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 풍경소리]만물의 근원 '팔괘'의 구조
팔괘(八卦)란 만물의 현상을 여덟 가지 모양으로 나타낸 것으로 중국에서는 만물이 태극(太極)이라고 하는, 그 이전에는 아무 것도 없는 근원으로부터 생겨났다고 생각하고 있다.
태극은 태일(太一)로도 일컬어지며 우주 최초의 카오스(혼돈)로도 생각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우주의 지배자로 신격화한 하늘이라든가 추상적으로 1이나 절대를 나타내는 등 여러 가지로 생각해 왔다.
이 태극이 양의(兩儀) 즉 양과 음을 낳는다고 생각하였다. 양의는 사상(四象)으로 나누어졌고 사상은 더 나아가 팔괘로 나누어져 천지와 일치하고 천지만물이 모든 것을 포함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다. 따라서 우주의 혼돈에서 음과 양이 생겼고 그것이 여러 가지로 발전해 팔괘가 만사만물이 성쇠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이 여덟 가지 유형은 건(乾) 태(兌) 이(離) 진(震) 손(巽) 감(坎) 간(艮) 곤(坤)으로 일컬어진다. 그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건(乾)-하늘을 의미하고 건조하고 물기가 없는 모습과 태양이 빛나는 상태를 나타낸다.
태(兌)-‘기쁘게 풀어헤치다’라는 뜻으로 못의 풀이 자라나서 지나가는 상태이다.
이(離)-한국의 휘파람새를 본뜬 글자로 상식적인 어감과는 반대로 부착한다는 의미가 있다. 물건에 달라붙어 밝아져서 불의 상태를 나타낸다.
진(震)-흔들리다, 움직이다는 의미에서 번개가 비를 동반해 주위를 진동시키는 모습을 나타낸다.
손(巽)-사양하고 따르는 의미로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감(坎)-구멍에 빠지는 것으로 물이 구멍으로 흘러 떨어지는 모습이다.
간(艮)-‘그치다 머무르다’는 뜻으로 산이 묵직하게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나타낸다.
곤(坤)-흙, 대지를 나타낸다.
이와 같이 팔괘는 기본원리로 천지자연의 현상을 내용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팔괘 속에는 바다라는 발상이 없다. 중국의 지리적인 조건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근본에 있어서는 자연현상을 본의로 하고 있는 팔괘지만 여기에는 목화토금수의 오행이 배당되었고 상의(象意)로 역(易)이 도입돼 팔괘는 상당히 복잡한 내용을 갖게 되었다. 역(易)이라는 말은 본래 도마뱀의 형태와 햇살의 모양을 연결시킨 회의문자(會意文字)지만 도마뱀의 신체와 팔다리라는 설도 있다. 즉 역에는 개역이라든가 무역과 같이 ‘바꾸다 교환하다’는 의미가 있다.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의 괘가 다음의 시각이나 다른 장소에서는 완전히 다르게 나온다. 그와 같은 상태가 계속 발생하는 것이 역(易)의 모습이라 생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