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역학이야기

팔자대로 살자

깡통박사 | 2017-09-30 09: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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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풍수 칼럼니스트 공문룡의 팔자대로 살자
 
“재수 없는 집에 살면 정말 재수가 없을까요?”
 
 
“맘에 드는 집이 있는데요. 크진 않지만 마당도 있고 가격도 무난한데….”
“꺼림칙한 부분이 있다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바로 이 집인데요. 다른 건 다 좋은 데 그 집에 안 좋은 소문이 있어서요.”

내미는 사진을 보니 특별한
구석이 없는 2층짜리 붉은 벽돌집으로 야트막한 담장을 둘렀다. 주변 환경을 보니 복작거리는 도심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교외의 여유로움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집을 보자마자 뭣에 끌리는 것처럼 제 맘에 쏙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웃 주민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젓더라 그겁니다. 그래서 캐물어봤죠. 그랬더니….”

“새로 산 집이 꺼림칙한데…”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몰라도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불행한 일이 닥쳐 쫓기듯 떠나갔다는 거다. 잘 나가던 사업이 기울어서, 식구가 자살을 하는 바람에, 여러 차례 도둑이 들어 집안이 쑥대밭이 되자 정이 떨어져서, 그도 아니면
교통사고로 부모가 죽고 졸지에 아이들만 천애고아가 되는 등등 궂은일 흉한 일만 들입다 이어지면서 그 집은 그 일대에서 ‘흉가’로 호가 나 있었다.

“원래 집이라는 게 좋은 일도 일어나고 궂은일도 일어나는 법이지요. 명당에 산다 해서 죽을 사람이 생기지 않는다는 법도 없고 사업에 망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으며 흉가라 해서 궂은일 흉한 일만 이어진다는 법도 없지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게다가 이 집을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으니 값도 헐하고요. 어떻게 보면 이 집이 이제까지 임자를 제대로 만나지 못한 탓에 흉가라는 허물을 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디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막상 그 집을 실질적으로 매입하는 단계에 가까워지자 문득 일말의 불안한 느낌이 덜미를 잡더라는 것. 이른바 삼인성호(三人成虎)의 효과가 작용한 탓이다. 삼인성호란 여러 사람이 같은 내용을 일관되게 말하면 비록 사실이 아니라 해도 진실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사실이 아니어도 여럿이 같은 말을 하면 믿는 쪽으로 기울어지게 마련인데 하물며 이웃 사람들이 그 집에서 일어났던 흉조를 이구동성으로 입에 담는 판이니 아무리 마음에 쏙 드는 집이라 해도 일말의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사실 제가 기(氣)는 좀 센 편에 속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웬만큼 터가 센 집에 살면서도 별 탈 없이 넘기는 편이었지요. 이번에도 뭐 다를 게 있나 싶지만 그래도 만사 불여튼튼이다 싶어서요.”

이사를 하기 전에 사주를 점검하는 것은 사주와
가상(家相)의 조화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사주에서 필요로 하는 오행을 가상이 지원하는 경우라면 그 집은 남들이 뭐라 하든 좋은 가상이라 할 수 있다. 

家相은 오리털 점퍼같아

이를테면 겨울추위를 효과적으로 막아주는 오리털 점퍼가 좋은 예다. 가뜩이나 추위를 심하게 타는 사람이 눈 쌓인 겨울 벌판을 지나야 할 경우 그에게 주어진 오리털 점퍼는 보온효과와 멋을 동시에 살려주는 고마운 존재가 된다. 그러나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여름 더위에 허덕일 때 오리털 점퍼가 주어진다면, 그리고 그 점퍼를 꼭 입어야 한다면 숨 막히는 더위를 가중시키는 달갑잖은 존재가 되고도 남는다.

가상은 오리털 점퍼와 같은
개념이다. 가상이 지니고 있는 오행이 화(火)에 해당하는 경우,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사주가 화의 지원을 필요로 하느냐 아니면 화의 지원을 달갑지 않게 여기느냐에 따라 좋은 가상 또는 나쁜 가상으로 작용한다.

흔히 금시발복(今時發福)이라 하면 그 옛날 흥부가 도승이 잡아준 집터에 수수깡으로 집을 짓고 그 이듬해 제비 덕분에 대박을 터뜨린 것처럼 어느 집에 살고부터 또는 어느
가게를 차리고부터 승승장구 일취월장을 기록하는 길운을 말하는 데 혹자는 이를 두고 ‘집터가 좋아서’ 아니면 ‘가게 터가 좋아서’ 그리 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만일 그 주장대로라면 그 집에 사는 가족이나 그 가게를 꾸려가는 사람은 누구나 발복의 대상이 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잘 풀리는’ 사람이 있고 ‘노상 그 시늉’인 사람도 있다. 가상이 사람의 운명을 주도하거나 길흉을 좌지우지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사람의 운명을 주관하는 것은 사주와 행운(行運)이다. 발복이다 거덜이 났다는 것은 사주와 행운(行運)의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길흉의 소산이고 가상은 단지 운세 변화에 가속도를 붙여주는 역할에 불과하다고 봄이 옳다.

명리풍수에서 현장 답사는 필수다. 직접 가서 집 안팎을 살펴보고 가상이 지니고 있는 풍수적인 여건을 그 집에
거주하는 사람의 사주와 대조해 봄으로써 길흉의 향방을 보다 세부적으로 가늠할 수 있어서다. 

사주팔자와 가상 잘 어울려야

“좌향(坐向)이 남쪽인 데다 가상 또한 화(火)에 속하니 남들이 뭐라 하든 이 집이 맘에 들었던 거요. 이 집에서 살도록 하시구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이 낭패를 겪었던 집이라지만 아마도 댁은 예외가 될 거요.”

섣달에 태어난 사주는 사방 천지가 꽁꽁 얼어 있으므로 모든 성장이 멈춰 있는 상태다. 이때는 불의 기운(火)으로 얼어붙어 있는 땅을 녹여주는 조치가 필요하므로 이 같은 사주는 화(火)가 용신이 된다. 사주 내에 화의 세력이 왕성하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팔자는 행운에서 화운(火運)이 도래하여 용신의 세력을 지원해 줄 때 비로소 저조한 운세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의 사주가 그러했다. 사주에서 불기운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형편이었으니 화기가 성한 가상을 지닌 그 집에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끌렸을 터이다. 그는 그 집을 매입했다. 이사를 한 후 서서히 운세가 상승하면서 사업도 번창했다. 그 덕분에 한때 ‘재수 없는 집’이니 ‘터가 센 집’이니 하는 식으로 낮춰 불렸던 그 집도 시나브로 명당에 가까운 수준으로 격상되었다. 요즘은 심심찮게 높은 값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기웃거린다고 했다. 보나마나 명당이면 모든 것이 다 좋은 쪽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단순한 소견을 지닌 사람들이겠지.

만일 화(火)가 달갑잖은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 화운(火運)이 든 상태인데 그 집에서 산다면 흉가로 전락하는 건 일도 아니다. 사주팔자와 가상이 어우러지면
길이든 흉이든 그 작용력이 배가되는 쪽이니까.
 
 
공문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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