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도 팔자, 걱정도 팔자<첫 번째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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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수 |
사주(四柱)란 네 개의 간지(干支)를 일컬음이다.
어떤 사물이 이 세상에 탄생하는 데에는 네 개의 간지가 필요하다. 또한 어떤 사물이 반듯하게 놓이고 견고하게 지탱하는 데에는 최소한 네 개의 기둥이 필요하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는 것이리라.
인간에게 있어 네 개의 기둥인 사주란, 태어난 연월 일시를 말함이니 사주가 좋으려면 태어나기를 잘해야 하는 것이 최우선일지도 모른다.
年, 月, 日, 時라는 이 여덟 글자로 태어나는 팔자는 내가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의 사주팔자는 전적으로 내가 감당을 해야 하는 것이니 때로는 억울하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지만,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
바람에 흩날리는 고사리의 홀씨 하나도 뿌리를 잘 내리면 양지 쪽이요, 그렇지 않으면 험한 모퉁이의 응달이라고 한다면 유구무언(有口無言)이다.
부자나라, 부자가정은 나의 선택이 아니요, 가난한 나라, 가난한 가정도 나의 선택이 아니다.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나의 사주는 나의 것이니 고사리의 홀씨처럼 운명적인 인연일 수 밖에 없다.
나뭇가지 위에 있는 단감은 상팔자라면 상팔자요, 땅 아래에 있는 무는 하팔자라면 하팔자다.
세상의 우(憂)와 락(樂)이 슬픈 일이지만, 재운(財運)도 관운(官運)도 사주팔자에 있는 것일까.
이미 살아버린 우리들의 삶은 수정도 불가능하다.
지워지지 않는 삶의 궤적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지만, 손이 시린 걸 보면 역시 팔자 탓인가 보다.
새해가 오면 역술인, 점술인이 무척 바쁘다.
팔자 도망은 못한다는데 무슨 일로 많은 사람이 그들을 찾는 것일까.
천지신당 작두도령, 일월성신 연꽃낭자 앞에서 오금을 못 펴는 사람과 사람들. 일광도사, 월광
도사는 그렇다 치고 애기동자 앞에서까지 왜 저렇게 굽신거리고 애원의 눈빛을 보내는 것일까.
아무래도 타고난 사주팔자를 고쳐보겠다고 기를 쓰며 매달려보는 모양이다.
이름을 고쳐야 된다는 작명가도, 얼굴을 고쳐야 된다는 관상가도, 철학관이라는 간판을 걸고 성업 중이다.
손바닥의 주름인 수상, 발바닥의 주름인 족상까지 들먹이며 앞날을 예언하고 점을 친다.
무슨 무슨 날이 길일이라고 결혼을 하고 이사를 하며, 어디 어디가 명당이라고 멀쩡하게 잠든 조상님의 묘를 일으켜 이장을 한다.
동쪽이 길한 방향이며, 오늘의 운세에 횡재수가 있다고 동쪽에서 로또복권을 산다.
태어난 년, 월, 일, 시는 바뀔 수가 없는 천형의 사주팔자인데, 그래도 사람들은 신년운세를 보려고 길을 나선다.
의사의 처방은 믿을 수가 없어도 도사의 처방인 부적은 베개 속에서도, 지갑 속에서도, 대문간에서도, 안 호주머니 속에서도 동거를 하면 애인의 속삭임처럼 기분이 좋은 것을 어찌하랴.
출처 :명리학 뽀개기™
원문보기▶ 글쓴이 : 천기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