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역학에 운명을 묻다] 박청화의 명리론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어 한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고통스러울 때, 큰 결단이 필요할 때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명리학(命理學)은 이때 유익한 학문 가운데 하나다. 명리학은 역(易)의 한 갈래이다. 역이 자연의 이치라는 큰 틀에서 접근하는 학문이라면, 명리학은 그 중에서도 출생의 시간이라는 특정 소재를 천착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명리학에서는 출생을 중시한다. 인간의 생애에 있어서 출생이란 가장 우연적인 사실인데, 이에 의해 인생행로가 어떻게 전개되어 나가는가 하는 것을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이치를 원용해 설명하는 학문이 명리학이다.
명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누구든 큰 틀의 운명을 갖고 태어난다. 사람들은 그 틀 안에서 수많은 결정을 내리게 된다. 때문에 운명을 결정지을 경우의 수는 무한한 셈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명리학의 운명론적 사고는 인간의 의지를 부정하지만, 인간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만은 아니다.즉, 사람의 운은 90% 이상 정해져 있고, 이에 따라 근본적인 운은 변하지 않지만 주어진 운명에 대해 어떻게 순응하고 개척하느냐, 얼마나 자기 인생을 잘 관리하느냐 하는 데 따라 일생의 성패가 가름된다는 것이다.
요컨대 명리학의 본질은 개인의 그릇(命)과 운(運)을 보고 '때'를 알아 진퇴(進退)시기를 분별하는 데 있다.
달리말하면, 명리학이란 운과 길흉화복(吉凶禍福)을 미리 알아 그것에 잘 대처하여 윤택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학문이지, 결코 정해진 운명을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비관적 운명론을 주지시키기 위한 학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