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얼굴은 어떤 의미인가 (상)
가장 간편하고 완전한 '신분증'
관상보다 심상 더 중요시 갸름 · 둥근형 선호 추세
좌우 얼굴 비대칭 일반적 좌측 호전적 우측 외교적
얼마전 탤런트 출신의 인기 여가수가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자살 이유에 대해선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조인간' '성형미인'이라는 악플이 그녀를 심하게 괴롭혔다는 주장도 있다. 과연 얼굴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얼굴 때문에 웃고 울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3차례에 걸쳐 한국인의 얼굴, 장기, 발 등을 과학적, 의학적으로 조명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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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를 기준으로 할 때 세로 1(이마~눈썹):1(눈썹~코밑):1(코밑~아래턱)의 비율을 미인의 기본 조건으로 삼는다. 얼마전부터 열풍이 불고 있는 동안(童顔)은 1:1:0.8의 비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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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얼굴의 의미는
사전적인 의미로 얼굴은 '눈 코 입이 있는 머리의 앞면'을 말한다. 이마는 머리에 속한다. 해부학적으론 코, 입, 아래턱, 눈과 눈주위, 뺨, 귀 전면부가 여기에 속한다.
얼굴은 그 사람의 성별 나이 교양 성격 건강 심리상태 등 모든 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이다. 가장 간편하고 완전한 신분증이다. '마흔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은 이런 연유에서 나온 듯 하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얼굴은 관심의 대상이다. 모두가 예뻐지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면서도 남의 예쁜 얼굴에 대해선 그리 관대하지 못하다. 부정적인 인식마저 은연중에 깔려 있는 것 같다. '미인박명''얼굴값 한다'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역술가들은 성형을 통해 얼굴을 바꾸더라도 그 사람의 운명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탱자가 귤이 될 수 없는 이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관상이 좋지 않더라도 고운 마음을 갖고 덕을 많이 쌓으면 행운이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관상보다는 심상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얼굴은 인간 개개인을 구별하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서고 있다. 경우에 따라 사회적 문화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해 주기도 한다. 특히 여성에게 있어 얼굴은 싫든 좋든, 무시할 수 없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외모가 '경쟁력'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마저 형성되고 있다.
다양한 천(千)의 얼굴
초승달 눈썹, 촉촉한 눈매, 앵두같은 입술, 갸름한 얼굴 등은 미인을 묘사할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반면 주걱턱, 매부리코, 탄력잃은 피부, 추켜올라간 눈초리 등은 못생긴 얼굴을 말할 때 쓰는 말이다.
꽃미남(꽃처럼 예쁜 남자), 얼짱(아주 잘생긴 사람), 자연미인(성형을 하지 않은 미인), 생얼(화장을 하지 않은 민얼굴), 동안(어린 얼굴) 등 세태를 반영하는 얼굴과 관련된 신조어들도 다양하다.
최근 들어선 얼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국내에 얼굴연구소가 생기고 얼굴학회까지 발족됐다. 외국에선 얼굴과 의학과의 접점을 찾는 얼굴의학, 테크놀로지와의 응용을 강구하는 얼굴공학, 얼굴과 관련한 문화현상에 대해 연구하는 얼굴문화학까지 연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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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이승철 교수가 김태희 김희선 등 우리나라 대표 미인 10여명의 얼굴을 컴퓨터로 합성한 '한류 평균 미인 얼굴'. 각각의 얼굴의 비례와 균형,각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BAPA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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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얼굴에는 과거의 역사와 미래의 정보가 담겨져 있다. 시대에 따라 얼굴형이 다르고 미의 기준이 달라진다. 국내의 한 연구소가 실시한 '100년 후 우리 시대의 얼굴' 연구에서는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꼬리가 처지면서 무뚝뚝한 인상 대신 부드러운 얼굴이 나올 것이라며 미래 한국인 모습을 예측하기도 했다.
사람의 얼굴은 좌우의 차이가 항상 있다. 하지만 대개 잘 모르고 넘어가곤 한다.
얼굴은 좌우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일반적으로 오른쪽은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므로 '외교적 얼굴'이라 표현한다. 그래서 협상을 하거나 상거래를 할 때는 상대방에게 되도록 오른쪽을 많이 보이면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왼쪽 얼굴은 호전적 얼굴이라 하여 상대방과 싸움을 하거나 기싸움을 할 필요가 있을 때 무의식적으로 왼쪽을 상대에게 노출한다고 알려져 있다. 좌우 대칭이 정확히 맞는 경우 아름다울지는 몰라도, 얼굴 자체가 차가워 보여 인간미가 떨어져 보이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이 선호하는 미인형 얼굴은
고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이승철 교수는 한류열풍을 일으킨 우리나라 대표 미인 19명의 얼굴을 컴퓨터로 합성해 분석한 결과를 '국제미용성형외과학회지' 2006년 12월호에 발표했다.
사진 왼쪽의 정면 얼굴은 김태희, 김희선, 박한별, 손예진, 송혜교, 심은하, 이영애, 전지현, 한가인, 황신혜 등 10명의 대한민국 대표 미인을 합성했다. 사진 오른쪽의 측면은 김현주, 성유리, 손태영, 송윤아, 이효리, 채림, 최지우, 김태희, 김희선, 송혜교 등 13명의 얼굴을 합성한 것이다.
합성한 사진에 나타난 대표미인들의 전체적으로 갸름하면서 둥근 얼굴형이다. 눈은 일반 여성에 비해 큰 편이며 코는 높고 윗입술이 얇다. 코 밑에서 아래턱까지 길이는 짧다.
이 교수는 "합성된 얼굴은 일반인들이 쉽게 가지기 힘든 특징적인 조화와 균형을 가지고 있다"며 "일반인들이 이들 한류 미인들의 특정 부위를 닮기 위해 자신의 얼굴 중 한 부위를 특정인과 비슷하게 인위적으로 고치게 되면 오히려 불균형이나 부조화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군기자 gun39@busanilbo.com
도움말=고신대 복음병원 성형외과 정승문·정신과 박시성 교수·동아대학병원 성형외과 이근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