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역학 이야기] 살풀이
살풀이 굿당에 가본 적이 있는지.
요란한 징소리, 장고소리, 북소리, 그리고 슬겅슬겅 울어대는 놋쇠 바랑 소리.
갖은 사연을 안고 축원을 하는 굿판 속에는 우리의 고유 민간신앙이 녹아들어 있다.
이 굿판에서 살을 풀기 위하여 행하는 무속의례를 살풀이 라고 한다.
그리고 한국무용중에서 오랜 역사를 두고 전승된 춤의 양식을 일컫기도 한다.
살은 잡귀나 귀신처럼 형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기또는 에너지로서 인간을 해치는 존재라고 풀이한다.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길흉화복의 근거를 학문적인 체계를 세워 밝혀놓은 것이 사주명리학인데 반해, 무당의 손을 빌어 행해지는 굿거리는 인간과 신의 영역을 동시에 오갈 수 있는 초자연적, 초과학적 심령현상의 발현에 의지한다.
한자가 틀린 또 다른 살은 요즈음의 명리서적에서 채택하여 쓰고 있는 용어로서 사주 여덟글자 내의 글자들끼리의 특수한 조합을 일컫는다.
이러한 글자조합을 총체적으로 신살이라고 하며 그 작용력과 관련하여 길신과 흉신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그 길흉 작용을 자로 잰 듯이 엄격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 신살인 도화나 역마의 경우에도 원서에 나와 있는 대로라면 흉신으로 분류되어야 하나 21세기를 맞는 요즈음 매력(도화)이 없고 활동력(역마)이 떨어진다면 출세와는 거리가 멀 것이다.
무속에서의 살도 그 명칭에서는 고래의 명리학 원전을 답습하고 있다.
원진, 형, 충, 파, 해, 삼재등의 명리학적 의미에서의 살을 그대로 취용한다.
그러나 한자는 다르게 쓴다.
어쨌든 억울하게 죽은 혼령이 빙의되어 있든, 자연 흐름과 자신의 사주팔자가 어울리지 않아 삼재살이 꼈든 살풀이를 통하여 모든 잡되고 삿된 것을 해소시키고자 한다.
덩덩 덩더쿵 특유의 박자로 이루어지는 장단과 함께 만신으로 불리는 무녀가 굿의 순서를 차근차근 밟아 나간다.
살풀이를 하는 당사자와 만신, 그리고 울려퍼지는 무구들의 장단이 굴비엮듯이 한아름으로 두루 엮여 돌아갈 때 굿판은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성철재