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역학이야기

철학과 역학에 운명을 묻다 lll

초인 | 2017-09-30 0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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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역학에 운명을 묻다] 주역·노장사상·명리학
 
 
빈부 생사 모든 게 하나의 운명이라

박문현(이하 문) : 장자는 숙명론을 이야기합니다. 빈부나 생사는 하나의 운명이라고 보지요. 낙천적인 세계관입니다. 장자는 아내가 죽었을 때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했습니다. 죽을 때가 돼 죽은 것이고, 기(氣)라는 게 응집돼 사람으로 화한 것인데 그 기가 흩어져서 원래대로 돌아간 것일 뿐이란 얘깁니다. 운명론적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면, 어떤 의미에서는 체념에 가깝지만,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프로그래밍(설계)되어 있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주어진 여건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

박청화(이하 청) : 운명론이긴 한데, 긍정적인 것만 받아들이자는 말이죠?

문 : 명리학은 좀 더 세분화돼 있죠?

청 : 명리는 태어난 시기에 따른 숙명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인생 행로에서 어떤 게 최선의 선택인가 하는 것을 따져보는 학문입니다. 명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60~70%는 이미 형틀이 지워져 있습니다. 그 외에 유전적 인자라든지 사회 환경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개입한다고 봅니다.

문 : 거기에서 자유의지가 부여된다는 거죠?

청 : 자유의지가 어느 정도 부여된다고 봅니다. 겨울은 농사를 짓기 어려운 환경인데 이때 억지로 농사를 지으려 하면 비효율을 감당해야 하는 거죠. 비닐하우스를 해서 2배, 3배의 공을 들일 것이냐, 아니면 조금 힘들더라도 봄이 올 때까지 참느냐 하는 선택의 영역이 있는 것이지요.

문 : 명리학에서는 운명이 이미 프로그래밍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죠?

청 :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드디어 가을이 온다, 가을이 오면 꽃이 지고 열매가 맺는다, 하는 걸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국화의 기질을 타고 났기 때문에 가을에 오히려 꽃을 피웁니다. 동일한 환경이라 하더라도 정반대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환경을 미리 설명해 줌으로써, 최선의 선택이나 방향을 제시해 주려는 것이지요.

자유의지 따라 운명 달라질 수도 있어

문 : 대학에서 아직까지 '명리'라는 것을 학문적인 체계로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은, 원인과 결과 간의 문제에서 인과관계가 과학성, 합리성이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유사과학이랄까, 정서적 필요에 의한 하나의 문화현상이랄까 하는 시선으로 보는 것인데, 같은 시기에 태어난 운명이 '목화토금수'의 다섯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지어진다는 건 좀 무리가 아닐까요?

청 : 옛사람들과 현대인들의 학술적인 접근 방식에서 상당히 왜곡된 부분이 있습니다. '나무 목(木)'이라고 해서 그냥 나무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자연의 운동이 이루어지는 형상을 나무의 운동에 빗대 판단하는 것이죠. 동양에서는 5행을 5소라 하지 않았습니다. 서구 자연철학의 5소와 달리 5행은 시간단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목행했다가 화행하고…. 화행은 불을 말하는 게 아니고 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운동성을 말하는 것인데, 후학들이 원소론적으로 불이라고 정리하다 보니까 왜곡이 심해진 것입니다.

문 : 이런 사주에 있는 사람이 이렇게 간다, 라고 했을 때 그게 다 모든 상황에 다 부합되느냐 하는 말입니다. (명리학에서 말하는)통계이자 확률이라는 게 합리성을 담보하지 않고 있거든요.

청 : 학문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해석자의 왜곡이 많은 게 문제입니다.

문 : 명리의 체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석자의 능력이다, 직관이나 통찰이다 이 말이죠? 이건 주역점에서도 마찬가지이죠. 주역으로 점을 쳤을때 괘, 효가 나왔을 때,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느냐 하는 게 정작 중요한 것이지요. 가령 누군가가 자기 아버지가 병이 들어 점을 쳤다고 합시다. 남북조시대 때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지요. 점을 쳤는데, 해석자에 따라서 정반대의 해석이 나왔습니다. 명리도 마찬가지겠습니다. 책에 나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오히려 직관이나 통찰이 더 큰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청: 보통 대가라고 하는 것은 어떤 하나를 꼭 집어서 문제를 해석해 내는 능력이 있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 이 사물이 이런 기운을 만났을 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즉, 어떤 원리를 아는 것, 이런 것을 순간순간 읽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주역의 원리 적용된 국기는 태극기 유일

문 : 그러니까 책의 액면 그대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해석자의 능력에 달렸단 말이죠? 많은 인생 경험을 통해 그만큼 직관력을 키워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말이죠. 그렇다면 명리를 공부할 때 그 사람의 영적인 힘이나 직관력을 키우는 게 더 낫지 않습니까?

청 : 맞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학문을 정리해서 넘겨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총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것과 같습니다. 총은 이런 구조로 되어 있고 이렇게 쏘면 된다…. 그렇지만 글로 전함으로써 왜곡이 생깁니다. 총을 기가 막히게 쏘는 능력, 사격술의 비급을 아무리 넘겨주고 싶어도 그것을 제대로 체득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문 : 우리나라는 주역의 원리를 국기에 적용한 세계 유일의 나라입니다. 주역은 좋은 책이지만 해석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우든지, 인격 수양을 해야 합니다. 우리의 의식 저 밑에 있는 무의식을 끌어올리는 것이지요. 그래야 해석을 정확하게 할 수 있습니다. 점치는 사람한테는 인격과 수양의 정도, 직관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청 : 장독의 물에 얼굴을 비춰보면 실제 모습이 잘 안보입니다. 물이 일렁이기도 하지요. 개인적인 욕망이나 주변의 간섭 이런 것들로 인해 마음에 물결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역학인들 중에는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조용한 밤이나 심산유곡 같은 적절한 공간과 시간, 환경을 찾는 이들이 있습니다.

정리=박태우 기자 사진=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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