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官)과 살(殺)
어느 파자(破字)책에서 재미있는 표현이 있다. 갓머리 밑에 입 구(口)를 두개 겹쳐놓은 것이
벼슬 관(官)이기에, 갓 쓰고 앉아서 두 가지 말을 하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살(殺)은 사람
인(人) 밑에 나무 목(木)울 하고 칠 수(?)를 합쳐 놓았다. 즉 사람을 나무에 매어달고 볼기를
친다는 의미, 즉 죄지은 자에 대한 응징의 뜻이다.
명리학에서는 나를 극(克)하는 것을 관(官)이라고 부른다. 금목수화토, 오행의 음과 양이 조화된
것을 정관, 조화가 안된 것을 편관 도는 살이라고 보른다. 관을 현대적 의미로 보자면 권력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느끼듯이 권력은 많은 부분에서 생활을 규제한다. 권력은 개인의 욕구와
비리를 절제시킴으로써 사회질서를 유지시켜 준다.
무릇 권력이란 상명하복의 상하체계로 상위 권력의 명령에 복종하고, 하휘 권력을 통제할 수
있을 때 임을 발휘할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무소불위의 권력을 잡아 자기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른다면, 재앙이 멀지 않았음을 알리는 신호다. 즉 통제력을 잃은 권력이란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와 같은 것이다.
오행은 우주의 자연법칙을 인간 세계에 투영해 놓은 위대한 학설이다. 우리가 느끼는 권력의
측면도 관과 살이라는 두 개념으로 투영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권력을 크게 나누면 붓과 칼의 두 가지로 분류된다. 붓이란 백성을 교화 선도하는 것이고,
칼이란 세상을 어지럽히는 자를 응징하는 의미다. 명리학에서 분류한 정편관은 문(文)과
무(武)란 권력의 두 가지 서로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다. 우선 정관은 붓의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정관이 있는 사주는 교육자 행정관이 많다. 반면에 편관은 칼의 의미를 갖는다.
편관의 또 다른 이름인 살은 편관의 속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편관의 소유자는
검경(檢警)계통이나 군인들이 많다. 그러나 정관도 많으면 관다위살(官多爲殺)이라 하여 살로
변한다. 이것은 마치 권력이란 집중될 수록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간섭이 심해지는 원리와
같은 것이다.
여자 사주는 이관위중(以官爲重 - 관으로써 중요함을 삼는다) 이라 하여 남편을 뜻하기 때문에
남편인 관성의 희기(喜忌)를 찾아내면 당사자의 신분을 알 수 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엄격히
제한되고 있던 시절, 남편은 여성에게 복종의 대상이자 사회적 신분을 가늠해주는 척도였다.
남녀평등이니 여권신장이니 하여 요즘도 여비서가 핸드백을 들고 따라다니는 사모님족들은
거의가 일관독청(一官獨靑), 하나의 관성이 독야청청하다.
사주에 관과 살이 동시에 투출되어 있는 것을 관살혼잡이라하여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 꺼린다.
관과 살이 혼잡되면 어느 한쪽의 통제를 받을 수 없기에 지조와 인내력이 부족하다.
남자의 경우에는 통제의 대상이 없으므로 섬기는 선배나 스승에 복종하지 않고, 여자의 경우는
남편을 잘 모실 줄을 모른다. 충신은 불사이군이요, 열녀는 불경이부란 도덕율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다.
관살혼잡의 특징은 후안무치(厚顔無恥)라고 인내부족으로 한가지 일에 오랫동안 종사하지 못함은
물론 지조가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어쩌다 좋은 운이 오면 간혹 금배지를 달고
으시대기도 한다. 그러나 본래 지조나 신의가 부족해서 정치 철새로 이당저당을 떠 돌아다니기
일쑤다.
통제할 수 없는 권력이란 재앙을 부르 듯, 사주에 관살이 나타나 있으면 반드시 제어되어야 한다.
제어되지 못한 관과 살을 살현무제자(殺顯無制者 - 살이 나타났으되 제어되지 않는 자)라 하여
명리에서는 천격으로 분류한다. 제어되지 못하는 권력, 정당하지 못한 권력을 행사하는 자는
반드시 재앙을 만난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시대의 역사를 통해 많이 보아 왔다. 지금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더라도 지조와 정의를 망각하고 권력의 단맛에 취해 있다면 그는 고결한 사람이
아니다. 다만 천민(賤民)일 뿐이다.
노석 류충엽
출처 : 관(官)과 살(殺) - cafe.daum.net/dur6f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