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유전설(四柱遺傳說)
모든 생물은 자신이 가진 특성을 자식에게 유전하여, 자신의 닮은 꼴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부모의 특성이 자식에게 유전된는 현상에 대하여 예로부터 궁금하게 생각해왔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것은 이런 의식을 반영한 속담이고,
'죽원생죽 난원생란'(竹園生竹 蘭園生蘭 - 대나무 정원에서는 대나무가 나고, 난원에서는
난초가 난다.)이란 말은 유전에 대해 언급한 「연해자평」이라는 명리학의 고전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근세에 와서 오스트리아의 신부 멘델(1822~1884)은 유전에 대해 보다 과학적으로 접근했다.
멘델은 완두콩을 재료로 유전의 원리를 밝혔는 바 이것을 멘델의 법칙이라고 한다.
이 법칙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의 유전자는 대를 거듭해도 다른 유전자와 혼합되지
않고 특성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최근에 와서 일본에서는 명리학이 사주를 기반으로 운명을 미루어 판단하는 학문이라는
의미에서 사주추명학(四柱推命學)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시도했다. 그리고 부모가 지닌
사주가 일정한 격국의 형태로 자식에게로 옮겨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사주 유전설을
주장했다.
실제로 이 학설은 많은 사람에게 적용된다. 나라의 촉망받는 인재로써, 한참 일할 나이에
아웅산에서 사망한 S씨. 그의 딸마저 삼풍백화점 붕괴로 인하여 젊은 나이에 사망하고
말았으니 얄궂은 운명의 유전이다.
모 재벌그룹의 총수는 사주의 격국이 시상편재격으로 평생 국부(國富)의 자리에서 영화를
누린 사람이다. 손자를 보았으니 이름을 지어 달라고 역문관에 들렀기에, 사주를 보니 손자
역시 시상편재격으로 할아버지에서 손자까지 3대가 재벌인 셈이었다.
군사정권 시절 우리의 살 길은 오직 유신밖에 없다고 설치며, 정권의 나팔수를 자청했던
Y씨..., 그는 관인상생격의 사주로 권력의 요직에서 부귀를 누릴 사람이다. 박정권의 붕괴
이후에도 카멜레온처럼 변신을 해서 재빠르게 신군부 세력에 붙어 언론정화 사업에 참가
하고, 수많은 언론인을 해직시키면서 여전히 권직을 누렸다. 그의 손자 역시 할애비와 같은
관인상생격으로 부귀한 운명을 타고났다.
역문관에 드나들던 사람 중에 최oo 라는 여인이 기억난다. 좌하식상에 일시상충하여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대포집을 하면서 어린 남매를 키웠다. 타고난 성품이 착해서 과음한
취객에게는 술을 더 팔지 않고, 차에 태워 집에 보내기까지 하였다.
얼마 전 착하게만 살아온 그녀가 외손녀를 보았다며 이름을 지으러 왔다. 복을 받아 마땅한
손녀의 사주는 할머니와 비슷한 좌하식상이었다.
주역에는 '적선지가 필유여경 적불선지가 필유여앙'(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
- 선함을 쌓은 집에는 반드시 자손에게 경사가 있고, 선을 쌓지 않는 집에는 반드시 자손에게
재앙이 있다)이라는 구절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유신정권의 나팔수들이나 재벌그룹의 총수들은 대를 이어가면서 부귀영화를
세습해가고, 일생동안 모진 소리 한번 못하고 살아가는 민초들은계속해서 삶에 찌들어가는
사회현상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선악설에 입각한다면 벌을 받아야 하는 쪽은 부귀를 추구했던
사람이고, 복을 받아야 하는 쪽은 순박한 민초들이다. 그러나 사주 유전설은 이에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옛 어른들은 나쁜 일을 저지르는 사람에게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고 꾸짖었었다. 그런데 만약
하늘이 인사(人事)의 정의를 담지 못한다면 하늘도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선함을 쌓았기에 복을 받는 것, 악을 행했기에 재앙을 받는 것은 애석하게도 그렇게 됐으면
하는 사람들의 '바람'인 것이 현실이다. 하늘의 뜻을 현실에 반영하는 것은 인간이다. 결국
악한 자에게 화를 안겨주지 못하고, 선한 자에게 복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인간도 잘못되고,
하늘도 잘못된 까닭이지 않은가?
속담에 이르기를 '인심즉천심(人心卽天心)'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성숙하지 못한 천도(天道)를
바로잡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는 숙제일 것이다.
노석 류충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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