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300억 무재론(無財論)
사주팔자가 맞으면 '선생님' 소리를 듣지만, 틀리면 곧바로 '미신 종사업자'로 전락하는 것이 명리학계(命理學界)의 냉엄한 현실이다. 주식의 시세를 예측하는 직업인 애널리스트도 팔자 센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주식보다 훨씬 복잡한 운명의 시세를 예측해야 하는 명리학자는 끊임없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고난도의 팔자이다.
보기 어려운 사주 가운데 하나가 무재팔자(無財八字)이다. 몇 년 전에 어느 '부자클럽'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했던 적이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20명 남짓한 이 클럽의 멤버들은 대략 수백억에서 수천억의 재산이 있는 재력가들이었다. 그러나 의복도 허름하고, 발목의 구두도 그렇고,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도 특별히 비싼 시계는 아니었으므로 겉으로는 부자라는 표시가 전혀 나지 않았다.
이 가운데 2~3명을 무작위로 추출하여 팔자를 보니까 돈이 하나도 없는 무재팔자에 해당하였다. 나는 자신 있게 "당신은 돈이 없는 무재팔자다!"라고 단언하였다. 그러자 즉시 돌아오는 답변은 "당신 돌팔이구만!"이었다. 알고 보니 그 무재팔자들은 천억대 이상의 돈을 가진 재산가들이었다. '어찌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하고 분석을 해보니, 그 무재팔자들은 평소에 돈을 쓰지 않는 노랑이들이었다. 장부상의 돈은 많은데 실제로 쓰는 돈은 설렁탕 값 정도였다. 심지어는 사무실에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만 있는 사람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돈은 분명히 있지만 쓸 수는 없는 팔자가 무재팔자이다. 특히 300억이 넘어가는 재물은 자기 돈이 아니다. 300억 이내에서는 친구에게 양복도 사주고, 밥도 잘 사고, 어려운 사람에게 적선도 한다. 그러나 300억이 넘어가면 그 돈은 어딘가에 물려 있기 마련이다. 손 벌리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형제간에도 돈 때문에 소송하는 일도 생기고, 주변 사람들이 끊임없이 접근해서 '여기에 투자하면 돈 남는다. 저기에 투자하면 대박난다'고 유혹한다. 300억이 넘어가는 돈을 관리하려면 골치가 아프다. 이 시점부터는 돈에 시달리는 인생을 살기 쉽다. 돈에 시달리는 것도 알고 보면 무재팔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내놓겠다고 약속한 300억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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