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오행인사학(五行人事學)
‘우주변화의 원리’. 1966년에 초판이 나온 이 책은 해방 이후 한글로 저술된 책 가운데 한문 원전(原典)과 대등한 권위를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대학의 한의학과 학생들 사이에서 거의 필독서로 꼽히는 책이기도 하다.
한의학에서 보는 오장육부는 음양오행과 연결된다. 사람의 체질도 오행체질이 있고, 침을 놓을 때도 오행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수화목금토’라는 오행(五行)의 원리에 대하여 설명한 책이다. 수(隋)나라 소길(蕭吉)의 오행대의(五行大義) 이래 최고의 저작이 아닌가 싶다.
저자인 한동석(韓東錫·1911~1968)은 함경도 출신 한의사였는데, 인사동 골목을 미친 사람처럼 매일 왔다 갔다 하면서 ‘황제내경 운기편(運氣篇)’을 무려 1만 번이나 반복해서 외웠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한 경지가 열렸다고 전해진다.
그가 주장하였던 오행의 원리에 따른 인사배치법을 소개하면 이렇다. 나라의 대통령은 목·화 기운이 되는 게 국가에 이롭다고 보았다. 목과 화는 봄과 여름에 해당하므로 밖으로 분출하는 기운을 지니고 있다. 그래야만 국운이 밖으로 팽창한다.
반대로 가을과 겨울에 해당하는 금과 수는 수렴형이라서 안으로 저장하고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내무장관이나 국정원장 같은 자리는 금·수를 많이 가진 인물을 배치해야 한다. 상공부나 생산하는 분야는 목·화를 많이 가진 인물을 배치해야 한다. 무엇인가를 생산하려면 뻗어나가는 기운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분야는 어떤가. 토기(土氣)를 많이 가진 사람이 적당하다고 보았다. 금융은 양심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은밀하게 내부자거래를 해서 자기 앞에 큰 감 놓으면 반칙이다.
토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한복판이라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다. 중앙의 위치라서 공정한 기질을 지니고 있다. 재판을 해야 하는 법관이나, 조직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사람도 또한 토의 기질이 요구된다. 편파적이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그만둔 청와대 정찬용 인사수석도 토가 많았던 사람이다. 그러니까 23개월이나 장수할 수 있었다고 본다. 듣자하니 민정수석은 인사를 검증하는 자리라고 하는데, 금 기운이 많은 사람이 어떨까 싶다. 선인들은 인사에 오행도 참고하였다.
조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