐서 거절했지만 할아버지의 간절하기도 하고 살아온 인생의 역정이 눈물겹기도 해서
어쩔 수 없이 수락하고 말았다. 모일(某日) 12시 30분경에 시술하되, 1시 30분을 넘기면 안
된다고 몇번을 강조했다. 그 뒤에 나는 천기누설의 벌을 받았는지 택일해 준 날짜 무렵에
마당에서 넘어져 팔꿈치를 크게 다쳤다. 그래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며칠간 꼼짝없이 자리에
누워 있었다. 병상에 누워서 무료함을 달래고 있을 때, 택일을 부탁했던 그 영감이 다시 나를
찾아왔다. 택일한 뒤의 나의 근황이 보시는 것처럼 이렇다고 자초지종을 말한 뒤, 택일 날짜에
시술운 성공했느냐고 물었다. 영감은 착잡한 표정으로 실패했음을 말했다.
어느 유명한 병원에서 의사와 굳게 언약을 한 뒤 착오가 없기를 당부하며 수술실에 들어갔는데,
집도하려는 순간 그만 정전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 병원은 한번 전기가 나가면 자가발전기가
돌아 가도록 되어 있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자가 발전기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전기 기술자를 찾으니 늘상 구내 식당에서 먹던 사람이 그날따라 고향친구가 찾아와 같이
점심 먹으러 나갔다고 한다. 부랴부랴 주변 식당을 수소문해서 기술자를 찾아 자가발전기를
돌리고, 겨우 수술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의 첫 울음소리를 듣고 나니 어느덧
시간은 1시 30분을 넘어 2시로 향해가고 있었다고 한다.
너무도 억울한 생각에 왜 그날 정전사고가 발생했는가를 조사해 보니 지하철 공사중이던
포크레인이 병원 쪽으로 연결되는 전기줄을 건드려서, 정전 사고가 발생했던 것이라고 한다.
아쉬워하는 그 영감에서 오시(午時)를 넘겼지만, 그 사주도 쓸만한 사주이나 너무 아쉬워하지
말라는 위로를 건넬 수 밖에 없었다.
요새도 제왕절개 수술의 시간을 택일해서 수술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지만 얼마만큼 실력이 있는
사람이 택일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쓴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실력있는 술객은 천기누설을
하지 않거니와 그 시간을 알아도 수술에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인간의 잔재주로 하늘의 법도를
다스릴 수 없는 것처럼 제왕절개 수술이 아무리 보편화 되어도 인간의 출생은 영원한 신비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노석 류충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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