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하면 우리는 가장 먼저 ‘늑대와 양치기’ 우화를 떠올린다. 그 우화에서 재미삼아 거짓말했던 양치기가 늑대에게 공격을 당하는 비극으로 귀결됨으로써 거짓말이 나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모두는 날마다 크고 작은 거짓말을 생산하거나 수용하면서 살고 있다.
“정말 미인이시네요” “제 이상형이시군요” “제 얼굴은 진짜 자연산이라니까요” “저, 술 잘 못해요” “본전에 드립니다” “진짜 국산이거든요?” 등등
이렇듯 다양한 거짓말이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환경에서 묵새기다 보면 나름대로 거짓말이 지니고 있는 속내를 가늠하는 요령을 터득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를테면 ‘절대로 값을 올리지 않겠다’는 발표는 머잖아 값을 올리겠다는 뜻이고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는 말은 한두 푼 받은 게 아니라는 의미로, ‘잘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은 정말로 몰라서가 아니고 기억이 나지 않아서도 아니라는 것, ‘이것밖에 없다’는 말은 ‘따로 감춰놓은 게 억수로 많다’는 뜻이렷다.
사주에도 거짓말을 잘하는 팔자가 있다. 예를 들면 재다신약(財多身弱)이라 하여 일간이 무력하여 제 구실을 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재성(財星)의 세력이 지나치게 왕성한 경우다. 이 상황을 달리 설명하자면 체력이나 정력이 부실한 남자에게 여러 여자가 몰려드는 상황이니 그 자리를 체면의 손상없이 피하려면 급한 업무로 나가봐야 한다느니. 중요한 약속이 있다느니 하는 식의 그럴듯한 거짓말을 늘어놓아야 할 것이다.
군비쟁재(群比爭財)인 팔자도 거짓말이라면 빠지지 않는다. 군비쟁재란 일간과 그 형제나 이복형제가 시답잖은 재물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박이 터지게 싸움질을 하는 상황이다. 일단 먼저 재물을 차지한 쪽은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시치미를 떼고 자신이 재물을 차지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시치미를 떼는 거짓말을 늘어놓아야 하고 빼앗으려 하는 쪽은 온갖 감언이설을 동원하여 재물을 가로채기 위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또 관성(官星)이 지나치게 왕성하거나 칠살(七殺)의 세력이 지나치게 왕성하여 사주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거짓말이 능숙하다. 본시 칠살은 선과 악의 양면성을 지닌 존재로서 선으로 작용하면 악인을 제압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악인으로부터 죄상을 자백받기가 쉬운 일이 아니고 보니 본의 아니게 칠살은 악인보다 위장술이나 거짓말에 더 뛰어나야 하는 아이러니가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악인도 칠살에 해당하므로 어떻게든 자기 죄를 은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거짓말을 동원하게 된다. 서양 영화 중에 전직 수사관이 범죄를 저지르고 추격하는 수사진을 우롱하는 내용이야말로 칠살의 두 얼굴을 가장 극명하게 표현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거짓말을 능숙하게 늘어놓는 팔자는 대체로 구조상의 결함을 지니고 있다. 바람직한 사주란 전체적인 세력이 균형을 이룬 경우를 말한다. 나라 사이에도 경제적 혹은 군사적인 힘이 피차 비슷하게 균형이 이뤘을 때 평화가 유지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어느 한쪽이 완전히 주도권을 장악하는 편이 낫다. 그리되면 종격(從格)이라 하여 주도권을 장악한 세력을 주축으로 운세의 길흉이 작용하므로 나쁜 사주가 아니다. 문제는 중도 아니고 속한도 아닌 그래서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어중간한 사주다. 이런 사주는 삶을 불리한 쪽으로 기울어지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처럼 어중간한 사주를 접할 때가 많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쪽에서 청하지도 않았는데 자청해서 자기 자랑을 거나하게 깔아놓거나 자기가 언제 어떻게 해서 떼돈을 벌었으며 지금은 이렇지만 왕년에는 자신의 능력이 대단했다는 식의 무용담을 쉼표도 없이 이어갈 때가 많다. 물론 거짓말이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지금은 오갈이 들었다는 말로 끝을 맺으면서 이 곤경을 벗어날 비결을 일러달라는데 과연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닌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