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용(龍)과 주역(周易)
용을 주제로 한 영화 ‘디워’가 화제다. 용은 동양의 고대문화에서 어떤 동물보다도 중요하게 치는 동물이다. 동양 경전 가운데 무거운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주역(周易)이고, 주역의 제1장 1절에서부터 용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주역의 1장 1절은 건(乾) 괘이다. 64괘 중에서 제일 첫 번째 괘일 뿐만 아니라, 건괘에는 주역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모두 들어 있다. 그것을 용에 비유해서 설명한다. 건괘의 처음은 ‘잠룡(潛龍)은 물용(勿用)이라’로 시작된다. ‘물속에 잠겨 있는 어린 용은 아직 쓸 수 없다’는 말이다. 여기서 잠룡은 뱀의 단계에 해당한다. 용은 처음부터 용이 아니라 뱀의 단계부터 시작한다. 뱀이 성장하면 이무기가 되고, 이무기가 다시 원숙해지면 용이 된다고 본다. 그러니까 뱀은 아직 세상에 나올 수 없는 상태이다. 건괘의 두 번째는 ‘현룡재전(見龍在田)이니 이견대인(利見大人)이라’이다. 현룡재전은 물속에 있던 용이 약간 자라서 고개를 내밀고 물 밖을 나와 보는 단계이다. 재전(在田)은 물속에서 나와 땅에 출현한다는 뜻이다. 이는 뱀이 어느 정도 성장하여 이무기로 변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사람에 비유하면 학업을 마치고 세상에 처음 나와 보는 단계이다. 건괘의 그다음 대목은 ‘혹약재연(或躍在淵)이면 무구(无咎)니라’이다. ‘혹시 점프를 하더라도 연못에 있으면 다치지 않는다’이다. 어느 정도 자란 이무기가 하늘로 비상하는 연습을 하는 과정이다. 비상하기 위해서 뛰어오르다가 잘못되어 맨땅에 떨어지면 코피가 날 수 있다. 이 대목이 참 재미있다. 날아오르는 연습을 할 때, 맨땅에서 하지 말고, 연못에서 하면 잘못되더라도 물로 떨어지니까 부상을 입지 않는다는 충고이다. 혹약재연 다음은 ‘비룡재천(飛龍在天) 이견대인(利見大人)이라’이다.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봄이 이롭다’. 비룡재천은 이무기가 여의주를 얻어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단계이다. 이제 진짜 용이 된 것이다. 최고의 경지이다. 그다음은 ‘항룡유회(亢龍有悔)’이다. ‘높이 오른 용은 내려와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주역 건괘는 뱀-이무기-용의 변화과정을 암시하고 있다. ‘디워’는 혹약재연의 단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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