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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백천, 국회의원 정병국, 국립암센터 암예방센터 책임의사 서홍관, 공평아트센터 관장 김상철, 시인 오민석·이재무·정복여, 소설가 임영태·정영희·조명숙씨 등 각계 각층 27명의 동갑내기 개띠들이 필자로 참여했다.
책은 콩나물 시루 같은 교실에서 국민교육헌장을 줄줄 외우고, 미제 분유와 강냉이 죽으로 허기를 달래던 어린 시절과 나팔바지에 이장희 노래를 부르던 청소년기, 독재타도를 외치며 문학과 예술로 세상을 바꿔 보려 했던 피 뜨거운 청년시절을 거쳐 이제 명퇴의 최전선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생생한 삶의 보고서다.
책을 기획한 화남의 이승철 편집주간(시인)은 “그토록 힘들고 어려운 시대 상황 속에서 58년 개띠들이 어떠한 힘과 에너지로 한 시대를 묵묵히 견뎌왔는가에 대한 시대적 증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저녁 충무로의 한 한식당에 글을 쓴 27명 개띠 중 10여명의 개띠가 와글와글 모여 앉았다. 이날 처음 책이 나와 기자간담회를 겸한 회식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책 디자인과 편집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은 잠깐이고 이내 58년 개띠로서의 잡초 같았던 삶의 이야기로 화제가 옮아갔다. 왜 ‘58년 개띠’는 유별난가. 우선 수적으로 우세해 유난히 경쟁이 치열했다는 설명이 있다.
“휴전은 53년이지만 군에 갔던 남자들이 제대해 돌아온 것은 주로 55, 56년에 걸쳐 있었어요. 제대한 남자들이 결혼을 많이 했고 그러다 보니 57·58년쯤 자연스레(?) 아기들이 많이 만들어진거죠.”(시인 박상률)
그러나 수가 많기로는 57년 닭띠나 59년 돼지띠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왜 유독 58년생은 혹독한 시련에도 질기게 버텨온 ‘잡초’ 세대로 기억되는가. 이번엔 소설가이자 2년 전부터 역학 연구원을 운영하는 정영희씨가 명리학을 동원해 풀이에 나선다.
“58년 무술(戊戌)생은 모두 ‘괴강살’을 받고 태어났어요. 괴강살은 전생에 온갖 못된 짓을 한 남자가 여자로 태어나는 살이라고도 하는데, 이 때문에 여자 58년 개띠가 남자보다 더 팔자가 사납습니다. 특히나 58년 개띠 중에서도 술(戌·9월)달생은 여자든 남자든 하기 좋은 말로 ‘불제자 사주’, 다시 말해 ‘중팔자’라고 해요.”
시인 이재무씨는 이른바 ‘낀 세대’론을 펴며 어정쩡한 위치에서 오는 불편함을 토로했다.
“58년 개띠는 앞 세대가 볼 때는 반항적이고 아랫세대가 볼 때는 권위적, 기성적인 세대입니다.”
이들은 이제 머리에 희끗희끗 서리가 내려앉았고 어깨는 구부정하니 힘이 빠졌으며 주름도 하나둘씩 늘어만 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가슴 깊은 곳에 청년의 혈기를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개들이여, 개 같은 세상에서, 우리가 만날 개 같지 않을 날들은 언제쯤 올 것인가? 아니면 마침내 오지 않을 것인가?”(시인 오민석의 ‘개 같은 날들의 기억, 여섯’ 중)
〈이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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