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천문(天文)을 보는 날
강호동양학에서 가장 난해한 부분이 별의 움직임을 관측하는 천문(天文) 분야이다. 수백년 또는 수천년의 축적된 데이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천문이란 글자 그대로 ‘하늘에 쓰여 있는 글’이다. 하늘의 메시지이다. 고대로부터 수많은 동방박사들이 그 메시지의 내용을 해독하기 위하여 별의 움직임을 관찰해 왔다.
동양에서 고천문학(古天文學)은 세 분야에 관련되어 있다. 역(曆)과 역(易) 그리고 역(歷)이다. 달력(曆)을 알아야 변화(易)를 알 수 있고, 변화를 알아야 역사(歷)를 보는 안목이 생긴다. 이는 제왕학의 핵심영역이었다.
하지만 천체망원경이 등장하고, 관상대의 일기예보가 매일 아침 뉴스로 발표되기 시작하면서 제왕학의 권위와 역할은 사라져 버렸다.
청나라 황제의 명령에 의하여 만들어진 천문서가 ‘관규집요(管窺集要)’ 72책이다. 국내에는 해남의 윤선도 고택에 일부가 보관되어 있고, 전질은 충남대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관규집요’에 의하면 매년 1월 8일(음력)은 천문을 관측하는 특별한 날이다. 천문 관측의 포인트는 달과 별의 위치를 살피는 일이다. 여기서 별이란 28수(宿)를 가리킨다.
달이 별(宿)의 앞에 있는가, 뒤에 있는가, 아니면 겹쳐져 있는가를 관측해서 그해의 가뭄과 홍수를 예측한다. 1월 8일은 달과 28수 가운데 하나인 ‘삼(參)’수의 위치를 주로 살핀다.
삼수는 서방칠수(西方七宿)인 규(奎), 루(蔞), 위(胃), 묘(昴), 필(畢), 자, 삼(參) 중에서 가장 끝별에 해당한다. 이날 삼이 달 앞에 있으면 수해나 가뭄이 든다고 보고, 삼이 달 뒤에 있으면 풍년이 들면서 모든 일이 순리대로 풀린다고 예측하였다.
그 다음에는 달이 필(畢)에 겹쳐 있으면 비가 많이 온다고 보았고, 달이 동방칠수의 끝별인 기(箕)와 겹쳐 있으면 바람이 많이 분다고 예상하였다.
‘서경(書經)’의 홍범(洪範)에 보면 “호풍자(好風者)는 기성(箕星)이요, 호우자(好雨者)는 필성(畢星)이라”는 대목이 바로 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고천문학의 대가이신 삼정(三正) 선생님을 모시고 지난 수요일(1월 8일) 저녁에 하늘을 보니 하필 날씨가 흐려서 구름만 잔뜩 끼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