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람들은 사서(四書) 가운데 맹자(孟子)를 좋아한다. 특히 일본의 교양 있는 정치인들은 맹자를 필독서로 생각한다. 동양적인 정서에 맞는 정치철학이 맹자에 담겨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하금곡(河錦谷) 선생이 맹자에 정통하다고 알려져 있다. 금곡 선생이 맹자를 가르치는 동유학당(東儒學堂)에는 주로 40~50대의 중년 식자층들이 와서 고전강의를 듣는다.
얼마 전에 금곡 선생을 만나 ‘운(運)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두세 번은 대운이 찾아온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준비이다. 여름 장마철이 되면 소나기가 내리기 마련이고 이때 어느 정도의 그릇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용량의 빗물을 받는다. 찻잔을 준비한 사람은 찻잔만큼의 빗물(운)을 받고, 드럼통을 준비한 사람은 드럼통 크기만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운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금곡 선생에 의하면 운을 받는 방법은 이렇다. 첫째 말이 적어야 한다. 말이 많으면 들어오는 대운을 받지 못한다. 받는다는 것은 수용적인 태도다. 말을 많이 하게 되면, 수용적인 태도를 유지하지 못한다. 운이 들어오려고 하다가 나가 버리는 수가 많다. 둘째 수식어가 적어야 한다. 수식어가 많으면 말이 길어진다. 결론만 간단하게 말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셋째 찰색(察色)이다. 얼굴 색깔이 좋아야 운을 받는다. 화를 많이 내거나 걱정이 있거나 욕심이 많으면 마음상태가 얼굴 색깔에 반영된다. 마음이 평화롭고 담담해야 얼굴 색깔이 편안하게 나타난다. 운을 받는 사람들을 만나 보면 공통적으로 얼굴 색깔이 빛나면서 온화하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얼굴 색깔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넷째는 현관에 들어갈 때 신발을 가지런하게 벗어 놓아야 한다. 신발 벗어 놓는 상태를 보면 그 사람의 평소 마음가짐이나 수신(修身)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신발이 어지럽게 놓여 있으면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이고, 기본이 되어 있지 않으면 다가오는 대운을 받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금곡 선생의 주장이다. 운을 중시하는 정치인들이 새겨들을 만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